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원승일 기자] 한국노총의 노사정 대타협 파탄 선언으로 노동개혁이 좌초될 위기에 놓이면서 취업난이 가중되는 ‘고용 빙하기’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지적에 점점 더 힘이 실리고 있다.
실제로 올해 기업 사정은 밝지 않다. 저성장 기조가 고착화되고 있는 가운데 올해부터 시행되는 정년 60세 연장과 맞물려 기업들의 신규 채용문이 더 좁아질 것으로 보인다. 우리 경제의 버팀목이었던 수출마저 내리막길을 걸으면서 주력 산업인 자동차, 철강 업종에도 감원 바람이 불고 있다. 여기에 저출산ㆍ고령화로 성장 잠재력마저 급격하게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고용 악화를 막으려면 결국 기업의 생산과 투자 환경이 개선돼야 하고, 그럴려면 노동 유연화 등 노동개혁이 수반돼야 한다.
그러나 노정 갈등 속에 노동개혁이 겉돌면서 고용절벽이 보다 더 가팔라 질 것이라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진단이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금처럼 기업의 고용 여건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는 노동유연성을 확보하는 노동개혁이 필수과제라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정부가 예산을 투입해 일자리를 인위적으로 만드는데는 한계가 있고, 기업의 일자리 창출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며 “결국 노동개혁이 답인데 정쟁 속에 노동개혁이 후퇴하면 기업의 채용 여력은 더 떨어져 고용 빙하기가 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노사정 모두 고용절벽을 현실로 받아들이고 노동개혁에 매진해야한다고 지적했다. 노동개혁에 실패하면 1997년 IMF 경제 위기보다 더한 위기가 찾아올 수 있다는 경고도 잊지 않았다. 박 교수는 “90년대 IMF 때는 일부 대기업, 금융권의 부실이 원인이었다면 지금은 조선, 기계 등 전방위적 산업이 어려운 총체적 위기 상황”이라며 “그때처럼 위기가 닥쳐서 해결하려면 늦고, 현재의 노동 상황을 직시해 노사정이 이뤄낸 대타협을 이행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감한 구조조정을 통해 성장 잠재력을 높여 양질의 일자리 창출에 주력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단지 일자리 수 늘리기에 급급하다 보면 일자리 불일치(미스매치)에 따른 고용 악화가 더 심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오상봉 한국노동연구원 노동정책분석실장은 중소기업의 근로조건 개선 등 경쟁력 강화를 통해 청년들이 갈 만한 일자리 창출을 주문했다. 오 실장은 “현재 청년 취업자 수도 비정규직 등 질 낮은 일자리 위주로 늘고 있다”며 “단지 취업자 수를 늘리는 정책보다 강소 중소기업 육성 등 일자리 질을 개선하는 문제가 시급하다”고 설명했다.
바이오, 전기차 등 신 성장산업으로의 재편도 시급한 과제다. 조선, 철강, 자동차 등 기존 주력 산업들은 이미 중국과의 경쟁에서 밀리기 시작했고, 미래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은 “진행 중인 기업 구조조정을 토대로 주력 산업의 틀을 새로 짜고, 신 성장산업 육성에 나서야 한다”며 “정부도 성장잠재력 확충을 정책의 중심에 놓고 기업 연구개발(R&D) 투자를 늘리면서 지식집약형의 고부가가치 산업에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