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함영훈 선임기자] “과거의 일이 옳은지 그른지도 알지 못하고서야, 현재의 일이 옳은지 그른지를 어떻게 알 수 있겠는가.” (旣往之是非不能知:기왕지시비불능지, 則目前之是非何得知也:즉목전지시비하득지야)

역사를 어떻게 기록해야 과거를 정확히 알고, 현재를 진단하며, 미래를 준비하는지에 대한 논란이 한창이다. 조선 효종때의 충신인 고산 윤선도<사진>는 임금에게 올리는 ‘국시소(國是疏)’라는 상소문을 통해 과거에 대한 올바른 기록이 왜 중요한지를 말해준다.

한국고전번역원 허윤만 연구원은 22일 ‘과거를 바로 아는 것’이라는 제목의 대국민 이메일고전명구 칼럼에서 윤선도의 ‘국시소’을 인용, 올바른 역사 기록의 가장 큰 목적은 ‘시비 분별’을 위한 것이라는 사실을 강조했다.

‘나라의 올바른 정신적 기틀’(국시)을 연상케 하는 제목의 이 상소 내용은 선조 때 정여립의 모반 사건인 이른바 ‘기축옥사(己丑獄事)’에 연루돼 죽은 호남의 이름난 유학자 정개청(鄭介淸)에 대한 신원(伸冤:복권을 통해 가슴에 맺힌 원한을 풀어냄)을 주장하는 것이다.

당시 기축옥사는 단순한 모반 사건의 처리를 넘어서서 서인(西人)들이 집권당인 동인(東人)들을 제압하고 정권을 잡는 정치적 수단으로 악용됐고, 그 와중에 수많은 무고한 선비들이 억울하게 목숨을 잃었다.

선조 다음 왕인 광해군은 정개청 제자들의 스승 복권 주청을 받아들여 전라도 함평(咸平)에 그를 배향한 서원 설립을 윤허하기도 했다. 하지만 인조반정(仁祖反正)으로 서인 세력이 다시 정권을 잡자 정개청 서원 설립은 끝내 철폐되고 말았다. 이에 윤선도가 이 ‘국시소’를 올렸다.

“과거의 일이 옳은지 그른지는 알기가 쉽고, 현재의 일이 옳은지 그른지는 알기가 어렵습니다. 어째서 그런가 하면 과거의 일은 자신들과 관련되어 있지 않고 그 실상이 이미 다 드러나 있지만, 현재의 일은 자신들과 관련되어 있고 그 실상이 채 드러나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런 까닭에 옛사람들은 과거의 일이 훌륭한지 아닌지, 옳은지 그른지를 반드시 분별하려고 했으니, 그 저의(底意)는 아마도 현재의 일이 훌륭한지 아닌지, 옳은지 그른지를 반드시 분별하려는 데에 있었을 것입니다. 무엇이 훌륭한지 아닌지도 분별하지 못하고, 옳고 그름이 서로 뒤바뀌어 버린다면 어떻게 나라를 다스릴 수 있겠습니까.”

윤선도는 시비의 분별을 과거를 정확히 평가하려는 이유로 적시했다. 하지만 윤선도는 이 상소로 인해 당시 집권당인 서인들로부터 탄핵당해 벼슬자리에서 쫓겨나고 말았다.

허윤만 연구원은 “역사는 현재를 비추는 거울”이라는 말이 있는데, 윤선도가 말하고자 한 핵심 역시 과거 역사를 제대로 알아야 현실 정치를 제대로 알 수 있다는 것”이라면서 “그런데 요즘 보면 거꾸로 현실 정치의 명분이나 기준에 맞춰서 과거 역사를 입맛대로 재단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어 안타깝다”고 일갈했다.

그는 “역사에 대한 분별 기준이 절대적인 ‘옳고 그름’이 아닌, 상대적인 ‘이해관계’가 되어버린다면 언젠가 우리는 무엇이 옳은 역사인지도, 무엇이 그른 역사인지도 제대로 분간하지 못하는 신세가 될지도 모른다”면서 “우리는 최소한 우리 후손들에게 무엇이 진정으로 ‘올바른’ 역사인지 자랑스럽게 가르쳐 줄 수 있는 그런 조상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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