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분데스리가를 떠나 “토트넘의 새로운 영웅”(미국 ESPN)이 된 손흥민의 데뷔골에 SBS가 활짝 웃었다. JTBC는 스포츠채널을 론칭하자마자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모양새가 됐다.
스포츠계의 슈퍼스타 손흥민의 발짓에서 두 방송사가 울고 웃었다. 손흥민은 지난 20일(한국시간) 토트넘 핫스퍼의 홈구장인 영국 런던 화이트하트레인에서 열린 크리스탈펠리스와의 시즌 6차전에서 화려한 데뷔골을 만들었다. 후반 22분 수비를 뚫고 나온 이 골로 토트넘은 1대0 승리를 거뒀다.
양팀 최고 평점을 안은 손흥민을 향한 현지 언론의 극찬이 쏟아졌다.
미국의 스포츠 전문 매체 ESPN은 경기 후 “토트넘에 새로운 영웅이 나타났다”며 “손흥민은 멋진 슈팅, 맹렬했던 돌파, 강력한 마무리 등 모든 부분에서 경기의 승패를 결정지었다. 손흥민이 침체됐던 토트넘을 구했다”고 평가했다. 이날의 경기로 손흥민은 영국 BBC가 선정하는 주간 베스트 11에도 뽑혔다.
손흥민의 이적으로 SBS는 연신 함박웃음이다. SBS스포츠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일글랜드 프리미어 리그를 독점 중계하며, 코리안리거들의 생생한 현장을 전해왔다. 박지성 이후 방송사 최고의 콘텐츠가 된 손흥민의 이적이 결정됐을 당시 SBS스포츠는 SNS에 이 소식을 반기는 경쾌한 웃음소리를 적어 올렸다. 이날 데뷔골의 기쁨은 SBS의 간판 스포츠 캐스터 배성재 아나운서의 짧은 한 마디로 이어졌다. “회식이다, 회식”이라는 글이었다.
손흥민의 데뷔전은 사상 최고 시청률로 증명됐다. 당시 SBS스포츠는 손흥민의 데뷔전이 열린 지난 13일 경기의 시청률 보도자료를 통해 “15-16 EPL 5라운드 선덜랜드와 토트넘의 경기는 2.061%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 순간 최고시청률은 3%에 달했다”며 “2015-2016 시즌 역대 최고 시청률”이라고 밝혔다.
스포츠계 ‘대형 콘텐츠’의 이동에 울상이 된 쪽은 JTBC의 신생 스포츠 채널로 지난 8월 1일 개국한 JTBC3 폭스 스포츠다. JTBC3 폭스 스포츠는 론칭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손흥민을 떠나보냈다. 손흥민을 붙잡기 위해 독일 분데스리가의 중계권을 사오는 묘수로, 신생 채널의 입지를 다지려 했으나 운이 좋지 않았다.
앞서 JTBC3 폭스 스포츠에선 손흥민의 이적이 유력해지자 ‘안되오, 손흥민’, ‘우린 어쩌라고’라는 재치있는 글을 남기더니, 지난달 28일 채널에선 손흥민의 이적 소식을 전하며 한용운 시인의 ‘님의 침묵’을 올렸다. “님은 갔습니다, 아아,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라는 글은 소위 ‘축덕’들 사이에서 한동안 화제가 됐다.
중계권을 따내고, 채널 론칭 이후 불과 27일 만에 빚어진 사태를 바라보던 채널에선 만감이 교차했을 것으로 보인다. 분데스리가의 중계권료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4분의 1 수준이다. 지난해 EPL 중계권료가 450억원을 넘어섰던 것을 감안하면 신생 채널에선 100억원대에 달하는 비용을 지불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상황에서 손흥민의 이적으로 분데스리가 중계는 다소 심심해졌다. 물론 구자철, 박주호, 지동원, 류승우 등 국내파가 활약 중이지만, 손흥민의 콘텐츠 파워에는 미치지 못한다. 신생 스포츠 채널이 이름을 알려 인지도를 높일 수 있었던 기회가 값비싼 중계권료와 함께 멀어진 셈이다.
손흥민이 훨훨 날고 있는 현재 JTBC3 폭스 스포츠의 SNS는 담담히 그의 활약을 응원하고 있다. 이날 역시 “더욱 더 환호하라. 흥해라 흥민”이라고 적은 글과 함께 손흥민의 득점 이후 사진을 채널 SNS에 올렸다. EPL 인스타그램에서 공유한 사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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