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호흡기 음주측정 불복해 병원서 혈액측정 했으나 불인정

-최초 호흡측정 방식 인정해 ‘유죄’ 취지로 파기 환송

[헤럴드경제=박일한기자] 호흡측정 방식에 따라 음주운전으로 적발된 이후 신뢰할 수 없다며 4시간이 지나 병원에서 혈액채취로 알코올농도를 다시 측정해 음주운전 적발기준인 0.05% 밑으로 나왔지만 이를 인정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제2부(주심 조희대)는 도로교통법위반(음주운전)으로 기소된 A모(59)씨에 대해 무죄로 판단한 원심을 깨고 의정부지방법원으로 환송했다고 10일 밝혔다.

A씨는 2014년 3월4일 저녁 술을 마신 후 고양시 백석동 한 음식점 앞에서 차를 운전해 5km 정도를 운행하다가 밤 12시32분경 일산경찰서 소속 경찰관들의 음주운전 단속에 적발됐다. 호흡측정 방식에 의한 음주측정을 통해 A씨의 혈중알콜농도는 음주운전 적발기준보다 훨씬 높은 0.142%로 판정됐다.

A씨는 이에 불만을 품고 2시간이 지난 후, 일산경찰서를 찾아가 혈액채취 방법으로 음주측정을 다시 해달라고 요구했으나 거절당했다. 이에따라 그는 5일 새벽 4시10분경 일산백병원을 스스로 방문해 혈액채취 방법으로 음주측정을 다시 받았다. 이때 혈중알콜농도는 음주운전 적발 기준보다 낮은 0.011%로 측정됐다.

1심은 A씨가 흐흡측정 당시 혈액채취로 혈중알콜농도를 측정할 수 있다고 경찰관들로부터 고지를 받았음에도 요구하지 않았던 사실 등을 지적하며 유죄로 판단해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하지만 2심에선 판결이 뒤집혔다. 2심 재판부는 호흡측정기는 기계의 상태 등 여러 요인으로 측정결과의 정확성과 신뢰성에 차이가 많아 혈액채취에 의한 방법을 더 신뢰할 만하다고 전제했다. 이어 혈중알콜농도는 술을 마신 후 30분~90분 사이 최고치에 이르고 이후 시간당 0.008~0.03%씩 감소하므로 A씨가 최초 호흡측정을 한 이후 4시간가량 지나 병원에서 혈액채취로 측정한 것을 비교해 신뢰성을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2심 재판부는 “A씨의 혈액채취 결과에 따라 4시간 전 혈중알콜농도를 계산하면 A씨에게 가장 유리하게 계산할 경우 0.04%, 가장 불리한 경우를 가정해도 0.12%여서 당초 호흡측정기로 측정된 0.142%와 차이가 크다”며 “A씨가 혈중알콜농도 0.05% 이상의 상태로 자동차를 운전했다는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 판결을 다시 뒤집었다. 대법원은 A씨가 호흡측정 당시 결과에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다가 2시간 정도가 지난 후에야 혈액채취를 요구하기 시작한 것은 정당한 요구라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또 피고인이 임의로 병원을 찾아가 얻은 혈액채취 방식에 의한 음주측정결과는 검사과정에서 피검사자 본인 확인 절차가 엄격히 이루어지지 않아 혈액의 채취 또는 검사과정에서 인위적인 조작이나 관계자의 잘못이 개입됐을 가능성도 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호흡측정 방식에 의해 이루어진 음주측정은 적법한 절차에 따라 이루어진 것이고, 그 음주측정결과가 잘못 측정된 것이라고 볼 만한 사정도 없다”며 “피고인이 적어도 혈중알코올농도 0.05% 이상의 술에 취한 상태로 자동차를 운전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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