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병국 기자] 푸지게 차려진 저녁상이 말끔이 치워지고, 볼만한 추석 특집 TV프로그램도 끝날 무렵이면 큰 방에는 어김없이 담요가 깔린다. 고스톱판이 벌어질 모양이다.
“고스톱 치러 큰방으로 오래요!”
꼬맹이들은 이방 저방 문을 열어가며, 바닥에 배를 깔고 누워 있는 객들을 불러 모으느라 분주해진다.
“나는 안할랍니다”며 한번 빼보는 수줍은 여인들.
고스톱판에 먼저 자리잡고 있는 할머니가 “야야. 화투가 치매에도 좋고, 이래 저래 건강에도 좋단다”며 한소리를 걸치고 나면 그제서야 허락이라도 받은 양, 여인들은 객 사이를 비집고 들어와 앉는다.
제 아비나 어미 주위로 모여든 아이들은 담요를 뒤집어보며 베시시 웃음을 깨문다.
화투패가 몇번 도느라면, 검버섯이 핀 할머니도, 무뚝뚝한 삼촌들도, 모두 아이가 되고 만다.
화투판의 최종 승자는 할머니. 치매 예방에 좋다며 동네 어른신끼리 치던 실력이 어느새 화투판을 휩쓸 만큼이 된 것이다. 할머니의 아들, 딸들은 개평을 나눠주며 웃는 할머니를 따라 웃는다.
갑자기 화투판이 벌어지는 명절풍경을 꺼내든 이유는 고스톱과 치매 예방의 상관관계를 설명하기 위해서다.
2014년 국회 예산정책처는 ‘치매관리사업의 현황과 개선과제’ 라는 자료를 통해 65세 이상 노인 치매 유병률은 2020년 10%를 넘어선 2050년에는 15%까지 높아진다고 전망한바 있다. 실제로 치매 환자수는 크게 증가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집계에 따르면 국내 치매 질환자(알츠하이머병에서의 치매, 혈관성치매, 달리 분류된 기타 질환에서의 치매, 상세불명의 치매, 알츠하이머병 등)는 2012년 35만5581명에서 2013년에는 40만5475명으로 늘어났다. 또 80세 이상의 여성 환자 수 역시 2009년 5만명에서 2013년 12만명으로 급증했다.
치매에 대한 공포가 커지면서 치매 예방법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는 상황이다.
명절 풍경에서 그려낸 할머니의 모습처럼, 많은 노인들이 ‘치매예방’ 방법으로 화투를 택하고 있다. 손을 많이 사용해 뇌를 자극하고, 점수 계산 등으로 두뇌활동이 왕성해진다는 믿음 때문이다.
아직 고스톱과 치매예방에 관한 직접적인 결과는 없지만 간접적인 효과는 기대해 볼 만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프랑스 연구팀은 65세 이상의 5698명의 남녀를 대상으로 카드놀이나 공연 등으로 정신적인 활동을 많이 하는 노인들이 치매 발병 위험이 50%가량 낮다는 연구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다만 컴퓨터가 자동으로 점수를 계산해주고, 유리한 패를 알려주는 온라인 고스톱의 경우는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연구결과는 나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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