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우르크’라는 가상의 땅에 파병된 군인들과 의사들의 사랑을 다뤘다. 주인공은 송중기 송혜교. ‘시크릿가든’과 ‘상속자들’을 쓴 ‘흥행보증수표’ 김은숙 작가가 만났다.

‘태양의 후예’는 국내 드라마 최초로 중국 동영상 사이트 아이치이와 손을 잡고 한중 동시 방송을 목표로 100% 사전제작된 드라마다. 촬영 전부터 방영권이 팔려 130억원, 회당 8억원(16회)에 달하는 제작비를 충당했고 지난해 6월부터 약 6개월에 걸쳐 모든 촬영을 마무리했다. 뚜껑을 열자 신드롬이다.

‘태양의 후예’는 중국 시장을 겨냥해 100% 사전제작된 드라마의 신호탄 격이다. 쪽대본에 생방송 촬영을 강행하던 제작환경은 업계 고질병으로 꼽혔으나 지난해부터 달라졌다. 국내 시장만으로 매출 달성의 한계에 봉착한 업계는 거대한 중국 시장의 장벽으로 앞다둬 나가기 시작했다.

문제는 하루가 다르게 높아진 규제의 벽이다. 올 1월 중국 방송 담당 정책부서인 국가신문출판광전총국은 TV에만 적용하던 사전심의제를 인터넷까지 확대적용했다. 한국 드라마가 중국에서 방영되기 위해선 방영 6개월 전부터 프로그램 계획을 받고, 3개월 전 심의를 받아야 한다.

제작사와 방송사는 기로에 놓일 수 밖에 없었다. 내수시장은 이미 한계였기에, 새로운 활로를 찾아나선 상황에 규제 방식은 수출길이 막는 난관이었다. 한 엔터테인먼트 업계 관계자는 “한국은 현재 인구수에 비해 채널과 콘텐츠의 제작 편수가 기하급수적으로 팽창했다”며 “업계에선 우스갯소리로 내수 엔터시장이 살아나려면 인구수가 8000만 명이 되지 않는 한 방법이 없다는 이야기도 한다. 국내 로컬 수요로는 이미 한계가 왔고, 이제 해외로 눈을 돌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고 설명했다.

제작사, 방송사는 이 때문에 중국에서 사전심의를 받고 동시 방송을 하기 위해 드라마 업계의 고질병을 고치기 시작했다. KBS 관계자는 “한국에서 먼저 방영된 이후 시차를 두고 중국에서 방영될 경우 불법 다운로드 등으로 인해 조회수가 많이 나오지 않아 수익으로 연결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KBS2 ‘프로듀사’가 대표적이었다.

‘태양의 후예’는 촬영 전 이미 중국 아이치이에 판권을 팔았다. ‘동시방송’을 약속하고 회당 25만 달러에 사전 판매했다. 김은숙 작가과 송중기 송혜교의 이름값이다.

드라마는 이를 통해 제작비를 충당하며, 130억원을 투자한 블록버스터급 재난 멜로를 완성시켰다.

이미 국내에선 많은 드라마가 사전제작을 목표로 촬영을 진행 중이다. 이영애 송승헌 주연의 SBS ‘사임당 더 히스토리’, 김우빈 수지 주연의 KBS2 ‘함부로 애틋하게’, 박서준이 출연하는 ‘화랑 더 비기닝’, 아이유 이준기의 ‘보보경심:려’가 그렇다.

시장 환경의 변화는 국내 드라마 업계를 변화시키고 있다. 방송 관계자들은 ‘호재’라고 말한다. 그간 업계는 사전제작 드라마가 정착하기 어려운 환경이었다. 시청자 피드백 등이 드라마에도 많이 반영되기 때문이다. 한 방송 관계자는 “중국의 영향으로 드라마 제작환경의 시스템이 바뀌고 있다”라며 “안정적인 시간과 탄탄한 자본이 결합돼 태어난 대표적인 드라마가 ‘태양이 후예’다. 이 드라가 사전제작 드라마의 정착과 진화로 가는 교본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시장을 겨냥했다지만 이를 발판 삼아 제3의 지역으로 진출할 수 있는 기대도 커졌다. 식어가던 일본 한류시장에서 ‘태양의 후예’가 약 20억원에 팔린 것 역시 긍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는 관계자들이 많다. 한 드라마 제작사 관계자는 “중국 시장에서 검증된 한국 드라마 등의 콘텐츠들은 이 시장을 바탕으로 다른 지역으로 뻗어나갈 수 있는 계기가 생겼다. 아시아뿐 아니라 중동 남미 유럽 등으로 확장할 가능성도 열려있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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