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증가 아닌 수입감소 때문에 발생 브레이크 없는 불황형 경상흑자 투자위축·고용축소 악순환 고착화 우려

지난해 한국의 경상수지 흑자가 사상 최대를 기록했지만, 시장에선 축포를 쏘아 올리기는커녕 ‘불황형 흑자’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만 커지고 있다.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가 수출 호조에 의한 것이 아니라 수출보다 수입이 더 큰 폭으로 감소하면서 발생했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불황형 흑자 움직임이 확대되면서 이 같은 구조가 고착화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1일 한국은행은 지난해 경상수지 흑자가 2014년(843억7300만달러)보다 25.58% 가량 증가하며 사상 최대인 1059억5510만달러로 잠정 집계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시장 전문가들은 이 같은 기록이 수출과 수입이 동시에 부진한 가운데 수입이 더 크게 감소한 덕분에 나타나는 불황형 흑자라는 점에서 결코 긍정적 신호가 아니라고 보고 있다.

실제 지난해 상품 수출은 5489억3000만달러로 전년(6130억2000만달러)보다 10.5% 감소했지만, 수입은 4285억6000만달러로 전년보다 18.2% 줄어들었다.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막 벗어나기 시작한 2011년과 비교해봐도 수입 감소폭(-23.20%)이 수출(-6.95%)을 크게 웃돈다.

문제는 이런 상황이 지속될 경우 한국의 경제규모까지 축소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이미 지난해 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0.6%를 기록하며 ‘0%대 성장’에 대한 우려를 가중시켰다. 연간 성장률은 2.6%로, 2012년(2.3%)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주저앉았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불황형 흑자에서 시작된 경상수지 흑자가 원화의 평가절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원화 가치가 높아지면 GDP의 주요 구성항목인 수출이 줄어들어 성장세를 둔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도 “수출 부진으로 국내 생산ㆍ투자가 위축되고 고용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저유가 기조가 장기화되면 수입 감소뿐 아니라 플랜트 등 건설 수출에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국제유가(두바이유 기준)가 2014년 연평균 배럴당 96.4달러에서 2015년 51.1달러로 하락함에 따라, 건설 수출이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서비스수지의 적자규모는 12억6390만달러에서 17억110만달러로 확대된 상황이다.

이 연구위원은 “미국 셰일업체의 산유량이 감소하더라도 이란 등 중동 산유국 불안에 따른 증산 효과와 세계 경기 회복 둔화 등의 요인을 고려하면 유가가 배럴당 30달러까지 떨어질 수도 있다”면서 “올해 경상수지가 기저효과로 개선되더라도 전반적으로 지금 같은 상황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한은은 현재 상황을 불황형 흑자로 정의하기는 부적절하다는 입장이다.

전승철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국제유가 하락을 제외하면 경상수지 흑자폭은 703억달러 수준으로 개선된다. 불황형 흑자는 정확한 표현이 아닌 것 같다”면서 “현재 경기 상황이 불황이냐는 여부도 부정확하다”고 설명했다.

강승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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