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산 넘어 산이다. 개발비와 양산비를 합쳐 18조원을 웃도는 천문학적 예산이 투입되는 한국형 전투기(KF-X) 사업이 극심한 진통만을 되풀이하고 있다.
2001년 3월 당시 김대중 대통령이 공군사관학교 졸업식에서 “최신예 국산 전투기를 개발하겠다”고 밝힌 이후 14년이나 지났지만 여전히 안개 속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당장 KF-X 사업의 핵심기술인 고성능 능동전자주사식위상배열(AESA) 레이더와 적외선 탐색 및 추적장비(IRST), 전자광학 표적 추적 장비(EOTGP), 전자전 재머 통합기술 등을 미국 정부가 기술이전을 거부하면서 2025년을 목표로 개발하겠다는 구상이 흔들리게 됐다.
사업 주관부서인 방위사업청은 2025년 개발목표에는 변함이 없다면서도 KF-X 사업의 핵심장비인 AESA 레이더를 자체 개발하거나 유럽 등 제3국에서 기술이전을 받을 경우 미국 기술과 체계통합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고 토로했다.
한국은 작년부터 국방과학연구소(ADD)와 LIG넥스원이 AESA 레이더 개발에 착수한 상황이다.
하지만 다른 국가들의 경우 수십년에 걸렸다는 점에서 10년이라는 시한은 지나치게 촉박한 개발일정이라는 비관론도 나온다.
개발에 성공한다고 해도 KF-X에 장착될 다른 미국 기술과의 체계통합은 또 하나의 험난한 과제다.
유럽 등 제3국으로부터 기술이전도 낙관하기 어렵다. 우리가 미국으로부터 KF-X 핵심기술 이전을 기대할 수 있었던 근거는 차기전투기(FX) 사업에서 록히드마틴의 F-35A를 구매한데 따른 것이었는데, 유럽은 이 때를 포함해 과거 3차례의 FX 사업에서 모두 고배를 마신 쓰라린 기억을 갖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KF-X 사업 개발비의 20%인 1조7000억원을 분담하기로 한 인도네시아의 사업 참가에 대해 의구심을 갖는 시각도 끊이지 않고 있다. 인도네시아측이 경제침체와 환율약세로 안보 관련 예산이 대폭 삭감되면서 KF-X 사업 불참을 검토중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일각에선 오는 11월 AESA 레이더 등 4개 기술 외 21개 기술에 대한 수출허가 승인을 결정하게 될 미국이 이슬람 국가인 인도네시아로 기술 유출 가능성을 이유로 소극적인 태도를 보일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된다.
미국이 21개 기술에 대해서도 수출허가 승인을 하지 않는다면 KF-X 사업은 백지화될 가능성이 크다. KF-X 사업이 추진된 배경인 F-4와 F-5의 도태시점이 각각 2019년과 2025년으로 다가오고 있다는 점에서 대한민국 영공의 심각한 전력공백이 빚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KF-X 사업 추진의 14년 역사는 진통 자체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역대 정부는 김대중 대통령의 발언 이후 국산전투기 개발에 나름 공을 기울였지만 늘 경제성이 없다는 연구결과가 발목을 잡았다.
2000년대 후반 일부 연구에서 사업타당성이 있다는 결론이 나오고 인도네시아의 공동참여가 결정되면서 사업은 탄력을 받았지만, KF-X에 탑재할 엔진 숫자를 놓고 단발이냐, 쌍발이냐는 논쟁으로 2년의 세월을 허비했다.
KF-X 사업은 천문학적 예산이 투입되는 국책사업으로, 해당업체의 노력뿐 아니라 국민적 지원과 함께 군 당국의 책임있는 자세가 필요하다. 하지만 군 당국은 이번에도 미국이 AESA 레이더 등 4개 핵심기술 이전을 이미 지난 4월에 거부했음에도 불구하고 국회 국정감사를 통해 이 같은 내용이 드러나기 전까지 ‘쉬쉬’하는데 실망스런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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