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데뷔 2년차 걸그룹 여자친구(소원 예린 은하 유주 신비 엄지)는 지난해까지 동영상 하나로 주목받아 역주행의 아이콘의 된 걸그룹이다. 데뷔 직후 소소한 관심을 받았으나, 연간 300여개 팀의 아이돌그룹이 쏟아지는 가요계에서 존재감을 각인하기란 쉽지 않았다. 정확히 1년 만에 여자친구는 음원차트를 사로잡고, 음악방송에서 1위에 오르는 주인공이 됐다.
여자친구를 따라다니는 수사는 다채롭다.
지난해 1월 15일 ‘유리구슬’로 데뷔한 여자친구는 두 번째 미니앨범 타이틀곡 ‘오늘부터 우리는’으로 ‘파워청순’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었다. 무수히 많은 걸그룹 사이에서 지키고 있는 팀의 정체성 때문이다. 교복 차림으로 소녀다운 모습을 강조하면서도, 역동적인 군무를 선보였다. 소녀 컨셉트의 걸그룹들이 보호보능을 자극했던 반면 여자친구의 정체성은 ‘여자사람 친구’, 즉 옆에 있는 친구들에 가까웠다. 신조어는 나왔으나, 폭발적인 인기를 얻은 것은 아니었다.
여자친구가 주목받은 것은 지난해 9월 강원도 인제 스피디움에서 진행된 SBS ‘박영선 박지선의 명랑특급’ 공개방송 무대 때문이었다. 비에 젖은 무대에 안전장치는 없었다. 여자친구는 흥건히 젖은 미끄러운 무대 위에서 ‘오늘부터 우리는’을 선보이며 무려 여덟 번을 미끄러졌다. 놀랍게도 멤버들은 8번을 넘어져도 8번을 아무렇지 않게 일어서며 춤을 추고 노래했다. 넘어지는 소리가 영상에 담길 정도로 아찔한 무대였으나, 노래를 끝까지 마치고 내려가는 걸그룹의 투혼은 감동까지 불러왔다. 이 영상은 현장에서 무대를 관람한 네티즌이 유튜브에 공개하며 세계적인 화제가 됐다.
급기야 미국 타임지, 영국 미러지 등 외신에 소개됐고, 타임지는 “8번 넘어지는 이 케이팝 가수가 당신에게도 꾸준히 전진할 수 있는 동기를 부여할 것”이라고 전했다. 국내에서도 유명하지 않은 신인 걸그룹이 외신에 소개된 것은 이례적인 일이었다. ‘꽈당 동영상’이 여자친구를 설명하는 한 단어가 된 이유다.
이 영상을 계기로 여자친구의 기적이 시작됐다. 차트 역주행으로 음악프로그램에 소환됐다. 지난해 연말엔 ‘제7회 멜론뮤직어워드(MMA)’, 제25회 하이원 서울가요대상, 제30회 골든디스크 어워즈 디지털음원부분 신인상을 수상했다. 총 3관왕이었다.
가요계에선 여자친구의 성공을 의미있게 바라본다. 데뷔만 하면 탄탄대로가 보장된 대형 가요기획사 소속이 아닌, 소위 ‘흙수저’ 걸그룹의 ‘자력갱생’이었기 때문이다.
2015년의 열기가 가라앉기 전 빠르게 돌아온 여자친구는 지난달 25일 세 번째 미니앨범 ‘스노플레이크(Snowflke)’를 발표했다. 타이틀곡 ‘시간을 달려서’는 발매와 함께 음원차트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태연이 등장하기 전엔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지난 2일 음악방송 MBC 뮤직 ‘쇼챔피언’에선 1위 트로피를 안으며 눈물을 쏟았다. 후보엔 려육과 지코가 올랐다. 앞서 SBS MTV ‘더 쇼’에서도 ‘시간을 달려서’로 1위 트로피를 챙겼다. '음방(음악방송)' 2관왕이다.
중소 기획사 쏘스뮤직에서 길러진 여자친구는 2015년 YG의 아이콘, JYP의 트와이스와 함께 가장 인상적인 신인그룹으로 주목받더니, 이젠 쟁쟁한 선배들과 경쟁하는 독보적인 걸그룹으로의 위치를 점하게 됐다. 팬덤도 점차 늘고 있다. 1년 만에 여자친구를 연호하는 팬들은 200명으로 늘었다. 대세 걸그룹으로 가는 청신호가 켜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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