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문호진 선임기자] #.경기도 A병원은 경영이 어렵자 실손보험에 가입한 암환자를 대상으로 입원 기간이나 진료 내용을 부풀려 진료비를 과다 청구해 오다 경찰에 적발됐다. 이 병원은 면역제 투약 및 고주파 온열치료 횟수를 실제보다 늘리고, 입원한 적이 없는 환자에게 입원확인서를 발급하기도 했다. 또 암환자를 소개시켜 준 브로커에게 건당 10만원을 지급하는 등 조직적으로 보험사기를 벌였다. 이 보험사기에 가담한 환자가 190여명에 달하며, 이들이 28개 보험사로부터 받아 낸 보험금이 무려 52억원에 달한다.
선진사회의 시금석으로 여겨졌던 보험사기방지특별법이 2년6개월만에 국회를 통과해 9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어렵사리 국회 관문을 통과한 특별법이 그 취지대로 보험사기를 획기적으로 줄여 막대한 사회적 비용의 손실을 차단하는 일대 전환점이 되려면 무엇보다 국민적 경각심이 필요한 시점이다.
보험사기는 서양의 중세시대부터 유례를 찾을 수 있을 정도로 해묵은 문제다. 연극, 영화 등의 모티브로도 종종 등장한다. 가난한 가족에게 보험금을 쥐어줄 목적으로 고의 자동차사고를 내고 자살하는 가장을 그린 연극 ‘세일즈맨의 죽음’, 시한부 판정을 받은 주인공이 어린 자식에게 사망보험금 10억 원을 남기기 위해서 죽을 짓만 골라한다는 영화 ‘이대로 죽을 순 없다’ 등의 스토리는 그나마 생존형이다. 최근에 발생하고 있는 보험사기는 온 가족, 온 마을이 동원될 정도로 조직화하고 있다. 또 완전범죄를 꾀하기 위해 해외로 나가 살인 강도 사건으로 위장할 정도로 흉포화 국제화하고 있어 적발하기 조차 어렵다.
범죄심리학에 ‘깨진 유리창 이론’이라는 게 있다. 건물주가 깨진 유리창을 수리하지 않고 방치하면 건물관리가 소홀하다는 것을 드러내 절도나 건물 훼손 등 큰 범죄로 이어지는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깨진 유리창은 처음에는 매우 사소해 보이지만 이를 방치할 경우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으니 당신 마음대로 해도 좋다’는 메시지로 작용한다. ‘보험사기’라는 깨진 유리창을 제대로 수리하지 않고 방치하는 사이에 사회경제적 비용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것이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2014년 보험사기 규모는 5조5000억원으로 최근 3년새 2조 가량 증가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보험사기는 단순히 보험료가 오르는 부작용에 그치지 않는다. 보험사기는 대부분 의료기관의 과잉진료, 허위 입원 등과 관련 있다. 이로 인해 보험사기의 규모만큼 건강보험의 재정 지출이 증가해 공보험의 재정을 악화시키는 원인이 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2012년)에 따르면 민영보험범죄와 연관된 건강보험 부정청구 금액은 연간 최고 5010억원으로 추정된다. 요즘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실손보험도 넓은 범주에서보면 연성 보험사기의 온상이 되고 있다. 병원의 과잉진료와 소위 ‘나이롱 환자’가 합작한 형태이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와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2014년 실손보험에서 지급한 비급여 보험금은 1조5000억원에 달한다. 2010년 800억원 규모에 불과했던 것에 비해 19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보험사들의 손해율 또한 급증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1년 109.9%를 기록했던 실손의료보험 손해율은 지난해 상반기 124.2%까지 올랐다. 100원어치를 팔면 24원은 손해를 봤다는 이야기다.
보험사기는 전파성이 강하고 모방범죄 발생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 때문에 경기침체를 틈타 사회 전반에 보험사기가 급속히 확산될 우려가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