[헤럴드경제=문영규 기자]최근 구조조정 바람에 휘말려있는 조선ㆍ해운업계가 신용등급 하락과 더불어 주가도 함께 주저앉았다. 주가가 4년 만에 10분의 1수준으로 하락한 업체도 있는가 하면, 아예 거래가 정지된 곳도 있다. 그러는 동안 ‘우량’으로 평가받던 신용등급은 ‘투기’수준으로까지 강등당했다. 글로벌 시장을 호령하던 대한민국 조선ㆍ해양업계가 휘청거리기까지 걸린 시간은 불과 4년 남짓이다.

헤럴드경제가 27일 지난 2012년부터 현재까지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현대미포조선 등 조선업체들과 한진해운 및 현대상선 등 해운업체의 주가와 신용등급을 조사한 결과, 이들 기업들은 신용등급과 함께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율협약’ 현대상선ㆍ한진해운, 위기의 해운업계=가장 극적인 등급변화를 경험한 것은 현대상선이다. 한국기업평가는 지난 8일, 한국신용평가는 지난 12일 수시공시를 통해 현대상선의 무보증회사채 신용등급을 기존 ‘CCC’에서 ‘D’등급으로 내렸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지난해 ‘BB+’ 등급을 매긴 이후 신용평가를 하지 않았다.

해운업 경기가 좋았던 2011년까지만 해도 현대상선의 신용등급은 신용평가사 3개사가 모두 투자적격을 의미하는 ‘A’등급을 받았다. 그러나 중국을 비롯 글로벌 경기의 성장둔화 우려와 더불어 국내 수출산업들 역시 조금씩 주춤하면서 2013년부터 단계적인 하향세를 이어갔다.

잘나가던 국내 굴지의 해운회사가 몇 년 사이 일부 채권에 대한 원리금 미지급에 따라 ‘상환불능상태’(12일 한신평)에 빠진 기업이 된 것이다.

2012년 초 2만4750원이던 주가는 현재 거래정지 상태다. 마지막 거래일인 19일(2000원)을 기준으로 보면 주가는 92% 하락한 셈이다. 이전 가격의 10분의 1도 채 안된다.

한진해운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현대상선처럼 지난 22일 채권단과의 자율협약을 결정한 이후, 신용평가 3사 모두 신용등급을 ‘B-’로 한 단계 하향조정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한진해운에 대해 “금번 자율협약 신청으로 인해 이전에 비해 회사의 신용이벤트 발생가능성이 현저히 높아진 것”으로 판단했다.

주가도 2012년 초 1만2100원에서 26일 1900원으로 84.3% 빠지면서 10분의 1수준이 됐다.

▶구조조정 위기, 조선업계=조선업계는 해운업계보다는 그나마 사정이 낫다. 그러나 이는 그동안 ‘밑빠진 독에 물붓기’식 대규모 자금이 흘러들어간 덕분이다.

조선업계의 위기론이 고개를 들기 시작한 것은 2011년부터다. 중국 조선업체들이 조금씩 시장점유율을 점해가고 과잉공급에 수요감소는 업황을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

본격적으로 신용리스크가 불거진 것은 2014년부터다. 업계는 자금투입이 한계에 다다르고 저유가 기조가 이어지면서 해양플랜트 등을 중심으로 한 ‘수주절벽’을 맞이했다.

한신평은 최근 보고서에서 “신속하고 과감한 구조조정이 없다면 고정비 부담 확대로 신용위험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신용등급 강등의 중심에 있었던 것은 무려 1조2000억원의 대출자금이 들어간 대우조선해양이다. 신평사 3개사는 모두 2012년 대우조선해양에 ‘AA-’의 우량한 신용등급을 매겼으나 2014년 말부터 단계적으로 등급을 낮춰나갔다. 현재는 투기등급으로 평가되는 ‘BB+’다.

주가도 동시에 꾸준히 하향곡선을 그렸다. 2012년 초 2만3450원이던 주가는 현재 78% 급감한 5150원을 기록중이다.

현대중공업은 조선 4개사 중 신용등급이 가장 양호하다. 그러나 현대중공업 역시 지난 2012년 ‘AA+’에서 ‘A+’로 낮아진 상태다. 주가도 2012년 초보다 56.48% 하락했다.

한신평은 삼성중공업에 대한 신용평가를 하지 않고 있다. 한기평과 나이스신용평가는 각각 ‘AA’와 ‘AA-’에서 현재는 ‘A+’로 낮췄다. 주가도 61.57% 하락했다.

다만 26일은 자구안 마련에 대한 기대심리로 투심이 살아나며 조선주들의 주가가 반등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한편 박무현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한국 조선소 통폐합으로 가장 이익을 보는 집단은 중국 조선업과 글로벌 선주들이며 한국 조선소 두 세개 사라진다고 해서 선박 시장 수요-공급이 균형을 이룬다고 보는 것은 대단한 착각”이라고 꼬집었다.

박 연구원은 현 시장상황에 대해서도 ‘중국 조선업체 추격론’을 반박하며 ▷중소형 선박 개척 ▷중소 조선소 인력재배치 ▷국내 해운업과의 상생 ▷중소 조선소들을 위한 상선설계 지원센터 운영 등을 구조개편 방안으로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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