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 대위가 만약 오늘의 정치를 말한다면?

-정치권, 국민은 안중이 없는 말많은 공천

-국민들에게 실망, 아니 절망감 주고 있어

[헤럴드경제=김영상 기자]#. 16일 밤 KBS 2TV 수목드라마 ‘태양의 후예’ 한 장면. 우르크 지역에 대지진이 일어났고, 특전사 대원을 이끌고 구조작업에 한창인 유시진(송중기 분) 대위 앞에 공사 책임자가 섰다. 그는 우르크 정부와 대한민국 정부간 이면협약서를 찾아야 하며, 그것이 있는 쪽 먼저 파고 들어가야 한다고 고집했다. 한두사람 죽는 것은 무슨 대수냐는 말도 했다. 화가 난 유 대위는 “너 말이야 새X야. 국가가 뭔데?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최우선으로 하는 게 국가다. 군인인 나한테 국민의 생명보다 우선시하라고 국가가 준 임무는 없다”고 단호히 말했다.

군인의 사명감은 오로지 국민생명을 지키는 게 최우선이라는 뜻이다. 그런 그에게 부당한 협박이 통할리 없다.

세상 무엇과 바꾸지 않는 사명 의식과 정의감…. 선남선녀의 판타지 요소가 가장 바탕이 됐겠지만, 태후 열풍의 또다른 배경은 우리 시대에 실종된 이같은 사명감과 정의감이 부활했기 때문은 아닐까. 많은 드라마 평론가들의 분석도 이와 다르지 않다.

총선을 앞둔 정치권이 ‘공천 구태’를 재현하고 있다. 오히려 과거보다 더 심하다는 게 중론이다.

여당이고 야당이고 국민은 안중이 없는 계파 공천을 단행하는 흐름이다.

새누리당은 유승민 의원 지역(대구 동을)을 제외한 나머지 공천을 사실상 완료했다. 유 의원 쪽 사람들은 대거 탈락했고, 유 의원 한사람을 놓고 공천을 줘야 한다느니, 주지 말아야 한다느니 갑론을박이다.

공천이야 당의 고유 권한이지만, 문제는 이를 둘러싼 여러가지 잡음이 나오는 과정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거론된다는 점이다. 일부 언론은 새누리당 공천을 받은 58%가 친박으로 분석했다. ‘김무성-이한구 충돌’ 과정이 한창이지만, 현재 공천 흐름은 박 대통령의 호불호에 따른 편가르기 공천이라는 것이다. 이를 두고 정치권 안팎에선 “친박연대와 비박연대가 갈린 꼴”이라는 등의 입방아가 나돌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역시 유사한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더민주당에선 추미애(서울 광진을), 이석현(안양 동안갑), 홍익표(서울 중-성동갑), 도종환(청주 흥덕) 의원이 4ㆍ13 총선 후보로 확정됐고, 서울 은평을 경선에선 임종석 전 의원이 탈락하고 강병원 전 노무현 정부 청와대 행정관이 공천됐는데 이런 여러가지를 놓고 친노연대, 비노연대 쪽으로 갈리고 있다는 뒷말을 낳고 있다.

국민은 안중에 없고 계파에만 매달린 공천이라는 일각의 곱잖은 시선이 나오는 이유다. 당선 가능성이 높은 후보를 밀어내고, 자기 계파의 후보를 밀고 있는 불쾌한 냄새도 감지된다는 평가도 나온다.

당장 정치권 일각에선 “새누리당은 학살극을 펼치고 있고, 더민주는 독재를 하고 있다”는 등 우악스럽게 비판하고 있다. 이렇듯 여당이나 야당이나 이런 비판 빌미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보는 국민들의 시각도 영 개운치 않다. 실망스럽고, 나아가 절망스럽다는 반응도 있다.

을지로에서 직장을 다니는 이진훈 씨는 “여당이나 야당이나 도대체 국민의 눈높이에서 공천하는 곳이 없는 것 같다”며 “지지율 28%인 후보를 제치고 7%대 후보를 공천줬다는 보도를 봤는데, 국민 알기를 뭘로 아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그는 “아무나 공천 주면 국민들이 찍어줄줄 아는 모양인데, 실망은 물론 절망까지 느껴진다. 이번엔 철저히 지켜보고 투표할 것”이라고 했다.

주부 전양혜(38) 씨는 “태후를 재밌게 보고 있는데, 만약 유시진 대위더러 지금 정치권에 대해 한마디 해달라고 한다면, 아마 ‘의원님들, 국민보다 더 중요한 것 없지 말입니다’라고 할 것 같다”며 “정치에 크게 관심은 없지만, 국민을 염두에 둔 흔적은 없고 공천에서 계파만을 안배하는 흐름이 보여 실망스럽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총선 심판론도 자연스럽게 거론된다.

용산구에 사는 조미혁 씨(50)는 “이번 총선에선 당을 보지 않고, 철저하게 사람을 보고 투표할 것”이라며 “만약 부당한 공천이 이뤄졌다고 판단되면 나 혼자서라도 투표로 심판할 것”이라고 했다.


ysk@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