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개봉영화‘ 시간이탈자’주인공 2인
두남자 사랑받는 윤정·소은役 임수정 “좋은 배역으로 평단·대중 인정받고파”
극중연인 살리려고 희생 지환役 조정석 “예측불허 연기로 ‘되는 배우’ 되고파”
‘시간이탈자’라는, 갸우뚱한 제목의 스릴러 영화 한 편이 13일 개봉한다. 1983년과 2015년, 서로 다른 시간에 살고 있는 두 남자가 꿈을 통해 서로의 일상을 본다. 그들의 중심에는 놀랍도록 닮은 한 여인이 있다. 두 ‘시간이탈자’들, 배우 임수정(37)과 조정석(36)을 만났다. 연기에 대한 욕심 하나는 시간을 넘어 한결같은 배우들이었다.
▶ ‘사랑스러운 여자’ 임수정=지난해 영화 ‘은밀한 유혹’에서 상대 배우를 유혹하기 위해 독하게 변신했던 임수정이 이번엔 두 남자의 사랑을 듬뿍 받는 여자로 돌아왔다. 가만히 있어도 사랑스럽다.
“요즘 멜로영화가 제작이 된다고 해도 확률적으로 관객의 사랑을 받기가 힘들잖아요. ‘시간이탈자’는 장르적으로 흥행이 유리한 스릴러와 멜로가 결합된 영화인데요, 제 분량이나 다른 걸 다 떠나서 여배우로서 멜로를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크게 다가왔어요.”
임수정의 말대로 ‘시간이탈자’(감독 곽재용)는 서로 다른 시대에 사는 윤정(임수정)과 지환(조정석), 소은(임수정)과 건우(이진욱)의 ‘사랑’이 살인사건을 추적하게 만드는 강력한 동기가 된다. 임수정을 살리기 위해 두 남자가 목숨을 걸고 내달린다. 그래서인지 장르는 스릴러지만 진한 멜로 감성이 녹아있다. ‘엽기적인 그녀’(2001), ‘클래식’(2003)을 연출한 곽재용 감독 특유의 화법이기도 하다.
영화에서 임수정은 1983년과 2015년을 오간다. 1인2역이다. 1983년에선 조정석과, 2015년에선 이진욱과 호흡을 맞췄다. 그는 두 시대의 여성을 표현하면서 다른 포인트들을 조금씩 가미했다고 말했다. “1983년의 윤정은 그 시대에 맞춰서 고전적이고 새초롬해서 그런지 웨딩드레스도 혼자 입어보러 간다”면서 “2015년의 소은이는 건우가 요리를 해 주겠다고 했을 때 ‘전 먹는 거 잘해요’라면서 솔직히 반응을 하는 사람이라는 게 다른 점”이라고 설명했다.
임수정은 2012년 ‘내 아내의 모든 것’ 이후 뚜렷한 흥행작이 없었다. 여배우로서 제대로 활약할 수 있는 시나리오에 대한 갈증이 커 보였다.
“이번 작품에서는 두 남자에게 동기를 유발하는 역할이지만, 문제를 해결하는 주도적인 역할은 아니었죠. 팬들이 아쉬워하신다면 다음 작품에서 만회해야겠죠. 여배우에게 주어지는 역할들에 발을 맞춰 가면서, 상업 영화에서 제한된 여배우 역할이 있다면 그것도 하고, 저예산 영화지만 한두 명의 여배우가 중심 롤을 할 수 있다면 그것도 참여하고요. 드라마도 기회가 있으면 출연해야죠. 균형을 맞춰가면서 활동해야 할 것 같아요.”
그는 앞으로 자신을 드러낼 좋은 배역이 있다면 가리지 않고 오디션에라도 참가할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이제까지는 욕심 나는 배역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찾아가지는 못했어요. 아무래도 기다리는 스타일이었죠. 이제는 좋은 배역을 두고 오디션을 본다고 하면 오디션이라도 볼 것 같아요. ‘저도 봐도 돼요?’라고 하면서요. 동등하게 오디션으로 배역을 뽑는 시스템이 도입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에요.”
