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비 · 주행성능 향상 공기저항 극복에 달려…글로벌 자동차브랜드 에어로다이내믹 디자인 경쟁에 사활
2011년 개봉돼 관객 747만명을 기록한 영화 ‘최종병기 활’의 마지막 장면. 청나라의 장수 쥬신타(류승룡 분)와 들판에서 맞대결을 하게 된 남이(박해일 분)는 동생 자인을 가운데 두고 활로 서로를 겨눈다. 도무지 계산이 되지 않는 바람마저 거세게 불자 쥬신타는 남이에게 “바람을 계산하느냐? 바람마저 널 도와주지 않는구나”라며 조롱한다. 순간 정적이 흐른 뒤 화살은 쥬신타의 목에 박혔고, 남이는 이렇게 말한다. “바람은 계산하는 것이 아니라 극복하는 것이다.”
바람에 민감한 것은 비단 화살만이 아니다. 자동차의 디자인도 결국은 바람과의 싸움이다. 물체가 이동할 때 이동 방향과는 반대로 흐르는 공기의 힘, 이른바 ‘공기저항’을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따라 자동차의 연비와 주행성능 등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에너지 소비를 줄이고 환경 친화성을 높이는 연비의 중요성이 높아지는 요즘, 완성차 업체들은 공기저항을 줄이고 또 이를 극복하기 위한 공기역학(Aerodynamicㆍ에어로다이내믹) 디자인에 사활을 걸고 있다.
▶공기저항을 극복한 디자인, 車가 달라져=28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공기저항은 자동차 속도의 제곱에 비례한다. 특히 자동차의 속도가 80㎞/h를 넘어가면 그 영향력이 엄청나다. 부분별로 공기저항 정도를 좌우하는 영역을 구분해 보면 자동차의 외관이 40%, 휠과 차량하부 쪽이 각각 30%, 20%의 몫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차량의 높이(전고)를 낮추고, 차체의 선과 사이드 미러, 램프까지 공기의 흐름에 방해되는 부분을 섬세하게 조종하는 설계, 즉 에어로다이내믹 디자인이 필요하다.
물론 유입되는 공기의 양과 방향을 통제하는 각종 첨단장치도 장착된다. 차량 하부에 장착되는 언더커버(Undercover)는 엔진 등의 주요 부품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지만 차체의 파인 공간을 막아 공기의 흐름을 원활하게 해준다. 공기 유입을 제어하기 위한 또 다른 장치인 휠 디플렉터(Wheel Deflector)는 바퀴 앞쪽에 부착돼 타이어가 받는 공기저항을 줄여준다.
현대차 관계자는 “자동차의 공기저항 기술은 연비와 승차감 외에도 동력 성능, 엔진 냉각 및 브레이크 성능, 공력 소음 감소, 환기 및 성애 제거 등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범위보다 더 많은 부분에 직ㆍ간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전했다.
▶디자인의 힘, 동급 최저 공기저항계수 신형 쏘나타=지난 25일 코엑스 B2홀에서 열린 쏘나타 모터쇼 현장에서 현대차는 7세대 LF 쏘나타에 적용된 혁신 기술을 모니터를 통해 소개했다. 해당 동영상 속에는 짧지만 눈에 띄는 한 장면이 있었다. 바로 신형 쏘나타의 공기저항계수(Cd). 현대차는 신형 쏘나타가 6세대 쏘나타의 Cd 보다 얼마나 향상됐는지를 나타내면서 함께 ‘독일 경쟁차’와 ‘일본 경쟁차’를 비교했다. 현대차 자체 실험 결과 7세대 신형 쏘나타의 Cd값은 0.27로 전작인 6세대 쏘나타(0.29)는 물론 파사트(0.29), 캠리(0.28) 보다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 공기저항을 받는 정도를 측정해 0에서 1 사이의 수치로 표시하는 공기저항계수는 0에 가까울수록 저항을 적게 받는 것을 의미한다.
신형 쏘나타는 콘셉트 스케치 단계부터 공기저항을 고려했다. 우선 스타일을 최대한 살리면서 공력(공기역학) 성능을 최대한 유지하기 위해 기존 YF 쏘나타 대비 라디에이터 그릴 경사각을 세웠다. YF 쏘나타 하이브리드의 경우 공기저항계수가 무려 0.24로 동급 경쟁차 가운데 최저 수준이다. 또한 트렁크 리드(트렁크 덮개 윗부분) 길이를 늘리고 끝단이 올라간 디자인을 적용해 공기저항과 고속 주행 안정성을 동시에 개선했다. 공기역학적으로 최적화된 언더커버도 적용됐다.
실험은 450억원을 들여 현대차 남양연구소에서도 비싼 연구시설로 분류되는 풍동실험실에서 주로 이뤄졌다. 아파트 3층 높이인 8.4m의 송풍기로 태풍 매미(최대 풍속 216㎞/h)와 맞먹는 시속 200㎞의 바람도 가능하다.
▶국내 완성차도, 에어로다이내믹 디자인에 사활=기아차의 경우 출시되는 모든 차종에 휠 디플렉터를 탑재하고 있으며, 언더커버의 경우도 K3 이상 차급 대부분에 적용돼 있다. 지난 2012년 출시된 K3는 공기저항계수 0.27, 2013년 선보인 K3 쿱은 0.29를 기록했다. 한국지엠의 전기차 스파크EV의 라디에이터 그릴이 막혀 있는 것도 마찬가지다. 대신 아래 통풍구 부분에 공기 흐름을 조절해 공기역학을 개선하는 에어로 셔터 (Aero Shutter)가 장착돼 있다. 스파크, 아베오 등 해치백 차량에 달린 스포일러(뒷날개)도 세단과 달리 뒷부분이 급격하게 꺾이는 해치백 특유의 와류를 막기 위한 장치이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에 주력하는 쌍용차는 세단 중심의 차량을 생산하는 다른 업체보다 공기저항계수가 좀 더 높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쌍용차는 “차체 설계 과정에서 쌍용차만의 디자인 정체성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에어로다이내믹 디자인을 고려한다”고 전했다. 르노삼성도 디자인팀과 기술담당자들이 협업을 통해 꾸준히 공기저항을 극복하고 있다.
물론 공기저항이 적다고 무조건 좋은 차량은 아니다. 슈퍼카처럼 고속 주행 시 많은 차량은 차가 바닥에 깔려서 가도록 아래로 눌러주는 다운(Down) 저항을 적절하게 고려해 디자인하고 있다.
김대연ㆍ신동윤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