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페이스북의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인 마크 저커버그와 그의 아내 프리실라 챈이 보유주식의 99%인 52조원을 기부하기로 해 화제가 됐다. 역사상 최대 규모로 기부의 잭팟이 터진 것이다. 나이 서른하나에 엄청난 재산을 모은 것도 놀라운 일인데, 모은 재산의 대부분을 기부하기로 했다니 더욱 놀랍다.
그의 기부 선배는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인 빌 게이츠다. 빌 게이츠와 그의 아내 멀린다는 오래 전 공익재단을 만들어 질병퇴치 등의 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이들의 기부정신은 세계 여러 곳에서 확인되고 있다. 세계 15위의 부자인 중국의 마윈도 지난 해 3조원의 거금을 기부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알왈리드 빈 탈랄 왕자도 전 재산 320억불을 기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세상엔 세 부류의 사람이 있는 것 같다. 첫 번째 부류는 마크 저커버그와 같은 ‘기부의 신’으로서 천문학적인 규모로 기부하는 사람이다. 두 번째는 가진 것은 그리 많지 않지만 기부행렬에 동참하는 서민 기부천사들이다. 노점, 지하철 청소, 공장 막노동 등으로 평생 모은 5억5000만원 상당의 재산을 기부한 할머니도 있고, 30년간 나물장사하며 모은 4억5000만원 상당의 주택을 선뜻 기증 하고 옥탑방으로 이사간 할머니도 있다. 세 번째는 가진 것에 비해 기부가 인색한 사람이다. 회삿돈이나 직원들의 봉급을 털어 의례적인 연말 성금을 내고 어떻게든 자식에게 기업을 물려주기 위해 편법증여를 시도하는 재벌들이 이 부류에 속한다.
대한민국의 기부랭킹은 어느 정도일까? 저커버그나 빌 게이츠에 견줄 신화적인 자산가가 없으니 맞비교하긴 어렵지만, 가진 재산 대비 기부액의 비율을 대충 따져 봐도 그 수준이 턱없이 미미하다는 점은 확실하다. 힐튼, LEGO, H&M, 월마트, 스타벅스 등의 글로벌 기업들은 기부활동이 활발하지만, 한국의 글로벌 기업은 제품의 브랜드 가치에 비해 기부액이 턱없이 초라한 수준이다.
필자가 알고 있는 유엔기구의 한 고위인사는 “한국은 글로벌 기업은 있으나, 글로벌 기부는 없다. 글로벌 기부에 관한 한 한국은 개도국 수준에 머물러있다”고 혹평했다.
한국정부가 2009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개발원조위원회(DAC)에 가입해 매년 국민총소득(GNI)의 일정비율을 개도국을 위해 지원하고 있지만 그에 비해 민간기업의 기부활동은 매우 미미하다.
그러나 희망은 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설립한 1억원 이상 고액기부자클럽인 ‘아너소사이어티’의 누적기부액이 2007년 12월에 출범한 이후 8년 만에 1000억원을 돌파했다.
구세군 자선냄비에 수년째 거액을 익명으로 기부해온 얼굴 없는 천사도 있다. 해남, 청주, 부여, 울산, 평택, 여수 등 전국 각지에서 서민 기부자들이 줄을 잇고 있다. 부자들이 못 하는 일을 서민들이 해내고 있는 것이다.
문득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한 저명인사의 강의대목이 생각난다. 그는 “기부란 윈윈(win-win) 게임이 아니라 윈-원-윈(win-win-win) 게임이다”라고 했다. 본인에게도 득이 되고 상대방에게도 득이 되고 사회에도 득이 되는 ‘일거삼득’이라는 것이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했는데, 기부를 한 사람은 하늘이 도운다고도 했다. 연말연시 기부의 계절이 돌아왔다. 한 해를 마감하면서 기부를 통해 각자 마음속에 사랑과 행복의 난로를 하나씩 장만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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