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ㆍ프랑스 등 세계 각국 엄정 조사 방침

푸틴 측 “전직 CIA 기자들의 음모” 강력 반발

[헤럴드경제] 사상 최대 규모의 조세회피처 자료로 불리는 ‘파나마 페이퍼스’(Panama Papers)를 통해 각국 전ㆍ현직 정상과 유명인사들의 역외탈세 의혹이 불거진 가운데 각국이 세무조사 등 후속 조치에 나서고 있다.

우리나라 국세청을 비롯해 영국과 프랑스, 호주 등이 관련자에 대한 세무조사 방침을 밝혔고, 현직 총리가 연루된 아이슬란드에서는 총리에 대한 사임 요구가 커지면서 불신임 투표를 시행하기로 했다.

4일(현지시간) AFP통신과 르몽드 등에 따르면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파나마 페이퍼스’ 정보를 토대로 탈세 여부를 수사해 사법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올랑드 대통령은 “이번 폭로로 탈세를 저지른 이들에게 세금을 거둬들일 수 있게 된 것은 좋은 일”이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한 뒤 “이 일을 알린 언론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영국 국세청(HMRC) 역시 ‘파나마 페이퍼스’ 폭로 자료를 전달받아 자금 세탁이나 조세 회피 등 관련 의혹을 조사할 방침이라고 영국 ITV와 스카이뉴스 등이 보도했다.

호주 국세청(ATO)도 이날 성명을 통해 중미 조세회피처 파나마의 최대 로펌 ‘모색 폰세카’(Mossack Fonseca)와 연관된 자국민 부유층 인사 800명의 신원을 확인하고, 이들의 탈세 의혹을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파문의 진원지인 파나마 정부도 불법적인 금융행위를 용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후안 카를로스 바렐라 파나마 대통령은 성명을 내고 “이번 폭로와 관련해 불거지는 사법적 조사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뉴질랜드는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의 ‘파나마 페이퍼스’ 보도에서 자국이 21개 조세회피처 가운데 하나로 꼽힌 데 반발하면서 국제공조를 통해 역외탈세를 도모한 자국민을 파악해 조사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멕시코와 네덜란드 당국도 관련 의혹에 대한 조사 방침을 잇따라 발표했다.

독일과 브라질에서는 이번 ‘파나마 페이퍼스’ 폭로 이전부터 모색 폰세카와 관련한 조사를 진행 중이었다고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가 전했다.

아이슬란드와 우크라이나 등 현직 총리와 대통령이 조세회피 의혹에 휩싸인 국가에서는 심각한 정치적 후폭풍이 불고 있다.

시그뮌뒤르 다비드 귄뢰이그손 아이슬란드 총리는 부인 명의로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소유한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자국 부실은행 채권을 수백만 달러를 보유하고도 이런 사실을 숨긴 채 채권단과 협상하는 등 구제 절차를 밟은 것으로 폭로됐다.

야권에서는 총리 사퇴를 압박하는 한편 오는 11일 내각 불신임 투표를 진행하고 조기 총선을 요구하는 방안을 밀어붙이고 있다. 아이슬란드 의회는 4일 오후 회의에서 불신임 투표 관련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외신들은 전했다.

우크라이나에서도 이번 폭로로 탈세 의혹에 휩싸인 페트로 포로셴코 대통령에 대해 탄핵 요구가 일부 야권을 중심으로 일고 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주식중개인인 부친이 역외탈세자 명단에 든 데 대해 총리실 대변인을 통해 “개인적인 문제”라며 언급을 피했다.

반면 측근을 통해 20억 달러에 달하는 자금을 비밀리에 거래한 것으로 지목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측은 이번 폭로가 오는 9월 총선과 내년 대선을 앞두고 자신을 끌어내리려는 서방의 음모라며 격한 반응을 보였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대통령 공보비서는 이날 브리핑에서 ICIJ를 겨냥해 “기자이지만 언론보도에 종사하지 않는 경우가 상당하다. 미국 국무부나 중앙정보국(CIA) 출신 기자도 많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이런 허위정보의 주요 표적은 우리 대통령으로 다가오는 총선과 대통령의 연임 가능성과 관련이 있다”면서 “외국의 ‘푸틴 공포증’의 수준이 이 지경에 달했다”고 성토했다.

각국 정부는 주요 정치인뿐만 아니라 글로벌 은행들이 모색 폰세카를 통해 고객들의 조세회피를 도왔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조사에 나설 방침이다.

ICIJ는 HSBC와 UBS, 소시에떼제네랄 등 유수의 투자은행을 비롯한 총 500여개의 은행과 자회사, 지점에서 모색 폰세카를 통해 1만5000여 개의 역외탈세용 페이퍼컴퍼니를 세웠다고 보도한데 따른 조치다.

로이터통신은 오스트리아와 스웨덴의 금융규제 당국이 이와 관련해 자국 투자은행들을 둘러싼 의혹을 조사할 방침이라고 보도했다.

우리나라 국세청도 폭로 자료에 포함된 한국인 명단을 확보한 뒤 탈세 혐의를 포착하는 즉시 세무조사에 착수하겠다는 방침이다.


badhoney@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