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기관시설·권한 한계 가해자와 강제 격리못해 제2 신원영군 사건 재발 우려
서울의 한 지역아동센터에서 일하고 있는 A씨. 이곳에서 만난 B(8)군은 A씨만 보면 갖은 애교를 떨며 안기곤 했다. 그러던 지난해 11월, A씨는 우연히 B군의 옷을 갈아입히려다가 온몸의 멍자국을 발견했다. A씨는 B군 아버지 C씨가 때린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A씨는 학교와 논의해 C씨를 고발했고, C씨는 경찰에 긴급체포됐다. 하지만 문제는 그 다음부터였다. 지역아동센터에서 B군의 잠자리까지 제공할 수 없다보니 어쩔 수 없이 집으로 돌아가야만 하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게다가 조사를 받고 나온 C씨가 A씨를 찾아와 “남의 집안 일에 무슨 참견이냐”며 욕설과 폭언을 하는 바람에 큰 위협을 느끼기도 했다. 결국 이 사건 이후 B군은 지역아동센터에도 나오지 않고 있다. A씨는 “학교엔 나오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지금도 아버지에게 폭행당하고 있지 않을까 너무 걱정된다”고 말했다.
가정에서 학대로 고통을 겪고 있는 아동들이 전담 아동보호기관 시설 및 권한의 한계와 법적 기준 미비 등으로 폭력을 경험했던 가정으로 다시 돌려보내지고 있다. 가해자와 피해자를 격리시키지 못하면서 사망과 같은 심각한 아동학대 피해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이처럼 아동 학대가 확인됐더라도 해당 아동에 대한 보호조치를 취하기 어렵다. 지난 2014년 전국에서 발생한 총 1만27건의 아동학대 사건 중 피해아동이 폭행 당사자(원가정)로부터 분리된 사례는 26.4%인 2649건에 불과했다. 아동학대를 저지르는 가해자의 90% 이상이 부모나 친인척, 대리양육자와 같은 가정 내 구성원이란 점을 감안하면 10명 중 7명이 넘는 아이들은 학대를 경험한 구성원과 어쩔 수 없이 ‘불편한’ 동거를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하지만, 부모와 협의 없이 강제로 분리하기엔 무리다. 아동 학대의 핵심적인 증거인 상처 등을 수집하기 어렵고, 발견되더라도 인과관계를 성립시키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만약 아동이 명확히 학대당한 피해를 언급하지 못할 경우 도리어 아동을 분리시킨 경찰과 아동 전문가가 법적인 책임을 묻게 될 수도 있다 보니 아동 보호조치가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계모의 학대로 사망한 채 평택 한 야산에서 변사체로 발견된 신원영(7)군 역시 3년 전 학대 사실이 지역아동센터 직원에 의해 발견됐다. 아동보호전문기관 상담원이 5차례 신군의 가정을 방문했지만 경찰 수사가 진행되지 않았고, “내가 키우겠다”는 아버지의 강력한 요구를 당국이 믿고 방치한 결과 사망이란 최악의 결과로 연결됐다.
재발 방지의 핵심적 요소라 할 수 있는 ‘사후관리’의 경우 방법과 기간이 법에 명확하게 규정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인프라까지도 충분하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아동보호전문기관은 현재 전국에 54곳 운영되고 있으며, 상담원은 364명(2014년)에 불과하다. 예산마저 지난해 약 488억원에서 올해 약 372억원으로 34% 줄었다.
피해아동이 가해 부모와 분리 후 2~3개월간 생활하며 치료받는 학대피해아동보호쉼터도 모두 46곳이며, 한곳당 수용인원은 7명에 그쳐 수요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게 현실이다.
원가정으로부터 완전한 분리가 필요한 아동은 보육원이나 일반 쉼터 등 장기보호시설로 옮겨지는데, 학대아동만 돌보는 곳이 아니다보니 전문적인 상담이나 치료 역시 기대하기 힘들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아동학대를 저지른 부모들에 대한 친권을 제한하는 등 학대 아동을 가해자로부터 빠른 시간 안에 분리하는 것은 가장 중요한 철칙이란 점은 분명하지만, 열악한 보호시설 및 입양ㆍ위탁 가정의 부족 등으로 인해 해당 피해 아동들을 더 잘 키울 수 있다고 장담하기도 힘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분리 후 어떻게 양질의 양육을 제공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이에 대한 국가 차원의 과감한 지원이 있어야만 한다”며 “학대 가해자에 대한 보호감찰처분과 장기치료 명령 등을 보다 강력하게 실시하는 등 재학대 방지를 위한 예방 활동도 강화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신동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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