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net ‘슈퍼스타K’ 시즌7
김성진=비슷한 프로그램이 너무 많아서 그런지 ★ 고승희=그럼에도 ‘스테디셀러’ ★★★ 이혜미=시즌 거듭할 수록 존재감은 미미 ★★ 정진영=지난 시즌보다 딱히 떨어지는 건 없는데 기억에 남는 건 별로 없다 ★★
KBS2 ‘톱밴드’ 시즌3
김성진=우리나라에 개성있는 밴드가 이렇게 많았나? ★★★ 고승희=말랑해진 ‘록 스피릿’…아직은 ‘슈스케’ 밴드 버전 ★★★ 이혜미=주말 아침 여는 오디션, 신선하네 ★★★ 정진영=재방송 같은 방송 시간대가 걱정이었는데 생각보다 재미있다. 일단 지켜보자 ★★★☆
Mnet ‘언프리티 랩스타’ 시즌2
김성진=힙합 안티팬 만들기는 이제 그만해도 되지 않나? ★ 고승희=걸그룹 특집인줄…★★ 이혜미=랩 대결인지 화제성 대결인지 ★☆ 정진영=일단 ‘언프리티’에서 ‘언’은 뺍시다 ★☆
[헤럴드경제] ‘슈퍼스타K’(Mnetㆍ2009)가 첫 방송된 이후 TV는 ‘오디션의 시대’로 접어들었다. 시즌2는 공전의 히트작이었다. 18.1%의 다시 없을 시청률이 나왔다. 이후 안방엔 숱한 오디션이 등장했고, 소리없이 사라졌다.
지금도 TV에선 오디션이 성황이다. ‘오디션 하향세’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다. 다만 흐름이 달라졌다. ‘슈퍼스타K’와 ‘K팝스타’가 양대 오디션으로 자리한 가운데 방송사는 오디션의 세분화를 꿰했다. 프로그램의 전략이 ’장르의 다양성’으로 전환됐다.
2011년 ‘톱밴드’(KBS2), 2012년 ‘쇼미더머니’(Mnet), 2014년 ‘트로트엑스’(Mnet), 2015년 ‘후계자’(KBS2), ‘언프리티랩스타’ㆍ‘헤드라이너’(Mnet)가 등장했다. 현재 ‘슈퍼스타K’ 시즌7을 비롯해 밴드 서바이벌 ‘톱밴드’ 시즌3, 여성 래퍼 서바이벌 ‘언프리티 랩스타’가 시즌2를 방송 중이다. DJ까지 포용한 ‘헤드라이너’도 있다.
▶ 오디션 프로그램은 왜 특화된 장르를 공략했나=천편일률적인 오디션의 양적 팽창은 결국 자체 경쟁력 저하를 불러왔다. 같은 포맷으로 경쟁을 부추기는 오디션은 어느 채널에서도 새로울 것이 없었다. ‘사연팔이’가 비난받았고, ‘공정성’을 의심받았다. MBC ‘위대한 탄생’이 세 번째 시즌을 끝으로 사라진 것도 그 사례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오디션의 이야기 구조를 시청자가 꿰차고 있는 상황에서 유사 프로그램의 범람은 식상함을 줬다”며 “시청자의 입맛을 맞추기 위한 제작자의 고민이 나왔다. 새로운 것을 만들기 위해 장르를 분산했다”고 봤다.
기존의 오디션 프로그램에 싫증난 대중은 변화를 요구했고, 제작진은 그것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그 결과 다양한 장르가 오디션의 경쟁 체제 안으로 들어왔다. “발라드와 아이돌(댄스)로 양분되는 가요시장”(김작가 대중은악평론가)에서 소외됐던 트로트, 록, 힙합을 방송이 건드렸다. “트렌드에 맞춘 방송의 포맷 변화와 숨은 음악 장르에 대한 대중의 갈증이 특화된 장르의 오디션으로 확장”(마두식 CJ E&M PDㆍ‘슈퍼스타K7’)된 상황이다.
