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말 ‘택시 인센티브제’ 시행 강남역 가보니 금요일 심야 승객태우면 인센티브 이용객 “또 탁상행정일뿐” 분통 업계“단거리 기피없어질것” 환영
“기사님, 석촌동 가요?” “서초동!” “영업 하시죠?”
지난 불금(불타는 금요일) 자정이 넘은 시간, 광역버스가 하나 둘 끊기기 시작한 강남역 도로변은 택시를 타려는 승객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택시를 잡지 못해 발을 구르는 승객들은 드물었다. 강남대로를 바삐 오가는 승차거부 단속반 덕분인지 일단 정차한 택시를 잡으면 거절당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단속반 직원도 “1시간동안 1대만 적발했다”고 설명했다.
이달 말부터 이른바 ‘택시 인센티브제’를 시행한다는 지난 금요일 밤 강남역은 인센티브제의 도입이 무색해보였다.
하지만 밤이 깊어가자 불금 강남역은 서서히 택시잡기 전쟁터로 변해가기 시작했다. 택시 앱에서 ‘콜’을 받았다며 승차를 거부하는 기사들도 종종 눈에 띄었다. 한 택시는 빈차등을 켜둔 채 10여분간 도로변을 서행했고, 끝내 강남역 부근에 다다랐을 때 어디론가 사라졌다.
겉보기에 서울 택시와 별반 다를 바 없어 보이는 경기ㆍ인천 택시를 잡은 승객들도 서너차례 고배를 마신 뒤에야 목적지로 향할 수 있었다.
성신여대 인근에 산다는 양모(30) 씨는 “택시가 하도 잡히지 않아 신사역까지 걸어가 탄 적도 있었다”고 불만을 토로했고, 직장인 안모(42) 씨는 “합승을 권유하는 택시 기사도 종종 있다”며 “승차난이 워낙 심하니 불편해도 거절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승차난은 금요일 자정을 넘긴 이후 절정이었다. 강남역 도로변엔 택시들이 줄 지어 서 있었다. 금요일 밤과 달리 아예 차를 정차시킨 후 손님을 받는 기사들도 상당수 눈에 띄었다. 이들 기사들은 미터기를 켜지 않고 특정 지역까지 적게는 3만~4만원, 많게는 6만원 이상의 금액을 부르며 승객들과 흥정을 벌였다. 한 30대 남성은 “용인까지 6만원을 달라고 해 우리 쪽에서 먼저 그만 뒀다”고 말했다. 이 남성과 실랑이를 벌였던 택시는 경기도 택시가 아닌 서울 택시였다.
토요일 새벽이 될수록 택시에 올라타는 승객 만큼이나 택시를 잡지 못해 도로 한 가운데까지 나간 손님들도 늘어났다. 그럼에도 택시 인센티브제에 대한 승객들의 반응은 부정적이었다.
직장인 유모(26ㆍ여) 씨는 “단속을 강화하지 못할망정 인센티브를 준다는 게 말이 되냐”고 성토했다. 또 다른 직장인 김모(29) 씨도 “그 돈으로 차라리 주말단속반을 만드는 게 낫겠다”며 “저번에도 심야에 택시 합승을 허용한다고 했다가 부작용과 반발이 많아 무산된 걸로 아는데, 이번에도 전형적인 탁상행정처럼 보인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택시 기사들도 부정적이긴 마찬가지였다. 잠실에서 만난 한 법인택시 기사는 “인센티브제를 시행한다는 언론보도를 보자마자 이를 악용할 기사들이 생길 것을 예감했다”며, “지인을 데려와 계속 택시를 태웠다 내렸다를 반복하며 인센티브만 챙기는 기사들도 분명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반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기사들도 있었다. 택시 기사 A(67) 씨는 “단거리 승객들을 기피하는 기사들은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서울시의회는 승차난 해소를 위해 매주 금요일 밤 11시부터 다음날 오전 2시까지 강남대로에서 승객을 태우는 법인ㆍ개인 택시 기사에게 1건당 3000원가량의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내용의 택시기본조례 일부 개정 조례안을 통과시켰다. 시의회는 연말까지 이어지는 시범 운영 기간에는 택시 조합에서 인센티브를 지불하되, 결과가 긍정적이면 종로와 홍대입구로 지역을 확대하고 예산을 편성ㆍ지원할 계획이다.
박혜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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