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홍석희 기자] 한국거래소 지주사 전환이 국회 정무위원회와 금융위원회, 금융투자협회(금투협) 등 제3자 주도로 급물살을 타고 있지만 정작 증권사들은 이 과정에서 ‘왕따’되고 있다. 증권사들은 한국거래소의 지분 100%를 가지고 있는 주주들이다. 지주사 전환은 매각이 진행중인 KDB대우증권과 현대증권의 인수에도 영향을 미칠 공산이 크다. 금투협의 증권사 대표성 여부에 대해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1일 국회 정무위원회와 한국거래소 등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정무위 여야는 거래소의 지주사 전환을 주요 골자로 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개정안 처리에 합의했다. 합의 사항은 정무위 법안심사소위와 전체회의,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 본회의 등 의결 절차를 거쳐 최종 입법될 예정이다.
해당 법안은 거래소를 영리 활동이 금지된 지주사를 만든 다음, 하위 자회사로 유가증권시장, 코스닥시장, 파생상품시장 등을 둘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핵심으로 한다. 정무위 야당간사 김기식 의원실 관계자는 “현재 자본시장법은 법안소위에 계류중이다. 오늘 중으로 상임위 회의 일정이 잡힌 것은 없다”고 밝혔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거래소의 주주들인 증권사들의 의견 수렴 절차가 생략됐다는 점이다. 지난달 27일 황영기 금투협 회장이 국회 정무위에 출석 증권사 입장을 전달했으나 황 회장이 증권사들의 입장을 대표할 수 있느냐에 대해선 여러 시각이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증권사들의 회비로 협회가 운영되고 있다. 각 증권사들의 주주권 행사에 대해서도 황 회장이 이를 대표할 수 있느냐는 좀 더 따져볼 문제”라고 말했다.
핵심 쟁점으로 부상했던 상장 차익의 사회 환원 문제는 ‘추후 논의’ 사항으로 남겨뒀다. 거래소가 독점적 시장지위를 확보했기 때문에 거둬들인 차익에 대해 일각에선 ‘1조원 환원’ 논란까지 제기되면서, 쟁점을 뒤로 미루는 타협안에 여야가 합의했다. 증권업계에선 지난 2007년 3월 합의된 3700억원 환원(거래소 2000억원+주주사 1700억원) 안이 유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거래소의 지주사 전환은 매각이 추진중인 대우증권과 현대증권의 매각 성사 여부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증권사들이 보유한 거래소 지분 가치평가 및 사회환원 규모에 따라 증권사의 평가 가치도 달라질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산업은행은 오는 21일 KDB대우증권 매각의 본입찰을 진행키로했다. 오릭스PE가 인수하려 시도했던 현대증권도 거래소의 지분 3.12%를 가지고 있다.
거래소 일각에선 지주사 전환이 정치적 셈법으로 맞바꿔졌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부산 지역구 의원들이 주축이 돼 만든 자본시장법 개정안(이진복 대표발의)은 여당이 급한 사안이고, 대부업 최고금리를 낮추는 방안은 야당이 급한 사안이니 두 법안을 주고 받는 여야의 ‘빅딜’이 있었다는 지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