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영훈 기자] 유가 하락에 국내 증시에서 ‘오일 머니’이탈도 가속화되고 있다. 특히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 가격은 12일(현지시간) 배럴당 30달러 아래로 떨어졌다. 이는 2003년 12월 후 처음이다.

안 그래도 중국발 시장 불안 등으로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가면서 증시를 짓누르는 가운데 국제 유가의 전례없는 하락세 등 오일머니 유출이 한층 더 가팔라질 환경이 전개되고 있다.

13일 신한금융투자에 따르면 노르웨이,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등 주요 산유국 3개국의 국내 주식 보유 규모는 지난해 11월 말 현재 30조6천98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고점이던 지난 2014년 7월(41조3410억원)에 비해 10조6430억원(25.7%)이나 감소한 것이다.

같은 기간 전체 외국인 투자자의 국내 주식 보유액은 6.5%(460조3070억원→430억1600억원) 주는 데 그친 점에 비춰볼 때 오일머니의 거센 이탈세는 현재도 만만치 않은 수준이다.

이들 산유국은 국제 유가의 하락으로 재정 압박이 커지면서 국부 펀드 등을 통해 해외에 투자한 자금을 빠르게 거둬들이고 있다.

선성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그동안은 원유 수출로 번 오일머니가 해외 증시에 대거 투자됐지만, 최근 저유가로 산유국 재정 악화가 두드러지면서 이를 회수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선 연구원은 “특히 한국은 그간 산유국의 투자 비중이 높았던 만큼 자금 유출 강도도 상대적으로 크게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류용석 현대증권 시장전략팀장도 “유가가 저점을 찍을 때까지 오일머니의 이탈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며 “원유 공급 과잉 우려에 연초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의 종파 갈등까지 격화되면서 유가 하락 압력이 더 커진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저유가로 인한 오일머니 이탈은 가뜩이나 악화된 외국인 수급에 이미 큰 부담을주고 있다.

외국인은 지난 6일 하루 한국항공우주 블록딜(시간외대량매매)로 인한 순매수 전환을 제외하면 지난달 2일부터 이달 12일까지 27거래일 연속 순매도를 지속하고 있다. 이 기간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4조3천억원에 가까운 한국 주식을 팔아치웠다.

역대 최장 순매도 기간은 지난 2008년 6월9일~7월23일의 33거래일이었다.

한편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 가격은 12일(현지시간) 배럴당 30달러 아래로 떨어졌다. 이는 2003년 12월 후 처음이다.

최근 중국 경제의 성장 둔화 조짐으로 원유 수요가 감소할 것이라는 우려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날 미국 뉴욕 상업거래소(NYME)에서 2월 인도분 WTI의 계약 가격은 장중 한때배럴당 29.93 달러까지 떨어졌다. 뉴욕 시간으로 오후 2시 7분 기준 가격은 전날보다 4.1% 낮은 배럴당 30.13 달러다.

원유 가격은 2014년 6월 이후 지금까지 70% 하락했으며, 작년 한 해 동안 30%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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