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후반 2년 동안 검찰을 이끌어갈 김수남 검찰총장이 2일 취임했다. 김 총장은 취임사의 상당부분을 법 질서 훼손 범죄에 대한 엄정한 대응에 할애했다. 그는 “폭력 시위 행태가 용인의 한도를 넘어섰다”, “선동ㆍ비호 세력까지 철저히 수사하겠다”, “체제전복 세력 원천봉쇄” 등 강한 어조를 써가며 단호한 의지를 내비쳤다. 김 총장의 발언은 박 대통령이 지난달 광화문 민중총궐기대회 직후 국무회의에서 쏟아낸 강경한 언급에 대한 화답으로 들린다. 항간에는 김 총장이 TK(대구ㆍ경북) 출신인데다 수원지검장 시절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 내란 음모ㆍ선동 사건을 말끔하게 처리한 점을 인정받아 총장에 발탁됐다는 얘기가 나돈다. 그런 김 총장이 5일로 예정된 2차 시위 대응을 최우선과제로 삼겠다고 하니 벌써부터 ‘코드맞추기형 공권력 행사’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다.

폭력시위 엄벌은 굳이 검찰이 앞장서지 않아도 경찰이 알아서 대처하고 있다. 차벽 설치가 과잉대처라는 비판마저 일고 있지 않은가. 이 보다 김 총장이 바로 세워야 할 것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이다. 내년에는 20대 총선이, 내후년에는 19대 대선이 치러지는 만큼 그 어느 때 보다 중차대한 과제가 아닐 수 없다. 전임 김진태 총장은 정치적 독립성에서 높은 점수를 받지 못했다. ‘정윤회 문건’, 성완종 리스트 수사 등에서 청와대의 가이드라인을 따랐다는 비판이 많았다. 포스코 및 자원외교 수사에서도 ‘하명수사’, ‘표적수사’ 시비에 휘말리기도 했다. 신임 김 총장은 정치적 고려로 수사력을 낭비하고 국민의 불신을 자초하는 전철을 밟지 않길 바란다.

그간 정치 중립 논란을 낳을 수 있거나 수사팀 내부의 의견이 엇갈리는 사건에 대해 법원 변협 교수 등 외부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수사 협의 기구’를 만들어 영장 청구, 기소 여부를 논의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김 총장이 이 방안에 전향적이라니 다행스럽다. 차제에 검토해야 할 것은 변협이 제기한 검사평가제다. 지금은 피의자에게 부당한 압력ㆍ회유가 있거나 인권침해가 발생해도 제어할 방법이 마땅치 않았다. 이런 전근대적 수사 방식으로 최근 10년간 자살한 사람이 100명에 달한다. 법원평가제가 고압적 재판 분위기를 변화시키고 판사들의 경각심을 높이는 역할을 한 것처럼 검사평가제도 잘만하면 검찰의 신뢰를 끌어올리는 자극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김 총장이 취임사에서 인용한 논어의 ‘태이불교 위이불맹(泰而不驕 威而不猛ㆍ태산 같은 의연함을 갖되 교만하지 않아야 하며, 위엄은 있되 사납지 않아야 한다) 정신에도 부합하지 않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