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한희라 기자]“아침에 커피가 마시고 싶어서 지갑을 챙겨 집을 나섰는데 비가 오더라고요. 제가 ○○커피를 좋아해서 비 오는데도 집에서 10분이나 걸어서 거기까지 갔어요. 그런데 이 카드는 그 집에서 할인이 안된다는 거에요. 다른 카드사는 다 되는데. 분명히 되는걸로 알고 있는데. 화가나서...”

A카드사 콜센터에 전화를 건 회원은 필요없는 하루 일과까지 상담원에게 털어놓으며 20분 넘게 전화를 끊지 않았다. 긴 불만을 쏟아낸 끝에 결론은 원래 있는 서비스를 없애 불편을 줬으니 금전적 보상을 해달라는 것이었다.

콜센터 직원이 “부가서비스 의무 유지기간에 제휴 혜택을 취소하면 문제가 있지만, 상품이 리뉴얼되면서 부가서비스를 축소한다고 이미 공지를 했다”고 설명했지만, 이 회원은 “다른 사람도 피해를 입었을 것이다. 온라인에서 피해자를 모으고 금융감독원에도 고발하겠다”며 계속 억지를 부렸다.

카드사 콜센터 상담직원들이 이같은 블랙컨슈머(Black Consumer)의 등쌀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특히 업계에 따르면 카드사들이 어떠한 정상적인 수단으로도 해결이 불가능한 블랙컨슈머를 위로(?) 또는 입막음(?)하기 위해 업체별로 연간 많게는 1억원 가량의 비용을 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카드사들 블랙컨슈머 응대에 억대 비용=카드업계에 따르면 말도 안되는 생떼를 쓰는 블랙컨슈머에 들어가는 비용이 연간 많게는 1억원 이상 적게는 5000여만원이 넘는다. 물론 이 비용은 카드사별로 다르다. 대게는 회원수에 정비례한다. 회원수가 많으면 비용도 더 많이 나갈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실제 B카드사의 경우 블랙컨슈머 대응 비용으로 연간 1억원 이상을 쓰고 있으며, C카드사는 연간 5800만원 가량을 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카드사들은 블랙컨슈머 응대 비용을 따로 전산관리하고 있지만, 일부 카드사는 블랙컨슈머의 경계를 정확히 나눌 수 없다는 이유로 산정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C카드 관계자는 이와 관련 “억지 보상을 요구하는 고객에 대해서는 매뉴얼에 따라 단호하게 대처한다”며 응대 비용을 단 한푼도 쓰지 않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매뉴얼에 따른 단호한 대처가 현실에서는 쉽지 않다면서 실제로는 상당한 비용이 들어가고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블랙컨슈머의 기준이란 게 명확히 없다. 크게 보면 그들도 다 고객이기 때문이다. 블랙컨슈머에 대한 보상액수를 정확히 산정하지 못하는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면서 “회사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답이 안나오는 고객의 경우 결국 수용 가능한 범위에서 적당히 마무리할 수 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말꼬리 잡기, 불완전 판매 탓하기, 외로움 호소하기 유형도 다양=블랙컨슈머의 유형도 다양하다. 애초부터 문제 해결을 원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상담원의 말실수를 꼬투리 잡아 한참을 얘기한 후 “시간을 허비하고 전화비도 나갔다. 정신적 피해도 크므로 보상해 달라”고 요구하는 경우가 전형적 사례다.

또 카드사 이벤트 기간에는 설명이 불충분해서 당첨이 안됐다며 이벤트 티켓을 내놓으라고 생떼를 쓰는 블랙컨슈머가 등장하기도 한다. 서비스 불만을 단도직입적으로 얘기하지 않고 주저리주저리 떠들며 상담원을 말상대로 여기는 외로운 호소형도 있다. 하지만 이들 역시 결론은 보상이다.

블랙컨슈머가 활개를 치자 최근 카드사들도 각종 대응방안을 내놓고 있다. 지난달 KB국민카드는 콜센터 직원에게 욕설과 성적 모욕을 준 회원을 고발하기도 했다. 이는 국내 금융사로서는 처음있는 일이다.

현대카드의 경우 지난 2013년부터 ‘블랙컨슈머 관리 프로세스’를 운영하고 블랙컨슈머를 ‘블랙리스트’에 올려 전담직원이 대응하도록 하고 있다. 월 평균 3회 이상 전화, 평균 30분 이상 통화, 5만원 이상 피해보상 요구, 금감원 민원 제기 협박, 1회 이상 폭언 등이 블랙컨슈머의 대표적인 특성으로 분석됐다.

한편 대표적 감정노동자인 콜센터 직원을 보호하기 위한 카드사들의 노력도 점차 커지고 있다.

KB국민카드는 대전 콜센터에 정신 상담가를 배치하고 게임 등을 할 수 있는 힐링 공간을 마련하는가 하면, 롯데카드도 고객관계관리(CRM)센터에 휴식 공간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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