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원승일 기자] 정부가 노동개혁 카드로 꺼내든 2대 지침 적용이 현장에서는 오히려 혼란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2월 임시국회에서 노동개혁 4대 법안이 처리되지 않을 경우 2대 지침을 통해서라도 노동개혁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2대 지침인 ‘일반해고’와 ‘취업규칙 변경요건 완화’ 등은 행정지침이어서 법 개정 등 별도의 절차 없이 바로 현장에 적용할 수 있다. 해고에 대한 합리적 기준과 명확한 절차를 정해 부당해고 사례를 줄이고, 올해 정년 60세 연장에 따른 임금피크제 도입 등 임금체계 개편을 위해 취업규칙 변경요건도 완화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2대 지침은 노사정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데다 법적 구속력이 없는 가이드라인에 불과해 해고나 취업규칙 변경 시 노사 간 소송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특히 일반해고의 경우 노동계는 사업주가 지침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쉬운 해고’가 늘어날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정부의 일반해고 지침에는 해고와 관련된 법원의 다양한 판례가 담겨 있다. 법원은 공정한 해고 기준, 업무 불이행을 입증할 객관적 근거 등을 토대로 해고의 정당성 또는 위법을 판단해 왔다.

취업규칙은 채용, 인사, 해고 등과 관련된 사규를 뜻한다. 현재 근로자에게 불이익을 줄 수 있다고 간주되는 취업규칙 변경은 노조나 근로자 과반수 대표의 동의를 받도록 돼 있다. 반면 지침에는 판례 등에 근거해 근로자의 동의를 받지 않은 취업규칙 변경이라도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는 경우 예외적으로 변경의 효력을 인정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결국 2대 지침은 사측과 노조 측이 각각 해석하기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무리하게 현장에 적용할 경우 줄소송이 이어질 수도 있다. 과거 통상임금 사태처럼 법적 분쟁으로 번지면 현장에서의 혼란이 더 커질 수 있는 것이다.

이미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정부의 2대 지침을 거부하겠다는 방침을 세우고 소속 산별노조에도 전달했다. 또 2대 지침 폐기를 위해 다음달부터는 집회, 결의대회 등 총력 투쟁에 나설 계획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정부의 2대 지침 취지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보완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일반해고의 경우 지침을 악용한 부당 해고 사례를 근절하는 장치가 필요하다”며 “부당해고 고발위원회를 운영하는 등 공정하고 객관적인 평가가 뒷받침돼야 노사 갈등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