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개특위(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힘들지 않으세요?”, “누가 그만 하라고 해주면 좋겠어. 속 시원하게 그만둘 텐데.”

새누리당 한 정개특위 소속 의원과 나눈 대화다. 한숨 섞인 답변에서 짜증까지 묻어났다. 국민보다 국회의원의 민원에 더 시달리는 곳. 내년 총선을 앞두고 국회의원의 목숨 줄을 쥔 위원회. 바로 정개특위다. 개혁은 희생을 전제한다. 공무원의 희생을 담보해야 공무원연금 개혁이 가능하고, 노동시장의 기득권자가 욕심을 내려놔야 노동개혁은 찾아온다. 개혁의 다른 말은 ‘희생’이다. 피 흘리지 않는 개혁은 없다. 모든 개혁의 역사가 이를 증명한다.

정개특위는 정치개혁을 앞세웠다. 국회의원이 스스로 희생을 결정하겠다는 명분이다. 이 대목이 갈림길이다.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은 본인을 향해서도 냉엄한 칼을 겨눠야 한다는 의무, 혹은 모두가 피할 수 없는 개혁 파고(波高)조차도 국회의원은 알아서 할 수 있다는 혜택. 정치권의 셀프 개혁은 무서운 의무일까, 혜택일까.

정개특위의 최근 활동을 보면, 의무보단 혜택에 가까워 보인다. 의원정수 논란에서 시작해 선거구 획정 문제, 지역구ㆍ비례대표 의석수 배분 등을 두고 계속 펜대만 굴리고 있다. 내년 총선이 코앞에 다가왔지만, 정작 결정된 건 아무것도 없다. 그나마 합의점을 찾은 의원정수마저 다시 논의할 기세다.

여기에 공천 룰인 ‘안심번호 공천제’까지 더해졌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추석 연휴 긴급회동을 통해 찾은 잠정 합의안이다. 발표가 무섭게 반발이 거세다. 새누리당, 새정치민주연합 모두 계파정치는 없다고 외치는데 공천 룰이 불거지니 친박, 비박, 주류, 비주류 등 여기저기서 불만이 쏟아진다. 계파가 아니라면 이들을 뭐라 불러야 할지 난감하다.

이 모든 논의가 정개특위로 떨어졌다. 권역별 비례대표제나 안심번호 세부 방안도 조율해야 한다. 칼은 손에 쥐었는데 칼 끝은 방황한다. 내 몸 어디를 찔러도 아프니 칼을 쥐고 발만 구르는 형국이다.

짐에 짐이 더해져 어깨는 무겁고, 발걸음은 더디다. 정개특위만의 문제도 아니다. ‘셀프 개혁’하겠다는 국회의원 모두의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