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 경제=서지혜 기자] #.서울 목동에 사는 김미향(48ㆍ가명) 씨는 수능을 앞두고 경기도의 한 용하다는 점집을 찾았다. 벌써 세번째 수능을 보는 아들 때문이다. 점집에서는 13만 원에 부적을 그려줄테니 아들이 시험장에 갈 때 몸에 지니고 가면 된다고 조언했다. 점집에서는 “부적이 효능이 있으려면 불공도 함께 드리는 게 좋겠다”며 10만 원 이내의 불공도 권했다. 수능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초조한 부모들이 점집과 철학관을 찾고 있다.
자녀의 사주를 보며 올해는 합격할 수 있는지를 물어보는 데서 그치지 않고, 10만~20만 원을 호가하는 부적을 만드는 등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자녀의 ‘수능 대박’을 기원하고 있다.
고3 딸을 둔 이형은(54ㆍ가명) 씨도 11일 오전 평소 친하게 지내던 학부모들과 전화통화를 한 후 곧장 서울의 한 용하다는 점집에 전화를 걸었다. ‘수능 합격’ 부적이 있다는 소문을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해당 점집에서는 “부적을 그리려면 하루이상이 필요한데 오늘 그리면 내일까지 완성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차라리 불공을 드리는 게 어떻겠느냐”고 말했다.
현재 시중에 파는 부적은 대개 5만~10만 원 선인데, ‘합격’을 결정해준다는 부적은 15만 원 안팎이다.
특히 일부 점집에서는 ‘수능시험날 운을 좋게 해주는 부적’ ‘가진 실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해주는 부적’ ‘올해의 운을 올려주는 부적’ 등 다양한 종류의 부적을 만들어 팔기도 한다. 합격을 좌우하는 운과 학업실력을 향상시켜주는 운 등 모든 행운이 다르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온라인을 통해 부적을 홍보하는 상당수의 점집에서도 ‘수능 부적’을 홈페이지나 블로그 상단에 띄우고 부적을 소개하는데, 수능에 대비하기 위한 부적만 해도 서너가지에 달했다.
기자가 직접 전화해 본 한 점집에서는 “일부 학부모들은 절박한 심정에 해당 부적을 모두 한꺼번에 구매하기도 한다”며 “원래 성적이 낮았다면 하루만에 성적이 좋아지지는 않을테니 ‘학업진취부적’을 구입하는 게 좋겠다”고 권하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매년 수능철에는 수험생 부모들의 간절함을 이용한 갖가지 부적 판매 상술이 판을 친다”며 “판례상 5만~10만원대 부적의 경우 관습에 가까워 사기에 해당하지 않지만, 터무니 없이 과도한 금액을 요구하거나, 이 부적이 없으면 낙방한다는 등 불안심리를 조성해 강매한 사실이 드러날 경우 협박ㆍ사기 등의 혐의로 처벌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비용이 과도하면 사기로 처벌받을 수 있지만, 현실적으론 비용의 적정한 선을 규정하기는 힘들다.
실제로 지난 7월 무속인이 여성에게 접근해 “남자친구에게 떼인 돈을 받을 수 있게 해주겠다”며 400만 원 상당의 현금과 금품 등을 가로챘지만 법원이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
그렇다면 부적을 몸에 지니고 수능시험장에 입실할 수 있을까.
교육부 관계자는 “전자기기가 연동된 게 아니고, 부정행위로 간주될 만한 상황이 아니라면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휴대전화를 비롯해 스마트워치, 스마트밴드, 디지털카메라, MP3플레이어, 전자사전, 전자계산기 등 모든 전자기기는 시험장 반입이 금지된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