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정순식 기자] 가계빚이 사상 최대 규모인 1200조를 돌파한 것으로 집계되면서 금리 인하를 둘러싼 논란이 가중될 전망이다.
한국은행이 지난 16일 금리 동결을 결정했지만, 이후 시장의 금리 인하 기대감은 반대로 더욱 고조되는 양상이다. 당시 금리 동결 이후에 3년 만기 국고채 금리가 사상 최저치를 경신하는가 하면어, 글로벌 IB들 또한 한은의 금리 인하 시기가 당겨질 것으로 앞다퉈 전망한 바 있다. 한은 내부에서도 하성근 금통위원이 금리를 0.25%포인트 내려야 한다는 소수의견을 내면서 이런 전망은 더욱 힘을 받고 있는 상태.
하지만 이에 비례해 한은의 고민은 더욱 깊어가고 있다. 이날 발표된 지난해 가계 부채의 총액이 1200조를 넘어서는 등 가계부채의 절대량은 물론 증가 속도 또한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수준으로 치닫고 있어서다.
실제 금리와 가계부채의 증가는 상당한 인과관계를 보이고 있다. 가계신용은 2014년 4분기 1085조2592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28조8177억원이 늘어 역대 최대 증가액을 기록했었다. 2014년 8월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부동산금융 규제가 완화되고 같은해 8월과 10월 한은이 기준금리를 각각 0.25%포인트 인하한 영향이 컸다.
이후 2015년 1분기에는 증가세가 한풀 꺾이는 듯했지만, 3월과 6월에 한은이 다시 기준금리를 인하해 역대 최저금리인 연 1.5%로 내려가자 급증세로 돌아섰다. 2, 3분기 연속 전분기 대비 30조원 넘는 증가세를 보인 뒤, 여신심사 선진화 대책을 앞두고 지난해 4분기부터 미리 대출을 받으려는 수요가 몰리며 또 다시 가계부채의 사상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이와 관련해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가계부채가 지난해보다 둔화할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예년 수준 이상의 증가세는 지속될 것”이라도 내다봤다.
이런 상황에서 금리를 추가로 내릴 경우 가계 부채 증가에 기름을 붇는 꼴이 될 수 있어 한은은 더욱 부담스러운 입장이 됐다. 이에 따라 가계부채 증가세가 힘을 받던 금리인하론에 제동을 거는 계기로 작용할 것이란 의견도 나오고 있다.
더구나 돈을 풀어대는 통화정책 만으로는 경기 부양에 한계가 있다는 점 또한 금리인하를 주저하게 하는 대목이다. 실제 사상 최저금리에도 불구하고 단기 부동자금은 930조를 돌파하며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 중이다. 풀린 돈이 갈 곳을 잃고 정처없이 떠도는 ‘유동성 함정’의 그림자가 엄습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이주열 총재는 그래서 이날 금리 동결 이후 “대외 여건이 불확실한 상황에서는 기준 금리 조정을 신중히해야 한다”며 “우리는 실질금리 수준이나 통화증가율, 유동성 상황 등을 볼 때 현재 정책금리가 경기 회복을 뒷받침하는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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