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전 노히트·결승 일본전 111구 역투
2경기 12⅓이닝 1실점 19K…ERA 0.73
“기회 오면 한없이 던지겠다” 약속 지켜
해외 스카우트 눈길…MLB에 존재감 각인
[헤럴드경제=조용직 기자] 3년 전 아시안게임에서는 단 한 개의 공도 던지지 못했다. 이번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서 다시 태극마크를 단 곽빈(27·두산 베어스)은 한국 야구의 시작과 끝을 책임지는 에이스가 돼 돌아왔다.
곽빈은 27일 일본 아이치현 도요하시 시민구장에서 열린 아시안게임 야구 결승 일본전에 선발 등판해 6⅓이닝 동안 111개의 공을 던지며 4피안타 2볼넷 9탈삼진 1실점으로 역투했다.
승리투수가 되지는 못했다. 한국 타선이 1점밖에 지원하지 못한 가운데 7회말 동점을 허용하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하지만 한국은 8회 김도영의 결승타와 문보경의 추가 적시타로 3-1 승리를 거뒀고, 곽빈의 역투는 아시안게임 5연패를 이루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굵은 빗줄기가 이어지는 악조건에서도 곽빈의 공은 위력적이었다. 시속 150㎞ 중반에 이르는 빠른 공과 예리한 변화구를 앞세워 앞선 슈퍼라운드에서 한국에 0-5 패배를 안겼던 일본 타선을 6회까지 무실점으로 봉쇄했다.
투구 수가 100개를 넘어선 7회에야 일본에 동점을 허용했다. 1사 1, 2루에서 사토 유키에게 좌전 적시타를 맞았다. 조병현에게 공을 넘기고 내려가는 곽빈의 얼굴에는 아쉬움이 역력했다. 이날 던진 111구는 올 시즌 KBO리그 개인 최다인 113구에 불과 2개 모자랐다.
이번 대회에서 곽빈은 말 그대로 대표팀의 시작과 끝을 책임졌다. 지난 21일 대만과의 오프닝 라운드 첫 경기에서도 선발로 나서 6이닝 동안 단 하나의 안타도 내주지 않고 2볼넷 10탈삼진 무실점으로 5-0 승리를 이끌었다. 당시 최고 시속 157㎞의 강속구를 뿌리며 대표팀 1선발의 위력을 보여줬다.
하지만 곽빈은 만족하지 않았다. 대만전을 마친 뒤 “한 경기로는 절대 만족할 수 없다. 대표팀의 우승을 결정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때 한없이 던지겠다”고 했다. 그리고 5일을 쉬고 다시 오른 결승 마운드에서 실제로 111개의 공을 던졌다.
대회 성적은 2경기 12⅓이닝 1실점, 19탈삼진, 평균자책점 0.73. 한국이 반드시 잡아야 했던 대만전과 금메달이 걸린 일본전을 도맡아 이번 대회 대표팀의 1선발 역할을 완수했다. 두 경기에서 연이어 강속구와 탈삼진 능력을 과시하면서 현장을 찾은 해외 스카우트들의 시선도 끌었다. 향후 메이저리그 진출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곽빈에게 이번 대회는 국제무대에서 자신의 경쟁력을 보여준 무대이기도 했다.
곽빈은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도 태극마크를 달았지만 조별리그 첫 경기를 앞두고 등에 담 증세가 생겼다. 몸 상태가 좀처럼 회복되지 않으면서 결국 대회 기간 단 한 경기도 등판하지 못했다. 대표팀이 금메달을 따냈지만 직접 마운드에서 힘을 보태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남았다.
그 사이 곽빈의 위상은 달라졌다. 올 시즌 KBO리그에서 26경기에 등판해 11승7패, 평균자책점 2.26, 186탈삼진을 기록하며 평균자책점과 탈삼진 부문 선두를 달렸다. 류지현 대표팀 감독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곽빈을 와일드카드로 선택하며 “대표팀의 가장 확실한 에이스 카드”라고 평가했다.
곽빈은 가장 중요한 두 경기에서 그 믿음에 답했다. 항저우에서는 한 번도 오르지 못했던 마운드에 이번에는 대표팀의 첫 경기와 마지막 경기 선발로 섰다.
대만전에서는 6이닝 노히트 투구로 금메달 도전의 문을 열었고, 일본과의 결승에서는 111구를 쏟아부으며 우승의 발판을 놓았다. 믿음에 부응하는 에이스의 자격을 증명하는 데는 두 경기면 충분했다.
yjc@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