그의 욕심은 2001년 데뷔 때부터 지금까지 ‘연기 잘 하는 배우’ 하나라고 했다.
“마흔이 넘어가고, 쉰이 됐을 때까지 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지만요. 단 하나의 작품, 대중과 평단이 엄지손가락을 들고 스코어도 좋은 작품 하나만 남긴다면 배우로서 성공한 게 아닐까요. 저 욕심 되게 많아요.”
▶ ‘되는 남자’ 조정석=‘건축학개론’의 ‘납뜩이’로 전국구 인기를 얻더니, 드라마 ‘더킹 투하츠’(2012), ‘최고다 이순신’(2013)’, 영화 ‘관상’(2013), ‘나의 사랑 나의 신부’(2014) 까지 종횡무진이었다. 연기 경력의 시작이었던 뮤지컬도 놓치지 않았다. 최근에는 방송 ‘꽃보다 청춘’(tvN)에 출연하면서 꾸밈없는 평소 모습까지 대중에게 공개했다. 배우 조정석 이야기다.
예측하기 어려운 그의 활동은 ‘시간이탈자’로 넘어왔다. 전형적인 스릴러가 아니라 멜로가 가미된 ‘감성 추적 스릴러’다.
조정석은 영화에서 건우라는 인물을 통해 미래를 보는 1983년도의 지환 역을 맡았다. 지환에게선 사랑하는 여자를 기필코 살리려는 희생정신이 돋보인다. “사랑하는 사람이 죽고 실의에 빠질 수 있는 게 인간인데, 지환은 대의를 위해 자신을 희생할 수 있는 인물”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지환은 영화에서 운명을 개척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조정석은 극중 캐릭터와 마찬가지로 “정해진 운명은 안 믿는다”면서 “ ‘될 놈은 된다’라는 말을 좋아하지 않고 ‘될 놈은 만든다’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연기 활동에 있어서도 조정석은 운명처럼 ‘예측 가능한 것’을 선호하지 않는다.
“항상 새로운 것만이 진리는 아니지만, 전 누군가 생각하지 못했던 연기 톤을 발견하는 희열을 느껴요. 예측이 가능한 연기는 안 좋은 연기 같고. 예측불허한 연기를 잘 소화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극중에서 1983년에 고등학교 음악 선생님이던 지환은 한 학생에게 ‘나침반’이 되어준 은사이기도 했다. 조정석은 ‘기타로 삼수’를 하던 시절 ‘연기’라는 새로운 길을 열어준 은사를 회상했다. “한 교회 전도사님이 서울 방화동 살던 저를 ‘신촌 시내’에 있는 패밀리 레스토랑에까지 부르시더니 ‘연기 할 생각 없냐’고 하시더라”라면서 “그때 길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그는 배우가 ‘천직’이지만, 배우로서 자신과 인간으로서 자신을 분리하려 한다.
“2009년 뮤지컬 ‘스프링 어웨이크닝’에서 열등의식에 휩싸인 ‘모리츠’를 연기했어요. 그 땐 단 한 번이라도 무대 위에서 조정석을 없애버리고 모리츠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영화 ‘블랙스완’처럼요. 무대 밖에서도 항상 움츠리고 다니고…. 그런데 그걸 보더니 한 선배가 걱정된다고 하시더라고요. 너무 강렬하다고. 극찬일 수 있는데 그때 깨달은 거죠.”
그래서인지 만약 그가 영화에서처럼 미래를 볼 수 있다면 조정석은 ‘중년의 인간 조정석’을 보고 싶다고 했다. 배우로서의 조정석이 아니라, 인간 조정석이 어떻게 “인생을 누리고 있는지”가 궁금하다는 것이다.
“배우로서 내가 어떻게 변했을지, 위상이 얼만큼일지가 아니라요. 내 직업인 연기 외에, 가족과 시간을 얼마만큼 보내고 있는지, 얼마만큼 인생을 향유하고 있는지 알고 싶어요.”
이세진 기자/
jinlee@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