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한석희ㆍ황혜진 기자] 오는 30일부터 은행 계좌이동제가 시행되면서 ‘800조원 통장전쟁’이 시작됐다. 계좌이동제는 금융권에도 결합상품 바람을 불어 넣고 있다. 휴대폰을 바꿀 때 마다 통신사를 갈아타는 이들을 붙잡아 두기 위해 여러 상품을 묶고 또 묶는 것처럼 은행들도 여러 상품을 한 데 묶는 작업에 한창이다. ‘우대금리’ 제공이라는 우산 아래 통장, 적금, 대출, 카드, 자동이체 등을 한데 묶어 버리는 것이다. 사실상 은행도 결합상품 시대가 된 셈이다.

하지만 여기엔 맹점이 하나 있다. 자칫 잘못해 통장을 갈아 탔다가는 이자 폭탄을 맞을 수 있다는 것이다. 여러 상품이 한 데 묶여 있기 때문에 하나만 슬쩍 뺐다가는 기존의 부가 서비스는 물론 우대금리까지 모두 ‘제로 베이스’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일각에서 충성스런 집토끼를 키우기 위한 은행권의 결합상품이라는 전략적 선택이 오히려 소비자 선택권을 가로 막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최근 수수료 면제 범위를 가족까지 넓힌 상품을 내놓았다. 주거래 고객의 금리ㆍ수수료 우대 혜택을 대폭 늘린 ‘온(溫) 패키지 상품’은 가족 구성원이 월 50만원 이상 급여이체, 월 30만원 이상 신한카드 결제, 공과금 자동이체, 30만원 유동성계좌 잔액 유지 등을 모두 충족하면 본인을 포함한 가족 구성원 최대 5명에게 금리와 수수료 혜택을 준다. 통신사들의 ‘온가족 결합상품’이 금융상품으로 진화한 셈이다.

하나금융그룹은 KEB하나은행, 하나금융투자, 하나카드, 하나생명, 하나캐피탈, 하나저축은행을 한 데 묶은 ‘하나멤버스’로 승부수를 던졌다. 6개 계열사 금융거래 실적에 따라 차등적으로 하나머니를 지급하는 방식이다. 특히 하나머니는 보험 신규 또는 불입, 대출이자, 수수료 납부, 환전, 카드 결제 등 각종 금융거래에서 현금처럼 쓸 수 있다는 정점이 있다. 게다가 신세계, OK캐시백, 230만개 하나카드 가맹점에서도 현금처럼 이용이 가능하고, 하나머니를 1만점 이상 적립하면 ATM에서 현금으로 뽑아 쓸 수도 있다.

김정태 하나금융회장은 이에 대해 “계좌이동제에 대비해 하나멤버스를 하나·외환은행 통합 전부터 구성해왔다”며 “타 업종과 글로벌 가맹점과의 융합을 꾀해 강점을 더욱 키워나갈 방침”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우리은행은 주거래은행을 우리은행으로 옮기면 통신비, 관리비 등을 낼 잔액이 부족하면 자동으로 마이너스 통장으로 전환돼 연체위험을 피할 수 있는 서비스를 내놓았으며, KB국민은행과 NH농협은행 등도 월급통장과 카드, 대출 등을 한데 묶은 주거래 고객 전용 상품을 내놓고 집토끼 사냥에 나서고 있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계좌이동제로 주거래 고객을 옮길 경우 우대금리와 다양한 혜택을 주는 것처럼 포장하고 있지만, 여러 상품이 한데 묶여 있어 자칫 잘못 주거래 은행을 바꿨다가는 오히려 손해를 보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기존 은행에 대출이 있는 사람의 경우 ‘통장 갈아타기’는 이자 폭탄이 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오고 있다.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주거래 은행 변경시 금리 우대 혜택이 소멸되면서 0.5~1.5%포인트 가량의 금리 부담이 더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기존에 적용 받았던 금리 우대 혜택이 사라져 금리 부담이 더해진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