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면가왕’‘슈가맨’등 작년만 15편 설파일럿 ‘신의 목소리’ 등 예고 예능PD들 “폭넓은 시청층 확보” 음치 주인공 ‘너의 목소리…’ 등 복고·대결·추리 공동 키워드 속 트렌드·신선한 포맷 성공지름길

“흥이 많은 민족이잖아요. 한국 사람치고 노래를 듣고 부르는 걸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까요?”

음악예능 프로그램을 연출하는 PD들의 공통된 답변이다. 그 덕에 우후죽순 쏟아지다 지난 한 해 15편 이상의 ‘음악예능’이 방송됐다.

서바이벌 오디션 형식의 프로그램(SBS ‘K팝스타5’, KBS2 ‘톱밴드3’, Mnet ‘슈퍼스타K7’, ‘쇼미더머니4’, ‘언프리티 랩스타’, ‘헤드라이너’, ‘식스틴’)을 비롯해 2015년 히트 예능 ‘복면가왕’(MBC)을 필두로 시즌제 프로그램(MBC ‘나는가수다’, JTBC ‘히든싱어’)이 돌아왔다. 장수 음악예능 ‘불후의 명곡’(KBS2)에 신규 프로그램 ‘투유 프로젝트-슈가맨’(JTBC)도 등장했다. 지상파 방송3사와 음악채널 엠넷에서 방송하는 가요 순위 프로그램에 고전적인 음악방송 형식인 ‘유희열의 스케치북’, ‘콘서트 7080’, ‘가요무대’(이상 KBS)까지 더하면 숫자는 더 늘어난다.

올 설에도 명절 파일럿으로 음악예능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현재 SBS가 ‘신의 목소리’, ‘판타스틱 듀오’를 준비 중이다.

▶왜 ‘음악예능’일까=음악예능이 가장 성황이었던 때는 오디션 프로그램 초창기 시절과 직업 가수들이 서바이벌 경연을 벌이는 ‘나는 가수다’가 등장했을 때다. 이후 수많은 음악예능이 명맥을 이어왔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오디션이 인기를 모았던 초창기의 반응이 워낙에 뜨거웠기 때문에 오디션 열기가 꺾인 이후 시들한 느낌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면서도 “집중도가 높아, 보고 있으면 빠져들고 음악을 통해 소소한 재미를 안기기 때문에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고 했다.

예능PD들은 “음악은 예능 프로그램의 영원한 소재”(윤현준 JTBC CP)라고 말한다.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바로 ‘음악과 예능’이라는 것이다.

대부분의 예능 프로그램에선 음악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히 높아졌다. ‘무한도전’(MBC)은 2년에 한 번씩 여는 가요제를 통해 음원 차트의 순위를 다시 쓴다. 관찰 형식의 예능 프로그램에는 60분 내내 무수히 많은 음악이 담긴다. 음악을 통해 출연자들의 상황을 설명하고, 스토리를 만든다. 음악 자체가 프로그램을 구성하는 요소가 됐다. 그러다 아예 주인공이 된 상황이다.

예능PD들은 “음악예능은 대박이 나오지 않더라도 평타 이상은 나오는” 시청률을 담보한 프로그램이라고 입을 모은다. 거기엔 “폭넓은 시청층을 확보할 수 있는” 음악의 힘이 컸다.

음악예능의 성공법칙=성공한 음악예능엔 세 가지 공통 키워드가 등장한다. 복고, 대결, 추리다. 8090 음악을 통해 ‘복고’ 정서를 불러오고, 모창가수 대 원조가수, 음치 대 실력자, 복면 쓴 출연자들이 ‘대결’을 벌인다. 이 과정에서 복면 뒤의 얼굴, 통 안에 숨은 진짜 가수, 슈가맨의 정체와 노래제목, 음치를 ‘추리’하는 형식이다. “음악을 바탕으로 추리와 게임 등 흥미진진한 예능적 요소가 들어가니 많은 시청자들이 매력을 느낀다”(조승욱 JTBC CP)고 관계자들은 파악했다. 현재 방송가의 트렌드와도 일맥상통한다.

또 프로그램들은 저마다의 독창성을 가진다. ‘히든싱어’는 “90분간 한 가수의 음악세계를 데뷔부터 현재까지 훑어가는 또 다른 형태의 트리뷰트쇼”(조승욱 PD)로의 차별점이 있고. ‘너의 목소리가 보여’(Mnet)는 음치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기발한 발상이 돋보인다.

‘복면가왕’은 편견없이 출연자들의 목소리를 평가한다. 아이돌 가수들의 가창력이 재평가받고, 활동이 뜸했던 스타들에게 무대에 설 수 있는 ‘기회의 장’을 제공한다. 잊혀졌던 노래도 다시 불린다. 프로그램의 민철기 PD는 “대체로 8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의 노래를 많이 선곡한다. 많은 세대들이 알고 있는 곡이라야 공감대가 커진다”고 말했다.

‘슈가맨’은 한 시절을 풍미했다 사라진 가수를 무대에 세우고, 그들의 노래를 후배가수가 리메이크한다. 이른바 ‘역주행송’이다. ‘슈가맨’의 윤현준 CP는 “음악은 생각보다 세대차가 크다. 10대부터 40대까지 자리한 세대별 방청객을 통해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다시 부른 노래를 통한 공감이 확장될 수 있는 음악쇼로 기획”한 것이 ‘슈가맨’이라고 설명했다. 이들 프로그램이 소화하는 노래는 아이돌 일변도가 된 음악시장에서 소외된 30대 중반 이후 세대들의 음악적 갈증을 해소한 부분이 적지 않다.

결국 트렌드를 간파하되, 프로그램만의 독창성을 갖는 것이 가장 중요한 성공법칙이다. “음악을 어떻게 버무려 요리하느냐”(윤현준 CP), “어떤 코드를 잡아 강조하느냐”(민철기 PD)의 문제다.

오는 설 특집 파일럿으로 방송될 음악예능 후발주자인 SBS ‘보컬 전쟁:신의 목소리’도 컨셉트가 명확하다. 프로가수와 일반인부터 연예인까지 참여할 수 있는 아마추어가 무대에서 본격 ‘대결’을 벌인다. 기존가수가 자신의 곡으로 새로운 무대를 꾸민다는 점에서 ‘음악예능’의 복고 정서도 가미됐다. 또 하나의 성공 노하우인 ‘발굴’의 법칙도 간과하지 않는다. 프로그램을 연출하는 박상혁 PD는 “음악예능이 성공하기 위해선 새로운 스타가 나올 만한 요소를 염두해야 한다”고 말했다. ‘슈가맨’ 역시 매회 사라졌던 가수를 실시간 검색어에 올린다. ‘신의 목소리’ 역시 “기존 가수들의 색다른 모습을 발견하고, 새로운 스타로 발굴할 수 있느냐를 염두해 기획했다”(박상혁 PD)고 한다.

방송가에선 ‘음악예능’의 공급은 올해에도 계속될 것으로 전망한다. “음악이 예능의 주제로 활용된 것은 오랜 시간은 아니었다. 단지 음악만이 아닌 예능 프로그램이기에 적당한 긴장감과 오락성을 가미한 다양한 버전의 프로그램이 나올 것”(박상혁 PD)이라고 보고 있다.

고승희 기자/


sh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