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작위 면접전화 방식 세대별 표본 왜곡 자동응답전화는 거짓응답 쉬워 신뢰도 낮아 전문가들 “질 낮은 기관 시장 퇴출” 목청
이번 4·13 총선의 최대 패배자는 여론조사기관이다. 거의 모두가 새누리당이 160~180석을 얻어 압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엉터리였다. 결과는 참패로 나왔다. 과반 실패는 물론 122석으로 제1당 자리까지 내줬다. 선거 후 ‘여론조사 무용론’이 쏟아지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핵심원인으로 부정확한 표본추출을 꼽는다. 현재 여론조사는 대부분 무작위 유선전화 걸기(RDD) 방식을 쓴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20일 서울대학교 아시아개발연구소가 개최한 세미나에서 “면접 전화조사의 응답률은 10~20%, 자동응답조사(ARS)의 응답률은 2~5%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표본이 많을수록 정확도가 높아지는 여론조사 특성상 낮은 응답률은 그대로 예측률 저하로 이어진다.
RDD 방식은 세대별 표본의 왜곡을 낳기도 한다. 배 본부장은 “유선전화 여론조사에서 20~30대의 참여가 제한되고 50~60대는 과하게 표본으로 뽑혀 실제 투표자와 차이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표본의 대표성 확충을 위해 여론조사에서 무선전화 조사 비율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문제는 선거법에 따라 이동통신사가 정당에만 휴대전화 안심번호를 제공할수 있다는 점이다.
여론조사 과정의 신뢰성도 담보하기 힘들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ARS 조사에서는 60대가 20대로 답하고 남자가 여자라고 해도 다 통과된다”고 했다. 거짓 응답이 성별, 연령, 거주지에 따라 표본을 조정하는 여론조사의 정확성을 바닥으로 끌어내리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유권자의 알 권리를 위해 여론조사의 품질과 신뢰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고길곤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현재 여론조사는 평균 10% 정도의 오차를 보이고 있어 품질 관리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품질 낮은 여론조사는 정치·경제적 부작용을 낳는다. 김욱 배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유권자들은 사표를 던지기 싫어 (여론조사를 보고) 당선 가능성이 낮은 후보에게 투표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경제적 낭비도 문제다. 3월 26일부터 4월 7일까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에 등록된 여론조사만 2500건을 훌쩍 넘는다. 업계에서는 가장 저렴한 ARS 조사비용도 건당 200만~300만원에 달한다고 본다. 홍 소장은 “ARS 같은 엉터리 조사가 비교적 저렴하다는 이유로 남발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여론조사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제도적 보완과 사회의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현우 서강대 교수는 “조사기관도 휴대전화 안심번호를 사용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욱 교수는 “유권자와 언론이 여론조사의 질문 내용과 조사 방식 등을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질 낮은 조사기관이 퇴출되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유은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