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운행중 차량 조수석 문 열려 굴러 떨어진 피해자, 뒷차에 치어 사망
- 검찰은 살인 혐의 기소, 대법은 ‘유기치사죄’로 징역 2년형 선고
[헤럴드경제=박일한 기자] 고속도로를 달리던 차량에서 조수석 문이 열려 사람이 굴러 떨어졌다. 얼마 후 그는 뒤에서 오던 차량에 치어 사망했다. 떨어진 사람을 그대로 놓고 가버린 앞선 차량 운전자에겐 무슨 죄가 성립할까? 검찰은 살인 등의 혐의로 기소했지만,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 제1부(주심 김소영)는 차량에서 내리겠다는 피해자 B(54)씨를 고속도로로 굴러 떨어뜨리게 해 사망하게 해 감금치사, 살인 등의 혐의로 기소된 A(58)씨에게 유기치사, 도로교통법위반(사고후미조치)을 적용해 징역 2년형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8일 밝혔다.
A씨는 서울 종로구 홍지동에 있는 B씨 소유 5181㎡ 토지를 개발해 빌라 분양사업을 하려고 했으나 구청은 허가하지 않았다. A씨는 이 토지 중 일부에 대해서라도 계속 개발하기를 원했지만 B씨는 이를 반대했다. A씨는 B씨를 설득할 목적으로 2013년 2월 서울 서대문구 모래내로에서 B씨를 승용차에 태우고, 행주산성으로 가서 저녁을 먹자고 했으나 임의로 목적지를 영종도로 변경해 인천공항고속도로로 진입했다.
B씨는 “영종도는 너무 멀어 가기 싫다. 내려달라. 택시를 타고 집에 가겠다”는 말을 수차례 반복했으나 A씨는 무시하고 계속 달렸다. 둘의 다툼은 더 커졌고, A씨는 차량 안에 있던 소주병을 들어 술을 마시는 등 위험한 행동을 했다.
B씨는 차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조수석 쪽 문을 열었음에도 A씨는 차량을 정차하지 않고 계속 시속 약 40㎞ 정도로 진행했다. B씨는 결국 도로에 떨어졌고, A씨는 그냥 가버렸다. B씨는 떨어지고 1분 30초 후 공항방향으로 운전하던 C씨가 모는 차량에 치여 사망했다.
검찰은 A씨를 감금치사, 살인죄로 기소했다. 차량에서 내리고 싶어하는 피해자를 강제로 태우고 고속도로를 달리다가 몸싸움을 벌였고, 차량에서 추락하면 떨어질 때의 충격이나 뒷 차량에 의해 사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그대로 내버려뒀다고 봤기 때문이다.
1심 법원 판단은 달랐다. A씨를 무죄로 선고했다. 피해자가 하차요구를 계속했는데도 차량에서 내리지 못하게 한 사실을 인정할 만한 직접적인 증거가 없고, A씨와 B씨 사이 의견 차이만으로 B씨를 감금할 동기로 보긴 어렵다는 점 등을 이유로 들었다. 1심은 “A씨의 상황에선 B씨가 사망할 경우 투자 무산으로 오히려 경제적으로 상당한 손해를 입을 수밖에 없었다”며 “감금치사나, 살인 등의 동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2심도 감금치사 및 살인에 대한 1심의 판단을 타당하다고 봤다. 2심 법원은 “운전자 의사와는 무관하게 주행 중인 차량에서 뛰어내리는 행위까지 운전자에게 방지할 책임을 지울수 없다”고 판시했다.
하지만 교통사고 발생 후 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은 점에 대해서는 유죄로 판단했다. ‘유기치사’와 도로교통법의 ‘사고후 미조치죄’를 적용해 징역 2년형을 선고했다.
2심은 “A씨가 예기치 않은 하차로 의식을 잃고 노상에 쓰러진 피해자를 위해 운전자에게 기본적으로 요구되는 조치를 하지 않았다”며 “당시 어두운 고속도로 상으로 주행하는 차량이 있을 수 있음을 감안해 2차 사고를 방지하기 위하여 피해자를 갓길 쪽으로 안전하게 이동시키고 경찰이나 119 등에 신고하는 등의 조치를 취했어야 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2심의 판단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교통사고로 피해자가 발생할 경우 구호 및 신고는 운전자에게 부과된 기본 의무”라며 “운전자에게 그 사고발생에 있어서 고의나 과실 혹은 유책, 위법의 유무에 관계없이 따라야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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