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배문숙 기자]‘역사 교과서 파문’으로 공전을 거듭하던 국회가 가까스로 내년도 예산안 심의에 착수하면서 국회 안팎에서 벌어지는 예산 전쟁도 뜨겁게 달아 오르고 있다. 특히 정부가 ‘증세없는 복지’의 원칙 아래 유사ㆍ중복 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나서자 지자체 등이 크게 반발하면서 예산안 심의의 뇌관으로 떠오르고 있다.

국무총리실 산하 사회보장위원회에서는 각 지자체가 자체 예산으로 실시하는 사회보장 사업 5891개 중 1495개를 유사ㆍ중복 사업으로 규정해 정비 작업에 착수한 상태다. 대표적인 사업은 보육교직원 처우개선비와 시간연장형 어린이집 보조교사 수당, 장애인활동 추가 지원, 청각 장애인수화통역센터 운영 지원, 한부모 가족 지원 등으로 대규모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상태다.

[사진출처=헤럴드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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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지자체 관련 기관들은 이런 방침이 현실을 감안하지 않는 숫자 위주의 탁상행정이라며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강원도의 경우 446억원에 달하는 109개 사업이 유사ㆍ중복 사업으로 분류돼 사회보장사업 정비방안에 포함됐며 반발하고 있다. 대전시는 이 정비방안을 적용할 경우, 26개 사업 204억원에 달하는 복지예산 삭감이 불가피하다며 재고를 요구했다.

지자체 90여 곳의 효도수당이나 장수수당 같은 노인수당도 구조조정의 대상에 올라 관련 지자체들이 반발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인센티브나 국고보조금 삭감 등의 방법으로 지자체에 노인수당을 정비하도록 유도하고 있어 지자체와 갈등을 빚고 있다.

노인수당은 매달 혹은 분기나 반기, 명절 등에 정기적으로 지급되는 수당으로, 보통 10만원 이하의 금액이 지급된다. 복지부는 노인 수당이 중앙정부의 기초연금과 중복되는 사업이라고 보고 ‘과잉복지’ 해소를 위해 지자체에 폐지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특히 내년도 누리과정(만 3∼5세 무상보육) 예산 편성을 둘러싼 중앙과 지방정부 사이의 논쟁이 뜨겁다. 어린이집 누리과정은 과거 복지부가 담당했으나 지난해 부처가 교육부로 단일화하면서 시도교육청이 유치원은 물론 어린이집 예산도 부담하게 됐다.

각 교육청은 어린이집 지원사업비의 국고지원을 요청했으나 정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양측의 대립과 갈등은 첨예했다.

누리과정은 지난 정부에서 교육계의 요구와 관계부처 협의, 법령 개정 등을 거쳐 2012년부터 지방교육재정에서 부담한 사업으로 교육감의 누리과정 예산 편성은 법령상 의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교육감들은 누리과정을 정부에서 책임져야 한다며 관련 교육재정교부금을 활용한 관련 예산편성을 아예 하지 않겠다고 강경하게 맞서고 있다.

또 내년부터 ‘아르바이트생’이나 ‘취업준비생’ 등에게 월 50만원의 청년수당을 지급하겠다고 밝힌 서울시의 행보에 복지부가 제동을 걸지 관심이 쏠린다. 복지부는 이미 비슷한 성격을 지닌 서울 성동구청의 실직 청년 대상 지원 제도에 대해 ‘수용불가’ 결정을 내린 바 있기에 서울시의 청년수당 제도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낼 가능성이 크다.

만약 서울시가 복지부와 협의 절차를 거치지 않고 시행한다면 행정자치부가 개정을 추진 중인 지방교부세법 시행령 개정안의 적용을 받아 교부세 감액이라는 패널티를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oskymoo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