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새 총장 왔으면 수사관행도 바뀌어야지!” 검찰 제시한 녹취록에 불법감청이라며 강한 불만

[헤럴드경제=김현일 기자] 검사로 재직 당시 카지노 슬롯머신 사건을 수사하며 일명 ‘모래시계 검사’로 이름을 날렸던 홍준표(62) 경남도지사가 피고인으로 법정에 섰다.

고(故)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홍 지사는 21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재판에 출석했다. 지난해 7월 불구속 기소된 이후 홍 지사가 법정에 모습을 드러낸 건 이날이 처음이다. 금품전달자로 지목된 윤승모(53) 전 경남기업 부사장도 이날 법정에 출석했다.

심경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 홍 지사는 “정치를 오래 하다 보니 이런 일도 당하는구나 그런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이어 성 전 회장으로부터 돈 받은 사실이 있냐는 질문에 “그건 아주 불쾌한 질문이다. 그런 질문은 하지마라. 난 성완종을 잘 모른다”고 주장했다.

이날 오전 재판에선 검찰이 제시한 윤 전 부사장과 홍 지사 측근 엄모(60) 대학 총장 간의 전화통화 녹취록을 놓고 검찰과 변호인이 공방을 벌였다.

해당 통화내용에는 엄씨가 윤 전 부사장에게 ‘(그 돈은) 다른 사람이 대신 받은 걸로 하자’, ‘변호인을 선임해주겠다’는 등의 회유가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홍 지사 측 변호인은 “2015년 4월 13일 윤 전 부사장과 엄씨 간의 통화는 검사의 관여 하에 이뤄졌다. 게다가 엄씨의 동의없이 녹음이 돼 위법 증거수집이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자꾸 위법이라고 하는데 두 사람의 통화에 검찰은 전혀 개입 안 했다. 상대방 동의가 없었다 하더라도 윤씨 본인이 대화주체로 들어갔기 때문에 녹음했더라도 위법하지 않다”고 맞받아쳤다.

이때까지 양쪽의 주장을 가만히 듣고 있던 홍 지사는 갑자기 재판부를 향해 “피고도 한마디 하게 해달라”며 손을 들었다.

재판부로부터 허락을 받은 홍 지사는 앞에 앉은 검사들을 바라보며 검찰의 수사관행에 대해 강하게 성토했다.

홍 지사는 “나처럼 검사를 하고 정치를 20년 한 사람도 불법감청을 동원해 수사하는데 일반 국민들 상대로는 어떠하겠는가? 총장이 새로 왔으면 수사관행도 좀 바뀌어야 하고 자체 감찰도 해야 한다”며 한때 자신이 몸 담은 검찰에 ‘일침’을 가했다. 격앙된 목소리로 검찰에 대한 비판을 이어가던 홍 지사는 재판부의 제지로 자리에 앉았다.

한편, 홍 지사와 함께 성완종 리스트에 올라 기소된 이완구 전 총리도 지난 5일 결심공판에서 홍 지사와 비슷한 주장을 펼친 바 있다.

최후진술 순서에서 이 전 총리는 “수사 과정에서 검찰이 일부 증거를 조작하는 등의 불합리한 부분이 있었다”며 “국무총리를 역임하고 현직 국회의원인 내게도 이런 수사가 이뤄지는데 일반 국민은 어떠하겠는가”라고 검찰을 강하게 비판했다. 중간중간 ‘검사가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검찰의 존재 이유는 무엇인가’ 등의 격한 표현도 사용했다. 징역 1년을 구형받은 이 전 총리는 오는 29일 1심 선고를 앞둔 상태다.

앞으로 홍 지사에 대한 재판에선 한장섭 전 부사장 등 경남기업 관계자와 홍 지사 측 선거캠프 관계자 등 검찰과 변호인이 신청해 채택된 증인 21명에 대한 신문이 차례로 진행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