팥에는 탄수화물 뿐 만 아니라 단백질과 비타민 A, B1, 칼슘 등 몸에 좋은 성분들이 많다고 한의사들은 말한다. 특히 우유보다 100배나 많은 철분이 함유돼 임산부에게 좋고 인슐린 분비를 촉진시켜 당뇨를 고치는데에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조상들이 동지(冬至)에 팥죽을 먹는 데에는 이같은 건강 상의 이유 외에 붉은 색이 나쁜 기운을 쫓는다는 믿음도 작용했다. 동네 곳곳에 뿌리기도 했으니 말이다. 붉은 색은 태양을 상징한다. 동지는 1년중 밤이 가장 긴 날이기에, 팥의 붉은 기운으로 세상이 밝아지기를 바라는 마음이 동지팥죽 속에 있다.
양력 12월 22~23일쯤인 동지가 지나면 서서히 일조량이 늘어난다. 동양인들이 동지를 ‘작은 설’로 부른 이유는 광명(光明)의 부활, 새 출발 시점으로 여겼기 때문이다.
나라 사이에 동지사라는 외교사절을 교환하며 인사를 나눈 것에도, 동지를 지나면 잇빨이 더 생겨 한 살 더 먹는다(冬至添齒:동지첨치)고 여긴 점에도 새로운 해 맞이라는 뜻이 담겨있다.
크리스마스(Christmas)는 ‘그리스도의 미사(Christe Maesse)’이다. 이는 낮이 길어지기 시작하는 날을 기념한 고대 로마의 ’정복 당하지 않는 태양의 탄생일‘ 축제와 연관이 있다.
로마 콘스탄티누스 황제가 313년 크리스트교를 공인한 뒤, 예수(Christ) 탄생의 의미를 기존의 태양 의식(maesse)에 얹어 성탄 축제로 발전시켰다는 것이다.
동지는 희망이다. 그러나 동지를 기점으로 한 새 출발이 녹록치는 않다. 여름에 삼복이 있듯, 동지를 지난 스무이레 동안 혹한기인 ‘삼구(三九)’를 맞는다.
동지 팥죽은 건강을 챙기고 주변의 난맥상을 걷어내겠다는 의지에 그치지 않고, 초반 난제들을 잘 해결하라는 실천적 요구까지 담고 있다.
함영훈 선임기자/
abc@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