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진원 기자] 지난 7월 대법원은 C어학원 소속 원어민 강사 24명이 학원을 상대로 낸 퇴직금 청구소송에서 원고 승소 확정 판결을 내렸다.

이들은 “구체적인 지휘ㆍ감독을 받는 등 사용 종속관계에서 영어강사로 근무하다가 퇴직했으므로 근로기준법이 정한 근로자에 해당한다”며 주휴수당, 연차휴가 근로수당, 퇴직금 등의 지급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어학원 측은 프리랜서 계약이지 근로계약이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1ㆍ2심 재판부와 대법원은 “원고들은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장에서 근로를 제공한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므로 원어민 강사들에게 근로기준법 소정의 퇴직금과 주휴수당 등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처럼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며 집단행동에 나서는 원어민 강사들이 늘고 있다. 온라인을 통해 비공개 그룹을 만드는 한편 학원을 상대로 소송을 벌이기도 한다.

지금까지 학원가에서는 원어민 강사를 노동법상 근로자로 보지 않아 근로기준법이 정한 각종 수당을 주지 않는 일이 적지 않았다. 그동안 말 못하고 피해를 참아온 원어민 강사들이 집단행동을 통해 권리 찾기에 나선 것이다.

영국에서 온 원어민 강사 A씨는 “지난해 ‘돈이 없다’고 둘러대던 학원장이 8주치 월급이 밀린 상태에서 갑자기 해고 통지를 했다”고 토로했다.

A씨는 “퇴직금을 받으려면 노동위원회에 구제 신청을 했어야 하지만 회화강사(E2) 비자는 계약 기간을 채우지 못하면 2주 안에 출국해야 하는 탓에 돈을 받아 내지 못했다”고 하소연한다.

호주 출신 원어민 강사 B씨는 지난해 11월 국내 모 어학원과 1년짜리 근로계약 맺었지만 3달도 되지 않아 쫓겨났다.

B씨는 학원이 건강보험, 퇴직연금 등 사회보장 혜택을 제공하는지 확인하고 한국에 들어왔다. 하지만 막상 들어와 보니 B씨는 사회보장 혜택을 받을 수 없는 특수고용 형태인 ‘개인사업자’로 등록돼 있었다.

B씨는 “학원장에게 보험과 연금 얘기를 꺼내자 ‘앞으로 또다시 보험과 연금을 달라고 요구하면 불복종에 관한 손해배상 2000만원을 지급하겠다’내용을 계약서에 적고는 내게 서명하라고 윽박질렀다”고 전했다.

A씨와 B씨는 부당하게 불이익 받는 것을 도저히 참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원어민 강사들은 페이스북 페이지 ‘LOFT’ 등을 통해 머리를 맞대고 해결책을 모색하기도 한다. 이들은 일부 어학원들이 E2 비자 소지자들을 상대로 하는 부당 노동 행위를 성토한다.

또 근로계약을 맺고서도 ‘직장가입자 자격 취득신고’를 하지 않고 보험료와 연금액 50%씩을 지원하는 의무를 다하지 않는다고 공통으로 지적한다.

LOFT 측은 “임금체불이나 갑작스러운 해고 통보 등의 문제를 호소하는 원어민 강사들이 많다”면서 “집단 행동, 외교채널, 한국 정부에 대한 탄원 등을 통해 반드시 피해구제의 방법을 찾아 볼 예정”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법조계 관계자는 “어학원들이 계약서를 일반적인 근로계약의 내용과 다르게 작성했다 하더라도 실제 근로기준을 따져 판단하는 만큼 소송전으로 갔을 때 원어민 강사들이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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