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홍석희 기자] 2월 증시 전망이 극악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사면을 둘러봐도 악재들만 가득하다. 정치적으로는 북한의 미사일 도발이, 경제적으로는 글로벌 경기 침체가 국내 증시 전망을 어둡게 한다. 지정학 리스크에 민감한 외국인들의 ‘탈(脫) 한국’ 가속화 우려와, 사드(THAAD) 배치 논란 영향으로 악화된 중국과의 외교 문제도 한국 증시 전망을 어둡게 만든다.

11일 오전 8시 금융감독원은 진웅섭 원장 주재로 ‘긴급 금융시장 점검회의’를 개최했다. 설 연휴 기간 동안 일본 주가가 7% 넘게 급락했고, 북한의 미사일 발사 등 추가 도발 우려 탓에 이날 금융시장이 충격에 빠질 우려가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 등도 지난 7일과 8일 10일 점검회의를 잇따라 열고 시장 상황을 예의주시 중이다. 금융당국은 지정학적 위험 요소가 높아질 경우 외국인 투자자금의 급격한 유출이 일어날 경우 비상대응계획에 따라 신속하게 대응 할 방침이다.

현실에 닥친 가장 큰 문제는 개성공단 폐쇄다. 남북 평화의 상징으로 받아들여지는 개성공단에 대해 한국 정부가 ‘가동 전면 중단’을 선언하면서 관련 기업들의 주가는 폭락 상황이다. 이날 오전 9시 3분 현재 로만손(-11.64%), 신원(-12.27%), 에머슨퍼시픽(-6.93%), 재영솔루텍(-19.14%), 좋은사람들(-13.16%), 현대상선(-16.12%) 등을 기록중이다. 하루 변동폭이 10%가 넘을 때 발동되는 변동성완화 장치가 개장직후 2분동안 발동됐지만, 급락 사태를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이들 기업들은 대부분 개성공단에 설비 공장을 갖춘 기업들로 당분간 주가 약세가 불가피 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과거 북한 이슈가 발생했을 때는 남북경협주들이 받는 영향은 일회성 이벤트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우리정부가 초강경수를 들고 나오면서 단기적으로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과거 북한 핵실험 등 도발에 대해선 한국 증시가 내성을 보이는 경향이 강했지만, 현재는 한국 정부의 의지가 워낙 강해 공단 기업들의 피해는 중단 기간에 비례해 급격히 늘 것이라는 전망이다. 지난 2013년 개성공단 중단 사태로 인해 개성공단 입주기업 124곳이 입은 피해액은 1조원이 넘는 것으로 집계된다.

국내 경기 상황도 악화 일로다. 관세청에 따르면 한국의 수출액 증감률은 2015년 1월 이후 13개월째 마이너스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수출주도형 경제 구조를 가진 한국이 수출액이 1년 넘게 마이너스를 기록중인 것은 뚜렷한 경기 하강 신호로 시장은 받아들이고 있다. 기업들의 실적 악화도 우려스럽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실적이 시장 전망치에 비해 현저히 낮은(10% 이상) ‘어닝 쇼크’를 기록한 곳은 65%나 되는 것으로 집계됐다. 현재까지 실적 발표가 완료된 상장사 133곳의 실적을 분석한 결과다.

삼성전기, 삼성SDI, LG전자, LG디스플레이 등 전자 부품 관련 기업들은 아예 순손실을 기록했다. 업황악화가 수년째 이어지고 있는 한진중공업, 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 등은 순손실 규모가 추정치를 크게 웃돌았다. 김재은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조선 디스플레이 반도체 등 수출주와 중대형 경기민감주를 중심으로 올 상반기 실적 전망치도 하향 조정되는 추세”라고 말했다.

연휴 기간 동안 글로벌 증시를 끌어내린 가장 큰 이유인 초저유가 상황도 단기간 내에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유안타증권 김광현 연구원은 “연초 급

락 이후 30달러를 전후로 등락하며 회복 조짐을 보이던 유가는 이번 연휴를 통해 재차 연초 이후 30달러가 무너졌고, 공급 과잉 논란이 지속되고 있어 빠른 회복세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내다봤다.

설연휴 동안 한국 정부가 미국과 도입 협상을 처음으로 공식화한 고(高)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사드’ 문제는 향후 중국과의 외교 문제로 비화될 공산도 적지 않다. 일각에선 지난 2000년 초 ‘마늘 파동’ 사태가 재연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당시 한국 정부가 중국산 마늘에 300%의 관세를 부여하자, 중국 정부는 한국의 휴대폰 등 제품 수입을 완전금지 시킨 바 있다. 한국 정부는 이후 마늘 관세를 철폐했고, 이는 중국과의 외교 무역의 뼈아픈 사례로 여전히 회자되고 있다.

수개월째 지속되던 외국인들의 한국 증시 매도 공세가 주춤해진 것은 그나마 희소식 가운데 하나로 분류된다. 외국인들은 2월들어 지난 5일까지 1154억원어치 순매수세를 기록 중이다. 지난달 3조원어치 넘는 한국 주식을 시장에서 팔아치웠던 것과는 다소간 온도차가 느껴지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