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달도 똑똑해야 한다. 부동산 공부 많이 한다. 돈 빌려줄 때 일반사람이면 채무계약서 쓰지만 우리는 동업계약서 쓴다. 전과 10범이 뺏은거 아니냐 해버릴 수 있기 때문에 와이프, 엄마, 친동생이나 형, 누나 명의로 한다.”
서울에서 일수와 사채업을 한 40대 조폭 A씨는 이같이 말했다.
형사정책연구원은 25일 전국 교도소와 구치소에서 ‘범죄단체 구성 및 활동’으로 수감 중이거나 전과가 있는 조직폭력배 307명에 대한 심층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를 발표했다.
과거 술집여성 등을 상대로 돈놀이하던 조폭들의 대부업은 카드, 리스차량 등과 결합하며 진화했다. 원정 도박을 따라 해외로 진출하는 한편, 문제가 생기면 소송도 마다하지 않는다.
조폭들이 손대는 대부업은 일수가 시작이다. 목돈을 500만원 정도 빌려주고 푼돈을 7만 5000원씩 매일 받는 식이다. 조폭들은 일수 돈을 어지간해선 떼이지 않는다고 자신했다. 경기 지역에서 자동차대출과 일수를 했던 조폭 B씨는 “술집 아가씨들이 탕치는(도망가는) 경우가 있는데 어차피 우리는 마담이나 업주로부터 대신 받아내니까 떼이지 않는다”며 “건달들끼리는 잘 알아서 안산에서 일하던 애가 수원으로 도망갔으면 그쪽 전화해서 찾으면 쉽게 잡는 편이다”고 말했다.
도박장에서 돈을 빌려주는 일명 ‘꽁짓돈’은 도박판을 벌인 ‘하우스장’이 보증을 서도록 한다. 밤에 이뤄지는 도박판의 특성상 아침 해뜰 때 갚는 일명 ‘햇살꽁지’는 요주의 대상이다. 도박 중독자들의 신원을 파악하기 어려운 만큼 하우스장이 꼭 책임지도록 한다.
꽁짓돈은 해외로도 진출했다. 해외 원정 도박이 마카오 등지에서 열리는데, 한국 사람들이 가지고 갈 수 있는 돈에 제한이 있다는 점을 파고든 것이다. 이런 대부업과 도박의 연결고리는 채권 추심이 어렵다는 한계를 안고 있다. 이에 조폭들은 차량을 담보로 활용한다. 일명 ‘차차차’의 출현이다.
강원랜드 인근에서 자동차대출을 했던 30대 중반 조폭 C씨는 차량을 담보로 하는 대부업의 노하우를 쌓은 뒤 서울 강남으로 진출했다. C씨는 “리스로 람보르기니나 벤틀리 같은 비싼 차를 뽑은 사람이 돈을 빌릴 때, 이 차량을 담보로 잡은 후 하루 150만원씩 리스를 한다. 또는 매매업자에게 팔아버리고 대포차로 만들어서 리스로 지인들에게 빌려준다”고 말했다.
조폭들은 차차차로 받아낸 차량에 문제가 생길 경우 분해한 뒤 해외 바이어들에게 팔아버리는 수법을 쓰기도 했다. 컨테이너에 부품으로 실어 수출한 뒤 현지에서 재조립해 파는 방식이다. 이같은 수법으로 조폭들은 빌려준 돈의 3400%까지 뜯어내기도 했다.
경기불황의 틈을 파고든 ‘내구제’ 대부업도 있었다. 내구제란 ‘나를 구제한다’는 뜻이다. 주로 신용이 나쁘거나 금융기관의 대출을 이용할 수 없는 미성년자들이 할부구매한 스마트폰, 노트북 등을 담보로 ‘IT 전당포’를 통해 돈을 빌려준 뒤 외국으로 팔아 버린다.
부산에서 대부업을 한 20대 초반 조폭 D씨는 “알바나 택시기사에게 다단계 형식으로 단가표에 따라 물건을 모아서 ‘사이공’이라는 조선족 보따리상에게 넘긴다”며 “아이폰 같은 경우 70만원 정도 된다”고 말했다.
신용카드를 이용해 업자와 짜고 물품을 허위로 샀다고 한 뒤 수수료를 제외한 나머지 금액을 현금으로 받는 ‘카드깡’ 역시 변종 대부업이다. 조폭들은 유령회사를 세워 오픈마켓에 진출하고, 홈쇼핑 직원들과 짜고 카드깡 영업을 벌이기도 했다. 연구팀은 카드깡 규모만 최근 3년간 1조원에 달한다고 보고 있다.
또 조폭들은 서류를 조작해 사기대출을 받은 후 고의로 파산신청을 하는 ‘작업대출’을 통해 돈을 벌어들이는 방식으로까지 진화했다. 작업대출은 총책의 주도 하에 모집책, 위조책, 대출실행책으로 역할을 나눠 조직적으로 신속하게 이뤄진다. 모집책이 인터넷 대출광고, 문자광고로 의뢰인을 데려오면 위조책은 계약서를 위조한다. 개인 사업자를 내거나 집 계약서를 만들기도 한다. 그리고 의뢰인과 함께 시중은행들을 돌면서 대출을 받는다. 기록에 올라가기 전에 최대한 대출을 받아내야 해 속도가 생명이다.
김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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