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황혜진 기자] 은행들이 내달 일임형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 상품 출시를 앞두고 경력직 수혈에 비상이 걸렸다.
고객 자산관리 역량이 결국 일임형 ISA 수익률로 판가름될 전망이지만 정작 은행들은 투자일임업 경험이 없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은행들의 일임형 ISA 영업준비는 증권사로부터 용병 빼오기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전산시스템과 전문인력 구축에 시간이 걸리면서 당초 4월로 예상됐던 은행권의 일임형 ISA 출시는 5~6월께로 늦춰질 전망이다.
▶증권사 용병을 모셔라=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지난 21일까지 일주일 간 일임형 ISA 자산배분 전략 수립분야 인력을 모집했다.
▷연기금이나 자산운용사 자산배분 전략 모델포트폴리오(MP) 운용경험이 있거나 ▷증권사 리서치(투자전략) 출신▷ 투자자산운용사(필수), 공인재무분석사(CFA), 증권분석사, 금융투자분석사 자격증이 있는 경우 우대했다.
신한은행은 지난 23일 일임형 ISA자산운용 전문인력 서류전형 합격자를 발표했다.
최종합격자는 일임형 ISA 자산운용 및 성과평가와 시장모니터링 및 운용자산 선정 등을 주로 맡을 예정이다. 신한은행도 투자자산운용사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으면서 ▷국내외 펀드 운용 경력 3년 이상 ▷국내외펀드랩 운용경력 1년 이상 ▷증권사ㆍ운용사 등에서 기타 자산(고유자산 포함) 운용경력 3년이상인 자를 대상으로 했다.
IBK기업은행과 NH농협은행도 자산운용 경력 3년 이상 등을 대상으로 모집했으며, 지방은행도 일임형 ISA 운용역 경력직을 모집하고 있다.
부산은행은 오는 5월9일까지 일임형 ISA 운용역 경력직을 채용한다. 부산은행은 개인 또는 법인대상 자문형ㆍ펀드랩 등 운용 3년 이상 경력자를 자격 요건으로 내걸었다.
은행들이 증권ㆍ운용사 출신 경력자 채용에 나서는 이유는 투자일임업에 대한 경험과 노하우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일임형 ISA를 운영하려면 투자자산운용사 자격증 소지자 2명 이상만 있으면 돼 수 적으로 부족하진 않지만 관련 경험과 노하우가 없다는 점이 취약점으로 평가돼왔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증권사들은 랩어카운트 등 일임형 상품에 대한 경험과 노하우가 풍부하지만 은행들은 관련 경험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며 “노하우와 경험이 풍부한 외부 인재 수혈이 무엇보다 중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은행과 증권사 간 경쟁 구도가 형성된 것도 증권업계 경력자 채용에 목을 매는 이유 중 하나다.
▶은행권 일임형 ISA출시 늦어지나=금융위원회로부터 투자일임업 허가를 받은 은행에 한해 내달부터 은행권의 일임형 ISA출시가 가능하지만 실제 출시는 상당한 기간이 지난 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은행들이 관련 전산시스템 구축과 인력채용을 마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김용환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은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농협은행의 일임형 ISA 출시는 6월쯤은 돼야 가능할 것”면서 “전산시스템 구축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급하게 했다간 자칫 문제가 생길 수 있는 만큼 꼼꼼히 준비해 시작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다른 은행들의 상황도 비슷하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신청은 이미 했고 목표는 4월 중 출시로 예상하고 있지만 늦어질 것 같다”면서 “일임업이 처음인 만큼 갖춰야 할 게 많다. 현재 신탁형 중심으로 가입이 이뤄지고 있는 만큼 상황 추이를 보고 출시 시기를 결정할 것”이라고 전했다. 현재 신한, KB국민, 우리, IBK기업은행등이 금융위원회에 투자일임업 승인 신청서를 낸 상태다.
금융당국은 신청서는 받았지만 미덥지 못한 표정이다. 금융감독원은 은행 일임형 ISA에 대해 투자자보호 우려가 제기됨에 따라 25일 은행 담당자들을 은행연합회관으로 불러 ‘은행의 일임형 ISA 출시 지원을 위한 합동설명회’를 개최한다. 투자일임업무의 경험을 축적한 증권업계와 금감원이 은행을 대상으로 투자일임업무 실무 전반에 대한 정보를 공유할 예정이다.
한편 금융당국은 이달 초 각 은행들이 투자일임업 승인신청을 하면 이달 말 한꺼번에 승인을 내줄 예정이었지만, 은행별로 신청시기가 달라지면서 일괄 승인하지 않고 개별 승인하기로 했다. 은행들은 승인을 받으면 일임형 ISA 모델포트폴리오를 보고할 수 있고 보고 후 7영업일이 지나면 출시가 가능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