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 리뷰스타=김희은 기자] 배우 이상윤, 그를 보고 있노라면 똑 부러지는 이미지에 서울대 출신 ‘엄친아’까지 바른 생활 사나이가 번뜩 떠오른다. 그러나 서글서글한 눈웃음과 능청스런 말투, 어딘지 모르게 동네 오빠 같은 편안함은 인간 이상윤의 또 다른 진가를 느끼게 한다. 이 남자 도대체 종잡을 수가 없다. 그런 그가 ‘두번째 스무살’을 통해 연극과 겸임 교수 차현석 역을 맡아 이전에 없던 일명 ‘츤데레’ 매력을 발산, ‘로코킹’ 타이틀까지 거머줬다. 그야말로 30,40대 여성 시청자들의 마음을 강탈하며 ‘내딸 서영이’에 이어 또 한번 ‘주부 저격남’에 등극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그러나 이상윤은 오히려 팬층 연령대가 낮아졌다며 의아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벤츠남’, 무슨 뜻인지 찾아 봤어요”“오히려 팬 카페 등은 ‘라이어 게임’에 이어 많아졌어요. 유독 ‘두번째 스무살’은 반응이 더 달랐던 거 같아요. 그냥 나이가 들어가면서 그 전보다 세상을 알게 됐다고 해야 하나. 감정의 맛을 전보다 더 알게 됐죠. 그런 것들이 연기적으로는 아주 작은 차이겠지만 보는 사람은 더 느낄 테니까요. 시간대적인 부분이나 미니드라마와 주말드라마의 차이도 있을거고 여러 가지로 작용했던 것 같아요”“극중 차현석이라는 캐릭터에 대해 ‘우주선남’ ‘벤츠남’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셔서 ‘벤츠남(모든 걸 갖춘 남자)’이 무슨 뜻인지 찾아봤어요. 연기적으로 좋게 보셨다니까 감사드렸죠. 그리고 앞서 인터뷰에서 멜로 연기를 하고 싶다고 했는데 ‘내딸 서영이’를 시작으로 멜로적인 부분이 주가 된 것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인정해주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서 이 또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두번째 스무살’ 속 이상윤은 그야말로 ‘벤츠남’ 그 이상이었다. 20년 전 첫 사랑 하노라와 재회한 이후 줄곧 키다리 아저씨를 자처하며 그녀의 옆을 지켰다. 때로는 뒤에서 몰래 돕는가 하면, 그녀 앞에서 눈물을 뚝뚝 흘리기도 했다. 반면 자신의 마음을 고백할 때는 상남자다운 돌직구 고백을 날리며 뭇 여성들을 잠 못 들게 만들기도. 그래서일까, 문득 진짜 이상윤의 첫사랑은 어땠을지 궁금해졌다.

“첫사랑은 스무살, 되게 소심했어요”“되게 소심했어요. 제대로 고백도 못하고 심지어 만나자는 말도 잘 못했죠. 처음에 좋아했던 첫사랑은 스무살 때 였어요. 재수학원을 같이 다니던 친구였죠. 공부에 힘든 시기여서 그런지 탈출구가 필요 했었던 것 같아요. 그 뒤로 1년 후부터 친구들끼리 모일 때 한 두 번 만나는 것 이상으로는 연락하기가 힘들더라고요. 지금은 뭐하고 살고 있는지 조차 모르죠”“지금 그 때로 돌아가라면 좀 더 적극적으로 보자고 하고, 좋아지면 좋다고 표현할 거 같아요. 밀당을 잘하는 스타일이 아니라서 직접적으로 이야기하고, 만일 상대방이 싫다고 하면 어쩔 수 없는 거죠. 좋아하는데 너무 뒤로 밀지는 않을 거 같아요. 연기를 통해서 많이 바뀌었어요. 과거에는 감정을 표현하는데 있어 서투르고 겁을 냈다면, 연기를 하면서부터는 직접적으로 표현하다보니 점점 과감해졌죠”그는 연기 활동을 통해 배우 이상윤과 인간 이상윤 사이를 오가며 많은 부분 변화해갔다. 하지만 이상윤에게 있어서 서울대 출신 ‘엄친아’라는 타이틀과 바른 이미지는 항상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며 원치 않은 장벽을 만들기도 했다. 다양한 역할에 대한 목마름에 조급함이 생길법도 하지만 그는 조금씩, 천천히 나아가고 있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좀 전의 우려는 눈 녹듯 사라졌다.

