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기훈ㆍ박수진ㆍ양영경 기자] 지난 22일 박근혜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의 청와대 5자회동이 여야 입장차만 확인한 채 마무리됨에 따라 향후 정국도 급격히 얼어붙을 것으로 보인다. 여야는 회담 시간의 40%를 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에 할애했으나 서로 ‘절벽’같은 암담함만 확인했다.
회동 뒤 “거대한 절벽을 마주한 것 같은 암담함을 느꼈다”는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의 짧은 소회는 19대 마지막 정기국회의 험로를 예고한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도 “비슷한 심정”이라고 맞받았다. 역사교과서 국정화가 정국의 ‘블랙홀’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하는 분위기다.
국정화 저지에 명운을 건 새정치연합이 장외투쟁을 강화하고 정부와 여당이 다음달 3일 확정 고시로 국정화를 강행하면 민생은 후순위로 밀릴 수밖에 없다. 경제활성화 법안, 노동개혁법안, 한중 FTA(자유무역협정) 비준안 처리 등 현안마다 여야가 격돌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여야 원내대표ㆍ정책위의장ㆍ원내수석부대표가 만나기로 한 ‘3+3 회동’도 험로가 예상된다. 야당은 당장 개최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종걸 새정치연합 원내대표는 23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3+3회동은 어려울 것 같다. 다음주에도 사정이 변경이 없는 한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밝혔다. 이 원내대표는 “너무 많은 민생현안들이 있다. 지도부의 원활한 협상과 만남이 있어야 할텐데 이런 절벽같은 국회 운영에 있어서 지혜를 발휘하기가 어렵다”며 부정적 시각을 내비쳤다.
김정훈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야당과 협상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쟁점 현안은 쟁점대로 협상하고 국제의료사업지원법 등 청와대 회동에서 의견을 좁힌 부분은 조속히 처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어제(22일) 문 대표도 국회일정을 중단하거나 예산심사를 거부하지 않겠다고 하지 않았냐”며 “역사교과서는 역사교과서고 민생은 민생이다. 국민이 어려운데 연계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원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에서도 “어제 논의된 것을 토대로 시급히 처리해야 할 각종 법안ㆍ예산안 심사ㆍ선거구 획정 등을 계속 논의해서 합의 이끌어내겠다”고 밝혔다.
국정화와 관련해 원 원내대표는 “새로운 역사교과서는 좌도 우도 아닌 사실에 근거한 중립ㆍ균형ㆍ올바른 역사 교과서”라며 “단 1페이지도 써 내려가지 않은 역사교과서에 대해 친일이니 독재이니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종걸 새정치연합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전날(22일) 회동에 대해 “청와대는 애초부터 어떤 합의도 할의사가 없었다”며 “야당과 타협하지 않고 향후 정국을 강경 드라이브로 몰고 갈 것을 확인했다”고 비판했다.
이 원내대표는 경제활성화와 노동개혁에 대해서도 여권의 인식과 평행선을 달렸다. 이 원내대표는 국회 계류 중인 경제활성화법안에 대해 “박 대통령은 ‘3년을 호소했지만 아무런 성과가 없어 답답하다’며 야당이 법안 처리를 저지하고 있는 것으로 잘못 알고 있다”며 “한중 FTA에 대해서도 과다 추산된 경제효과만 강조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박 정부는) 정국파탄을 향해 ‘치킨게임’을 감수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이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 뒤 열린 의원총회에서도 “협상을 해 봐야 기본적인 시작조차 힘든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이대로 당할 수는 없다. 다시 전열을 정비해야 할 것 같다”며 강경한 대여 투쟁을 예고했다. 또 그는 “나는 완벽하게 옳고 너희들은 다 틀렸다는 (박 대통령의) 독선적 태도, 그것 하나 확인한 것이 이번 회담의 성과라고 본다”고 했다.
야당 역시 민생을 강조했지만 여당과 바라보는 지점이 달랐다. 전병헌 새정치연합 최고위원은 이날 회의에서 “여야ㆍ국민의 힘을 민생에 모으려면 국정교과서가 제거돼야 한다”며 “교과서 국정화 중단이 경제활성화에 출발이자, 민생의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전 최고위원은 이어 “반대여론이 급증하는 국정화 문제는 서로 다름을 존중하고 천천히 논의해도 늦지 않다”며 “이것(반대여론)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독선이고 독재의 길”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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