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금리는 벌써 들썩 1200조 가계 빚, 우리 경제 뇌관 우려 한계기업비중 15.2%...재무건전성 악화 가능성
[헤럴드경제=정순식ㆍ황혜진ㆍ강승연 기자]미국 금리인상으로 국내 시중금리가 오르면 부채 비중이 높아 한계에 달한 기업과 가계는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다.
특히 1200조원을 달하는 가계부채가 가장 큰 문제다.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오르면 이자 부담은 연간 1조7000억원 늘어난다. 또 0.5%포인트 오르면 3조4000억원 증가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상대적으로 고금리로 운영되는 제2금융권 및 대부업체 등에서 돈을 빌린 사람들은 그 부담이 더 클 수밖에 없다.
미국의 금리인상에도 불구, 한국은행은 당장 기준금리 인상을 고려치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준금리 인상은 내년 하반기께나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최근 국내 시중은행들의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이번 미국 금리인상으로 주택담보대출 금리의 상승폭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주택담보대출 기준금리로 이용되는 코픽스는 11월 신규취급액 기준 1.66%로 전월보다 0.09%포인트 올랐다.
은행별로 살펴보면 우리은행의 일시상환방식 주택담보대출 평균 금리는 9월 3.21%에서 11월 3.43%로 0.22%포인트 상승했고, KB국민은행은 3.21%에서 3.41%, 신한은행은 2.94%에서 3.10%로 올랐다.
새누리당 경제상황점검 태스크포스(TF) 단장인 강석훈 의원은 “미국의 금리가 1%포인트 인상되면 현재 양국의 금리 차이가 1.5%포인트이므로 우리 기준금리도 2.5% 수준까지 상승할 수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보수적으로 보면 향후 1년간 금리 인상 수준이 0.25%포인트 정도로 매우 작을 것으로 본다. 반대로 공격적으로 금리를 인상하면 1년 내에 약 1.5%포인트 이상 올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강 의원은 “미국 금리가 향후 1년 내에 1%포인트 이상 증가한다면 이는 가계부채나 한계기업 등에 상당한 충격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러한 금리 상승 가능성에 대비해 정부가 각종 정책을 시행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했다.
▶가계 부채 1200조시대…이자 부담 눈덩이= 올해 3분기말현재 가계부채는 1166조원으로, 연내 1200조원을 돌파할 공산이 크다.
미국 금리인상 속도가 가팔라질 경우 가계부채가 우리경제의 뇌관이 될 우려가 높다.
실제로 한국은행이 지난 6월 말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에서 2014년 가계금융·복지조사를 토대로 가계부채에 대한 스트레스 테스트를 실시한 결과 금리 인상과 주택가격 하락이 강하게 이뤄질 경우 가계 부문의 부실위험이 비교적 큰 폭으로 증가했다고 진단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금리가 2%포인트 오르고 주택가격이 10% 하락하는 복합 충격을 가정해 가계 부문 부실위험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 위험가구가 보유한 부채(위험부채) 비율이 19.3%에서 32.3%로 13.0%포인트나 상승했다.
한은은 이 경우 자영업자는 물론 고액자산가나 빚을 내 집을 산 자가 거주자도 빚을 갚지 못할 위험이 상대적으로 커질 것으로 분석했다.
미 연방준비제도 위원들의 금리 전망을 익명으로 기록한 ‘점도표(dot plot)’에 따르자면 내년 4차례 금리인상과 함께, 현재 제로(0) 금리 수준인 기준금리가 최종적으로 3.5%로까지 오를 것으로 관측된다.
점도표가 그대로 실행될지는 알 수 없지만 현 시점에서의 단순 추정에 따르자면스트레스 테스트상 국내 기준금리의 2%포인트 상승 시나리오가 과도한 가정인 것만은 아닌 셈이다.
인구구조 변화 등의 요인으로 주택가격이 하락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점까지 고려하면 가계부채의 잠재 위험 증가가 상당함을 시사하는 부분이다.
▶주택대출금리 3%대 속속 진입…2%대 상품 '실종'=시중은행들은 지난 4월부터 2%대로 유지하던 대출금리를 최근 일제히 큰 폭으로 올리고 있다.
17일 은행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의 코픽스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 상품의 금리 수준은 현재 연 3.11~4.47%다.
이는 한 달 전인 지난달 16일(연 2.89~4.25%)보다 0.22%포인트 오른 것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한 달 전에는 우대금리가 적용되면 2%대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수 있었지만 이제는 우대금리 혜택을 보더라도 2%대가 나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의 같은 상품 금리는 지난달 2.97~4.72%에서 현재 3.17~4.76%로 한 달 새 0.2%포인트 올랐다.
이밖에 KEB하나은행은 3.00~4.70%에서 3.07~4.77%, NH농협은행은 2.86~4.26%에서 3.05~4.35%로 오른 금리로 코픽스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 상품을 팔고 있다.
시중은행 중에는 KB국민은행만 아직 2%대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국민은행도 2.87~4.18%에서 2.96~4.27%로 금리 자체는 상승 흐름을 보였다.
이러한 추세라면 다른 은행과 마찬가지로 국민은행의 밴드 하단 금리가 내달 중3%를 넘을 것으로 보인다.
은행들은 미국 금리 인상이 임박한 이달 들어 대출금리를 조금씩 올리고 있다.
이에 앞서 대부분의 시중은행들은 지난달 5년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 상품의 금리를 연 3%대로 올린 바 있다.
KB국민은행의 주택담보대출 5년 고정금리 상품은 지난달 연 3.23~4.53%로 3%대를 돌파했다.
우리은행의 5년 고정금리 상품도 지난달 연 3.17~4.76%를 기록했다. 신한은행의 같은 상품은 연 3.16~3.56%였다.
시중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올리는 것은 시중금리 변동에 민감한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가 올랐기 때문이다.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시장금리 상승 영향으로 11월 1.66%를 기록, 전월인10월(1.57%)보다 0.09%포인트 뛰었다. 이는 지난 1년 새 가장 큰 폭의 증가세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 개인금융팀 정희수 팀장은 “시장금리가 상승세로 돌아서고 미국이 내년까지 1%포인트가량 정책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상돼 은행 대출금리도 조금씩 올라갈 가능성이 크다”며 “금리가 조금씩이나마 계속 오르고 비거치식 분할상환을 유도하는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이 시행되면 실수요자가 아닌 사람들이 주택담보대출을 받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한계기업, 재무건전성 급속악화 불가피=미국의 금리인상에 따른 한국경제의 또 다른 뇌관은 영업이익으로 부채도 감당하지 못하는 이른바 ‘좀비기업’으로 불리는 한계기업이다.
한계기업이란 통상 3년 이상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도 채 갚지 못하는(이자보상비율 100% 미만) 기업을 말한다.
외부감사를 받는 비금융법인 중 한계기업 비중은 2009년 12.8%에서 작년 말에는15.2%로 급격히 늘었다.
작년 말 현재 한계기업으로 분류된 3천295곳 중 73.9%(2천435개)는 과거에도 한계기업으로 분류된 적이 있는 만성적 한계기업, 이른바 ‘좀비기업’이었다.
미 금리 인상에 따른 국내 금리 인상은 좀비기업에는 생명줄을 끊어놓는 독약이될 수 있다.
이들 기업의 빚은 이자 부담을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 되면 부실채권으로 전락하고 은행의 건전성에 직격탄을 가하게 된다.
특히 장기침체에 빠진 조선, 해운, 철강, 건설 업종을 중심으로 기업부실이 확산될 것으로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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