“좋은 기회들이 올 거라고 믿어요”“역할이 자꾸 이런 이미지 위주로 오다보니 어쩔 수 없이 굳어져가고 있지만, 차차 깨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조바심은 나지 않아요. 다른 모습을 통해 인상적으로 보여드리게 되면 자연스럽게 깨질 거라 생각하죠. 어떤 상황이든 어떤 드라마든 그런 배경을 가진 인물로 나오고는 있지만 좋은 기회들이 올 거라고 믿어요. 그저 조금씩이라도 차이를 두면서 연기하는 방향으로 연기 폭을 넓혀가고 싶어요”“‘엄친아’ 이미지가 있다고 해서 의식한 적은 없어요. 실제로 돌아다니시다가 저를 못 알아보신 적도 있으실 거에요. 친구들이랑 만날 때는 트레이닝복을 입고 만날 정도로 스케줄이 없을 때는 편하게 다니죠. 그런 거는 있어요. 어쨌든 공인이니까 구설수에 오를 수 있는 장소나 행동은 자제하려고 하죠. 술을 먹더라도 사고가 날 것 같은 장소는 피할 수 있지만, 특별히 행동을 자제하는 것은 없어요“ 이상윤은 앞서 ‘엔젤아이즈’ 속 의사 박동주 역부터 ‘내딸 서영이’ 속 사장 강우재, ‘라이어 게임’과 ‘두번째 스무살’ 속에서는 하우진과 차현석 역을 통해 두 차례에 걸쳐 교수로 분했다. 그리고 마치 제 옷을 입은 듯 싱크로율 100%를 자랑하며 매력적인 캐릭터를 탄생시켰다. 언뜻 비슷해 보이는 역할이지만 이상윤은 자신만의 철학이 확고한 듯 했다. 작품을 선택하는데 있어 그가 가장 중점 두는 부분은 무엇일까.

“삶의 경험에서 배우는 것이 중요하죠”“요즘은 작품 자체의 재미인 것 같아요. 캐릭터적인 부분은 그 다음이고요. 드라마를 하다 보면 내 캐릭터가 좋아봐야 작품 자체가 재미가 없으면 아무도 기억하지 않아요. 그런 면에서는 일단 시나리오, 대본 자체가 얼마나 재밌고 궁금하게 만드느냐. 이 부분이 기본이 돼야 캐릭터가 그로 인해서 보여줄 수 있고 연기를 통해서 보여줄 수 있는 것 같아요. 작품 자체가 좋아야죠”“캐릭터 준비는 주변에 계신 분들을 참고하기도 하는데 사실 상상을 많이 해요. 전에 봤던 작품이랄까 이런데서 포인트들이 있으면 좀 모아보려고도 하고. 캐릭터적인 부분은 상황적인 부분에 빨리 적응하는 게 중요한데 어떤 연출을 하는 장면이 있다거나 하는 것은 삶의 경험에서 배우는 것 같아요. 사실 드라마는 한 달 전 캐스팅 되서 바로 촬영이 들어가니까 캐릭터 준비 시간이 부족해요. 갖고 있는 경험치가 묻어나서 기술과 합해졌을 때 빛을 발하기 때문에 평소 주변에 관심을 갖는 것이 중요하죠”영화와 달리 캐스팅 직후 바로 촬영이 들어가는 드라마는 캐릭터 연구 시간이 부족하다며 그는 아쉬움을 표했다. 더구나 파트너와 함께 이끌어나가는 만큼, 호흡 또한 굉장히 중요할 터. 그는 ‘두번째 스무살’을 통해 두 번째 작품으로 만난 최지우를 언급하자 연신 미소가 번졌다. 더욱이 ‘두번째 스무살’은 캠퍼스 라이프를 다룬 만큼 20대 초반 배우들과 호흡을 묻는 물음에 이상윤은 배우 한 명, 한 명을 언급하며 아빠 미소를 지어 보였다.

