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고도예 기자] 부실감사로 회사의 재정부실을 파악하지 못해 주식 매수인에게 피해를 끼친 회계법인에 대해 주식 양도대금 일부를 보상하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3부(주심 박보영)는 TK케미칼이 주식회사 태주의 주식 양도과정을 집행한 투자자문회사와 은행, 태주의 회계 감사를 맡은 회계법인을 상대로 낸 주식양도대금반환청구 소송에서 상고를 기각했다고 20일 밝혔다.

이로써 태주의 감사를 맡았던 이촌회계법인은 주식 매수자인 TK케미칼에 5억9000만원을 보상하라는 원심이 확정됐다. 은행과 투자회사의 반환 책임은 인정되지 않았다.

재판부는 이촌회계법인이 태주의 재정부실을 누락한 것에 대해 “감사 당시 허위기재를 발견할 수 있었음에도 적정의견을 낸 것은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은 부실감사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은행과 투자회사에 대해선 “재무투자자로서 담보권을 행사할 뿐 회사 경영에는 관여하지 않아 재무상황을 알기 어렵다”며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주식을 양도받는) 회사의 가치를 조사, 파악해야 할 책임과 주식 매수에 따른 위험부담은 매수인에게도 있다”며 TK케미칼에도 일부 책임이 있다고 판시했다.

이들 투자회사 및 은행은 2011년 태주에 총 52억 원을 대출해주며 ‘신주인수권부사채’를 인수했다. 이에 따라 채무를 진 태주는 신주를 발행할 경우 채권자가 신주 인수를 청구할 수 있게 됐다. 이후 태주가 빌린 돈을 갚지 않아 이들 채권단은 2011년 6월 해당 회사 주식을 보유하게 됐다.

채권단은 회사로부터 권리를 위임받아 주식 매각을 진행했으나 계약에 실패했다. 주식을 낙찰받은 회사들이 실사 과정에서 68억원의 우발채무를 발견했다며 계약을 해제했기 때문이다.

채권단은 그해 8월 재입찰을 실시했고, 이 과정에서 이전 낙찰자들과 TK케미칼이 주식을 양도받게 됐다. TK케미칼은 주식매매대금을 지급하고 주식소유권을 바탕으로 해당 회사의 경영권을 행사했다.

1심은 “회사 주식의 가치를 파악할 책임은 원고에게도 있다”며 회계법인의 책임을 피해액의 70%로 제한해 총 10억원을 지급하도록 했다.

2심은 “(회계법인이) 분식회계 중 일부를 발견해 감사보고서에 기록했다”는 점을 참작해 책임을 40%로 낮춰 총 5억9000만원을 보상토록 했다.

대법원도 “외부 감사의 회계 감사를 거쳐 작성된 감사보고서는 대상 기업의 정확한 재무상태를 드러내는 가장 객관적인 자료”라며 “감사보고서의 허위·부실 기재가 없었더라면 원고는 이 사건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