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상수 기자] 공약이 실종됐다. 원래 총선이란 게 후보자 중심이겠지만, 유난히 이번 총선은 공약이 실종됐다.

없지는 않다. 일자리 공약도, 최저임금 공약도, 경제 대책 공약도, 국회 혁신 공약도, 있을 건 다 있다. 묵직한 각 당의 총선 공약집엔 이처럼 중요한 과제는 빠짐없이 열거됐다.

한 선배가 말한다. 이번 총선은 역대 최고로 관심 없는 총선이라고. 정치부 기자로 용납(?)할 수 없는 발언이다. 매일 이리 손가락이 후들거리도록 기사를 쓰고 있음에도 역대 최고로 관심이 없다니.

다시 생각해보면, 결국 또 ‘그들만의 리그’란 뜻이겠다. 정치인도 기자도 마찬가지다. 항상 보는 사람, 듣는 사람이 그 사람이고 그 사람이다. 그러다 보니 마치 총선에 전 국민의 생사가 걸린 위기감이 팽배하다. 물론 실제로도 그렇지만, 그 선배(로 유추되는 국민 여론)와 여의도의 온도 차는 이처럼 극과 극이다. 총선보다 더 큰 실제 위기가 ‘정치혐오’란 사실은 일단 총선 이후로 미뤘다. 여의도는 그렇다.

총선에 쏠리는 관심은 우선 내 지역구, 그리고 공약이다. 사실 내 지역구 의원이 누구인지도 후순위다. 더 중요한 건 공약이다. 이번 총선을 통해 내 삶이 어떻게 변할지, 선거 결과가 고단한 내 하루살이를 어떻게 위로해줄지, 그 관심의 시작과 끝은 결국 공약의 몫이다.

여당은 공천갈등에, 여권은 세력 분열에 공력을 쏟았다. 그러고나서 내놓은 공약은 정당 간 ‘토론’이 불가능한, 경마식 공약뿐이다. 노인 일자리를 새누리당은 78만7000개, 더민주는 100만개, 국민의당은 60만개까지 늘리겠다고 한다. 최저임금을 새누리당은 9000원 수준까지, 더민주와 정의당은 1만원까지 인상시키겠다고 했다. 목표는 추상적이고, 그래서 내 일자리가 어떻게 되는지는 감이 오질 않는다. 일자리가 많으면 좋고, 최저임금이 오르면 서민은 행복하다. 그렇다. 그냥 이게 답이다. 그 안에서 60만개와 100만개는, 9000원과 1만원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경제민주화, 야당심판론, 양당심판론, 추상적인 구호는 난무하고 공약은 공약(空約)이란 무관심 속에 ‘역대 최고로 관심 없는 총선’이 이제 이틀 남았다.

어차피 공약(空約)이라면, 차라리 국민이 바로 체감할 수 있는 공약 토론이라도 있다면 좋겠다. 주말 내내 한반도를 질식케 한 미세먼지 공약이라도 말이다. 실현 가능성이 있든, 그렇지 않든 “이건 말도 안돼”라는 반발이라도 나올 만한 공약 말이다. 각 당이 정책 대결할 수 있는, 그래서 전 국민도 토론 열기에 동참할 수 있는 그런 공약들 말이다.

21대 총선에선 인물이 아닌 정책과 공약으로 승부하는 총선이길, ‘역대 최고로 재미없는 총선’이 이틀 남는 지금, 벌써부터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