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 도쿄 전력이 매뉴얼을 무시해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초래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도쿄전력은 심각한 ‘노심용융’(냉각수로 핵분열 과정의 뜨거운 열을 식혀주지 못해 원자로 속 핵연료봉이 녹아내리는 현상)을 판단하는 기준이 사내 매뉴얼에 명기돼 있었으며, 이를 참고했다면 쓰나미 발발 3일 만에 대책마련에 나설 수 있었다고 밝혔다.
도쿄전력은 24일 기자회견을 갖고 “2010년 4월 책정된 원자력 재해 대책 방침에 따라 행동했다면 빨리 대처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2010년 도쿄 전력 모든 지부에 배포된 ‘원자력 재해 대책의 방침’ 매뉴얼에는 원자로의 노심 손상 비율이 5%를 넘으면 용융으로 판정해 방사능 유출을 막기 위한 작업에 착수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 이를 사태 발생 5년이 지나고 나서야 발견한 것이다.
도쿄전력은 쓰나미 발생 3일 뒤인 2011년 3월 14일 당시 “후쿠시마 원전 1호기의 노심 손상 비율이 55%, 3호기는 3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보고서를 전달받았으나 “판단할 근거가 없었다”며 노심용융 발표를 지연했다. 도쿄전력은 1~3호기의 노심용융을 같은 해 5월이 돼서야 공식인정했다.
도쿄전력은 24일 기자회견에서 “매뉴얼을 발견하는 데 5년이 걸려 대단히 죄송하다”며 “노심용융 판정 및 공표가 지연된 경위와 원인을 보다 철저하게 조사하겠다”고 설명했다. 니가타 현 지사는 “붕괴를 은폐한 배경과 은폐 지시를 내린 사람이 누구인지 철저히 조사해야 할 것”이라며 고의적인 은폐설을 주장하기도 했다.
피난한 후쿠시마 주민들은 크게 분노하고 있다. 도쿄 전력 후쿠시마 제 1원전사고로 후쿠시마 현에서 니가타 현으로 피난한 이재민 97명은 이날 발표 후 도쿄전력과 정부에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추가 제소했다. 이로써 후쿠시마 사태로 정부와 도쿄전력에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원고 가구는 총 807명에 달한다. 청구금액은 총 88억 7700만 엔으로, 피난민 약 730명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야마가타 지방법원에 청구된 금액을 상회한다. 이들은 정부와 도쿄전력의 늑장대응으로 피난생활을 강요받았다며 1인당 위자료 1100만 엔을 요구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은 이날 “도쿄전력도 정부도 ‘안전 신화’에 사로잡혀 노심 용융이 일어나고 있는 상황에서도 구체적인 준비를 해오지않은 사실이 재차 밝혀졌다”고 지적했다.
지난 3월 11일 도호쿠 대지진의 타격으로 후쿠시마 제 1~4호기는 수소폭발을 일으켰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보고서를 통해 당시 해수를 발빠르게 투입됐다면 노심용융으로 인해 상당량의 방사능 물질이 태평양으로 유출되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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