지난 7월 파일럿으로 방송, 7%대의 시청률을 기록했던 트로트 오디션 ‘후계자’(KBS2)의 탄생과정도 그렇다. “우리의 한을 이어가는 목소리는 누구인가’라는 주제로 새로운 장르를 찾는 과정”(한경천 KBS CP)에서 프로그램이 나왔다. ‘전통의 목소리’를 찾다 보니 ‘트로트’를 배제하곤 프로그램이 완성될 수 없겠다는 제작진의 판단은 소외된 장르였던 트로트를 품었다. 한 CP는 “트로트에 대한 장르의 하대와 편견을 깰 수 있는 기회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3년 만에 시즌3으로 돌아온 ‘톱밴드’(KBS2)의 시작도 마찬가지다. 윤영진 PD는 “시장에서 소외된 역량있는 밴드음악과 대중의 간극을 좁히고자 프로그램을 시작했다”고 했다. “다른 상업방송에선 품지 않는 비주류이지만 국내 음악시장에서 충분히 가치가 있는 뮤지션들”이라는 판단에서다. 시즌1에서 아마추어 밴드 위주로 프로그램을 구성해 호평받았고, 시즌2에서 얻은 참혹한 결과(시청률 1%대)를 발판 삼아 지난 3일 오전 시즌3를 첫 방송했다. 시즌3가 방송되기까지 제작비 확보 등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밴드에게도 필요했던 무대라는 것이 지원자 숫자로 입증됐다. 불과 2주 간의 접수기간에 총 622팀이 지원서를 제출했다.
‘쇼미더머니’와 ‘언프리티 랩스타’는 음악채널 Mnet의 도전이었다. 힙합을 끌어안은 오디션으로 논란도 많지만 인기도 높다. ‘쇼미더머니’를 연출했고, ‘언프리티 랩스타’ 를 연출 중인 고익조 PD는 “힙합이 주류 장르는 아니지만 다양하고 실력있는 래퍼들을 알리고자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어렵고 낯설게 느낀 힙합음악과 대중의 거리를 좁히고자 했다“고 말했다. ‘쇼미더머니’를 통해 가능성을 보인 여성 래퍼들의 출연을 계기로, ”남성 래퍼들에게 밀려 실력을 충분히 보여줄 기회가 없었던 여자래퍼들이 경쟁을 통해 더 많은 공연을 보여주는“‘언프리티 랩스타’까지 나오게 됐다.
개인의 취향과 시장의 다양성이 TV에 반영되며 기존 오디션 프로그램에서도 변화가 나타났다. ‘슈퍼스타K’는 지난해 곽진언 김필, ‘K팝스타’는 이진아라는 인디뮤지션을 배출했다. 참가자의 폭이 넓어졌다. 진입장벽이 낮아졌다는 방증이다. 마두식 PD는 “과거 ‘슈퍼스타K’가 절대가창력 위주로 참가자를 평가했다면, 현재는 음색, 톤, 감정 등 다양한 측면에서 두각을 내는 개성있는 아티스트를 본다. 다양한 취향이 존중받고 작용하는 시대이기 때문에 방향도 달라진다”고 말했다.
▶ 장르 오디션은 ‘양날의 검’?=장르음악을 주인공으로 한 오디션 프로그램은 일종의 ‘결합상품’이다. 철저하게 하나의 장르로서 존재했던 ‘음악’을 ‘예능’과 결합했다. 소위 ‘마이너리티의 영역’으로 자리했던 특정 장르를 품다 보니 제작진은 대중성과 음악성을 양손에 쥐고 고심을 거듭한다. 전문가들은 장르 오디션을 ‘양날의 검’이라고 진단했다.
가장 큰 장점은 “음악의 다양한 장르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켰다”(김작가 대중음악평론가)는 점이다. 실제로 ‘쇼미더머니’와 ‘언프리티 랩스타’를 통해 래퍼 개개인의 인지도가 올라가고, 일시적일지라도 방송 이후 힙합음악을 향한 관심이 높아졌다. ‘톱밴드’를 통해 장미여관이라는 밴드가 배출돼 인기를 모은 것도 마찬가지다.
