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이태원 경리단길 허름한 도심서 예술가들 거점으로 변신 ‘물 좋다’는 입소문에 카페·식당 줄이어 50만원 임대료 5년새 300만원대 폭등

임대료가 저렴한 구도심에 스튜디오, 갤러리, 공방 등 예술가들의 거점이 생기면 자연스레 문화인들이 즐겨찾을 만한 카페, 식당들이 줄이어 문을 연다. 이후 그 동네는 ‘물이 좋다’고 입소문 나고 더 많은 카페와 식당들이 너나 할것 없이 뛰어든다.

이 과정에서 임대료가 오르고 결국 원주민과 예술가들이 떠나는 부작용이 나타난다. 이른바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 현상이다.

이 현상을 겪고 있는 대표적인 곳이 경리단길이다. 서울 지하철 6호선 녹사평역 2번 출구에서 녹사평대로를 따라가 보면 회색 담장에 둘러싸인 국군재정관리단(옛 육군중앙경리단)이 나온다. 그 길로 그랜드하얏트서울호텔까지 연결되는 골목길이 바로 ‘이태원 경리단길’이다.

골목마다 이국적인 색채가 짙은 가게들이 쭉 늘어서 있다. 좁다란 골목에서는 다가구주택 등을 상가로 리모델링하는 공사도 여기저기서 진행되고 있다.

그곳에서 만난 한 주민은 “젊은이들이 몰리고 경리단길 상권이 주목받으니 도로와 골목 구석구석까지 가게들이 들어서면서 상가 개발이 한참 붐이었던 적이 있었다”고 했다.

경리단길에서 부동산 중개소를 운영하는 강모 씨는 “경리단길은 입지조건이 좋다”며 “버스나 지하철로 서울 중심지인 명동이나 광화문까지 5~10분 이내에 갈 수 있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과거엔 용산 미군부대 영향으로 발길이 뜸한 ‘달동네’ 이미지가 강했지만 소규모 상점이 모여 들면서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고 했다.

동네가 좋아진 것은 환영할만 하지만, 그 속에 아픔이 있다.

강 씨는 “월 임대료를 5년전과 비교해보면 전용면적 33㎡기준 50만~60만원 하던 임대료가 지금은 300만원 대로 상승했다”며 “워낙 경쟁력이 있다보니 권리금 역시 2000만~3000만원에서 지금은 억대까지 올랐다”고 전했다.

경리단길에서 작은 공방을 운영하는 이모 씨는 “지역이 뜨니 상가는 한정돼 있고 임대료가 오르는 건 당연시 됐다”며 “건물주가 부르는 게 값이라 이번에 재계약은 했지만 또 오르면 나갈 수 밖에 없다”며 한숨을 쉬었다. 이 씨는 “또 다른 가게는 건물주가 임대료를 올리면서 재연장이 불가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쫓겨난 집도 있다”고 귀띔했다.

결국 임대료 문제로 초기 상권을 이룬 일등공신(?)인 상인들이 떠나고 떠난 자리에 비슷한 업체들이 몰리면서 지역의 활기와 개성은 사라지고 있다.

게다가 이들이 옮겨간 지역에서도 또 한번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발생할 조짐이 보인다면 뜨는 동네 이면의 악순환은 반복될 것으로 보인다.

최원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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