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함영훈 선임기자] 아메리카 대륙이 문명을 입기 시작하던 때 개척자와 원주민 간의 처절한 싸움이 있었다. 원주민의 희생이 커지는 만큼 저항도 거셌고, 양측은 구역을 따로 정해서 사는 봉합과정을 거쳐, 일정한 룰에 따라 상대방을 인정하면서 공존의 길로 접어든다.
지난(至難)한 과정을 거친 개척자들은 새 지명을 정할 때 원주민들의 정서를 고려할 수 밖에 없었다. 미국만 하더라도 인디언 부족명이나 원주민들이 오래도록 쓰던 지명을 그대로 주 이름으로 채택하는 경우가 전체 주의 절반을 넘는다.
네브래스카, 노스다코타, 메사추세츠, 미네소타, 미시간, 미시시피, 미주리, 아이다호, 아이오와, 아칸소, 알래스카, 애리조나, 앨라배마, 오리건, 오클라호마, 오하이호, 와이오밍, 위스콘신, 유타, 일리노이, 캔자스, 켄터키, 코네티컷 등 27개주 이름이 그렇다.
일리노이는 원주민 부족 이름 ‘일리노우엑’에 유래됐다. 그곳을 첫 탐험한 프랑스들이 ’부족의 남자‘를 뜻하는 접미사 ‘노이(-ois) ’를 붙였다.
오클라호마는 인디언 언어로 ‘붉은(호마) 사람들(오클라)’이라는 뜻이다. 개척자 백인들이 원주민들을 통칭하던 표현(Red People)이다. 상징적으로나마 ‘원주민의 땅’임을 백인이 인정한 대표적인 지역이다.
평화는 그렇게 만들어지고 있었다.
오클라호마는 로키산맥의 그늘에 해당하는 대평원으로 강수량이 적고 키 작은 풀이 자라기 때문에 개발의 손길이 비교적 덜 닿아 자연상태를 오래도록 유지했다.
오지의 평화는 그러나 최근 6년간 4배나 증가한 지진 때문에 다시 위협받고 있다. 인명피해가 적지 않았음은 물론이다. 새해 벽두에도 이곳에 규모 4.2의 지진이 발생했다는 소식이 지구촌에 타전됐다.
지진은 인재(人災)였다. 지하 3~4km 지점의 셰일 지층에서 석유를 얻기 위해 고압으로 암반을 깨는 수압파쇄 추출법을 무분별하게 시행하면서 지각의 안정을 해쳤기 때문이라고 한다. 셰일을 경제의 희망으로 여기던 미국 정부도 유정의 점진적 폐쇄 방침을 밝혔다.
무자비한 신대륙 개척때의 처절함과 무분별한 개발의 비극이 오버랩된다.
우리나라도 1980년대엔 지진이 16차례에 불과했지만, 2000년대 들어 45차례나 발생했다고 한다. 지질학, 기상학적 자연 변수가 뚜렷하지 않음에도 빈도가 3배나 늘어난 것이다. 금도를 넘는 개발과정에 환경을 파괴하는 일은 없는지 보다 과학적으로 살펴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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