결국 각 프로그램의 탄생 배경과 상통하는 지점이다.“아이돌 위주의 댄스음악이나 발라드가 아닌 다른 선택지도 방송이 보여줘야 한다”(윤영진 KBS PD)는 ‘책무’다.
그간 “특정 장르만을 조명하고 다양한 음악을 보여주는 데에 소홀”(김작가 대중음악평론가)했던 미디어가 ‘리스너의 취향’을 존중하고, 다변화를 꾀한다는 점에선 장점이 아닐 수 없다. 김작가 대중음악평론가 역시 “고육지책일지라도 노출되지 않으면 시장에서 자신의 이름을 알릴 방법이 없는 뮤지션을 대중친화적으로 만든 부분이 있다”고 봤다. 정덕현 평론가도 “대형기획사가 아이돌 위주의 음악을 생산하며 취향의 단순화를 가져온 음악시장에 오디션 프로그램이 숨통을 틔워준 측면이 있다”며 “새로운 얼굴을 발굴하는 새로운 틀이 필요했다. 신인들이 개성을 보여줄 무대가 없는 상황에서 방송이 상당 부분 그것을 제공해준다”고 말했다.
하지만 장르로 존재하는 음악을 예능으로 소화하니 부작용이 노출된다. “장르의 정체성보다는 쇼적인 측면만 강조”해, “장르의 본질을 왜곡”(김작가 대중음악평론가)한다는 비판이다.
업계에선 특히 제작진의 각 장르에 대한 이해 없는 접근과 지나친 엔터테인먼트화를 우려한다. 자극적인 편집, 출연자 기행 등 극단적인 논란만 양산한 ‘쇼미더머니’와 같은 사례다. 김작가 평론가는 “보여주기에 최적화된 자극적인 내용을 여과없이 내보내 문제가 생긴다. 좋은 취지를 훼손시키지 않게 검증된 자문단 등의 장치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방송 중인 ‘톱밴드’ 역시 마니아의 음악으로 소비됐던 영역을 방송의 대중성과 섞기 위한 줄타기에 한창이다. 일부가 아닌 온가족이 둘러앉아 시청할 오전 시간대에 방송되기에 보다 밝고 유쾌한 밴드 오디션을 보여주겠다는 생각이다. 윤영진 PD는 “특화된 장르의 오디션이라고 전문가의 시각으로 접근하면 도리어 대중성을 잡기 힘들다”고 봤다. 때문에 “철저하게 리스너의 입장”에서 접근, ‘히트곡 제조기’ 윤일상을 코치로 영입해 밴드음악의 변신에 도전 중이다.
방송 콘텐츠로서 장르별 오디션이 확고하게 자리잡기 위해서는 새로운 형태의 오디션답게 기존의 프로그램과는 다른 이야기의 전달방식도 요구된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는 법칙이다. 하지만 현재의 장르별 오디션은 기존 프로그램의 방식을 답습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덕현 평론가는 “기존의 틀을 버리지 못해 새로운 장르의 오디션을 시도해도 성공이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다른 사람을 건드리면서 재미를 주려는 편집이나 치열한 서바이벌 형태가 아닌 여러 사람을 주인공으로 부각할 수 있는 새로운 스토리텔링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제작진도 이 점을 염두한다. ‘톱밴드’는 “의도를 가지고 이슈를 만들지 않고 각각의 밴드가 하는 음악과 음악시장에 들어오기의 과정을 솔직하게 보여주는”(윤영진 PD) 것을 목표로 삼았으며, ‘언프리티 랩스타’는 “서바이벌의 특성을 살려 처음부터 정해진 인원의 출연자들에게만 집중하고 이들이 가진 스토리를 더 구체적으로 보여줘 캐릭터를 설명”(고익조 PD)하는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다. “스토리가 부각되고 인물에 대한 이해가 높아지면 그들의 음악이 가슴에 와닿고”(윤영진 PD), “직접 쓴 가사를 통한 경험담이나 생각에 공가대가 높아질 것”(고익조 PD)이라는 판단에서다.
고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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