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나쁜 기억이나 트라우마가 전혀 없습니다. 기억나는 것은 그저 누군가와 함께 비행기를 타고 왔고, 저의 부모님이 뉴욕 케네디공항에서 저를 데리고 간 것이 전부입니다. 그게 제 인생의 시작이었습니다.”

서울에서 태어난 뒤 경찰서 앞에 버려진 5세 여아. 이 여자 아이는 1974년 성탄절에 미국 뉴욕주 페어포트시에 사는 랠프ㆍ매릴린 커 부부에게 입양됐습니다. 입양부모의 따뜻한 보살핌을 받은 그녀. 다른 아이들처럼 평범한 유년시절(①)을 보냈고, 뉴욕 호튼대학에 입학해 커뮤니케이션을 공부했습니다. 1991년 대학시절 그녀는 여행 중 작은 회사를 운영하던 한 남성을 우연히 만나게 됐고 일자리를 제안받습니다. 설립된 지 몇년 안 된 신생기업의 실무를 맡게 된 그녀는 수완을 발휘해 회사를 크게 발전시켰습니다. 이 과정에서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연인이 되고 1993년 결혼까지 하게 됩니다.

그녀의 이름은 킴 페굴라(47). 남편은 천연가스 업체(이스트리소스)를 창업한 테리 페굴라(65). 회사의 성장과 함께 부부는 자산 40억달러의 억만장자가 됐습니다.

어느 날 남편 테리는 스포츠팀 구단주가 되는 게 꿈이라고 했습니다. 고교시절 치어리더를 하기도 했던 킴 페굴라는 남편의 꿈을 함께 이루기로 결정했습니다. 잘나가던 천연가스 회사를 매각한 후 부부는 미국을 상징하는 스포츠 미국프로풋볼(NFL) 버펄로 빌스를 사들여 공동 구단주(②)가 됐습니다. 빌스의 팬들은 부부를 환영했습니다.

입양아에서 미국 스포츠계의 주목을 받는 여성이 된 킴 페굴라(③). 사람들은 그녀에게 자주 묻습니다. 한국에 가서 생부모를 만나고 싶지 않냐고. 그녀는 말합니다. “그렇게 할 이유를 모르겠어요. 이미 저에게는 훌륭한 부모가 있잖아요.”

민상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