“최지우와 호흡, 감정 연기부분에서 좋았어요”“현장에서 호흡은 되게 재밌었어요. 원체 긍정적인 편이셔서 하노라라는 인물에 대해 더 활력있게 해석을 하셨던 것 같아요. 어쩌면 더 무거워질 수 있는 내용이었는데 더 밝고 기분 좋게 해주시고, 몰입도 잘하시고, 감정 부분이 되게 풍부하시더라고요. 감정 연기부분에서 좋았죠. 투닥거리는 신도 귀엽게 해석해 오시니까 저도 반응이 더 재밌게 나왔어요”“민재 같은 경우에는 실제로도 스무살이라서 그런지 제가 어려운가 봐요. ‘형’이라고 부르라 했는데도 계속 선배님이라 부르더라고요. 그래서 진짜 ‘형이라고 해라’고 했더니 또 나중에는 ‘네 선배님’ 이라고 하더라니까요(웃음). 민재는 인성적으로 훌륭한 친구인 것 같아요. 먼저 인사하고 예를 다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죠. 진기주, 손나은 씨도 그렇고 하나같이 예의가 바른 친구들이었어요”배우들과의 뛰어난 케미 덕분일까, ‘두번째 스무살’을 통해 이상윤은 ‘우주선남’ 벤츠남‘ ’로코킹‘ 등 여러 가지 수식어를 탄생시키며 재발견이라는 평을 얻었다. 시청률 역시 7.2% (닐슨코리아 제공)라는 높은 수치를 기록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지만 아쉽게도 수상의 기회는 얻지 못했다. 이상윤의 필모그래피만 살펴보더라도 그가 펼친 활약에 비해 어쩐지 상복이 없는 듯한 아쉬움이 크게 자리 잡는다.

“시상식 후보에 오르기 위해 노력해요”"요즘은 상에 대한 가치가 없어진 것 같아요. 챙겨주시기 식이 많죠. 대상이 아닌 이상은 수고했다 정도의 상이니까. 약간 권위가 있는 몇 개의 시상식 같은 경우는 받으면 너무 영광스럽겠죠. 점점 실력을 쌓아가다 보면 주시지 않을까요? 못 받으면 어쩔 수 없는거죠. 상을 받고 못 받고는 제 영역 밖이지만 후보에 오르고 못 오르고는 제 능력 여하에 따라 달린 거라 생각해요““저는 후보에 오르기 위해서 노력해요. 예전에 ‘백상예술대상’ 후보에 올라 간 적이 있는데 드라마와 영화 쪽이 극과 극인 느낌을 받았어요. ‘어쨌거나 연기는 하나고, 조금의 표현 방식이 다를 뿐인데 왜 이렇게 떨어져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감히 ‘언젠가 한번 내가 열심히 하다가 양쪽 부분 후보에 들면 재밌겠다’고 생각했죠. 제 평생 연기 인생의 목표에요 (웃음)”이상윤의 목표는 그야말로 발칙했다. 어쩌면 짜릿하다는 표현이 더 어울릴지도 모르겠다. 이 대목에서 느껴지듯 적어도 그에게 있어 도전에 대한 두려움은 없었다. 그 결과가 비록 실패라 할지언정 도전하는 것을 멈추지 않겠다고 밝힌 이상윤의 표정에서는 사뭇 비장함마저 느껴졌다. 어느덧 7년 차 배우에 접어들었지만 그는 여전히 연기에 대해 목말라 있었다. 그리고 깨달았다. 그 갈증이야말로 그를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이었음을.

“도전하지 않으면, 결국 답을 얻지 못해요”“앞으로는 모든 분야에 다 도전하고 싶어요. 작품을 대기하면서 여러 작품들이 개봉하고 방영이 되고, 종영이 되고 인터뷰 기사들이 나오는 것을 보면 부러워요. 여러 작품에 다양한 장르를 소화하시는 분들을 보면 그 분들이 잘 돼서 부러운 게 아니라 기회를 가졌다는 것 자체가 부러운 거죠. 지금은 어느 하나에 구애되는 것보다 기존에 해봤던 작품과 다른 느낌이면 좋겠어요"“원래 잘 안되고 어려울 거 같으면 가급적 피하려고 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바뀌었어요. 연기하다가 어떤 힘든 도전을 해야 하는 상황이 있었는데 그때부터 오기가 생겼던 것 같아요. ‘안되면 안 된다고 되면 된다고’ 생각하고 부딪혔죠. 물론 힘들었지만 그래도 결과적으로는 얻을 수 있는 게 있었고 더 많은 걸 배웠던 것 같아요. 그래서 가급적이면 도전을 해보려고 해요. 도전을 하지 않으면 영원히 그 답을 얻을 수 없잖아요. 연기자는 많은 것을 도전하는 일이기 때문에 도전 정신이 필요하죠” (사진=민은경 기자) idsoft3@reviewsta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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