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최초의 전자펜 ‘애플 펜슬’ 공개 후 주목받는 ‘전자펜’ -스티브 잡스 “세상의 가장 좋은 도구는 손가락” -전자펜 중요성 내다보고 투자한 마사히코 야마다 와콤 CEO -SW기업 어도비 CEO “모바일 시대 뭉툭한 손가락이 가장 큰 문제”
[헤럴드경제=슈퍼리치섹션 천예선ㆍ민상식 기자]지난 9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애플의 신제품 발표행사에서 가장 주목받은 제품이 있다.
바로 ‘애플 펜슬’이다.
당시 애플의 마케팅 담당 수석 필 실러가 무대에 올라 아이패드 프로에 사용할 스타일러스(전자펜)를 ‘애플 펜슬’이라고 말하자, 객석에서는 웃음이 터져나왔다. 전자펜은 애플의 공동창업자인 고(故) 스티브 잡스가 생전 가장 혐오감을 드러낸 것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잡스는 2007년 첫 아이폰을 발표하는 무대에서 “누가 스타일러스펜을 원할까? 펜을 쓰고 놔두고 결국은 잃어버리게 될 것이다. 아무도 펜을 원하지 않는다, 터치할 수 있는 세상의 가장 좋은 도구는 누구나 갖고 태어난다, 손가락이다”라고 말했다.
이후 잡스의 말대로 애플은 펜을 탑재한 제품을 만들지 않다가, 올해 처음으로 전용 전자펜을 내놓았다. 이번에 새롭게 도입된 애플펜슬은 아이패드 화면에 펜을 대고 글씨를 쓰거나 그림을 그리면 펜이 스스로 압력과 감도를 인식한다.
애플이 전자펜에 관심을 두지 않는 사이 삼성전자는 펜을 탑재한 모바일기기를 꾸준히 선보이며 시장을 선도했다. 경쟁사의 스마트폰에서 찾아볼 수 없던 전자펜은 삼성의 스마트폰 갤럭시 노트 시리즈의 ‘강력한 무기’가 됐다.
특히 삼성의 전자펜 ‘S펜’이 필기구 특유의 생동감을 살릴 수 있었던 것은 일본의 전자펜 전문 기업 와콤(Wacom) 덕분이다.
2011년 9월 출시된 갤럭시 노트1에 탑재된 초창기 S펜은 와콤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제조됐다. 와콤은 전자펜 분야에서 다수의 특허를 갖고 있다. 펜을 누르는 힘에 따라 글자의 굵기가 조절되는 압력 감지 기능은 와콤의 특허 중 하나다.
노트1에선 필압을 9단계까지 감지했지만 S펜 시리즈는 진화를 거듭해 현재 2048단계로 늘었다. 누르는 압력에 따라 실제 종이 위에 쓰는 것처럼 섬세한 작업이 가능한 수준이다.
삼성은 2013년 S펜을 개발한 일본 전자회사 와콤의 지분을 사들여 이 회사와의 협력을 강화했다. 현재 삼성은 와콤의 지분 4.97%를 보유하고 있다.
이는 좋은 기술력을 가진 기업과 협력해 주력사업의 성장한계를 돌파해야 한다는 이재용 부회장의 판단이 크게 작용한 것이다.
이후 삼성의 스마트폰 갤럭시 노트 시리즈, 태블릿PC, 스마트PC 등 모든 제품에 와콤이 만든 S펜이 쓰였다.
1983년 설립된 이후 전자펜 시장 1위를 고수하고 있는 와콤을 만든 장본인은 마사히코 야마다(Masahiko Yamada) 최고경영자(CEO)다. 그는 1996년부터 와콤을 이끌면서 전자펜 원천기술 개발에 주력했다. 야마다는 와콤의 지분 2.23%를 보유하고 있다. 주식평가액만 1300만달러에 달하며, 그의 자산은 수천만달러로 평가된다.
삼성의 전자펜 성공에 주목한 부호는 샨타누 나라옌(Shantanu Narayen) 어도비 시스템즈 CEO다. 어도비는 포토샵, 일러스트레이터 등 디지털 콘텐츠 제작 시장을 주도해온 업체다.
나라옌 CEO는 스티브 잡스와 달리 모바일기기에는 뭉툭한 손가락이 가장 큰 문제라고 판단했다. 자사의 지배적인 소프트웨어(SW) 포토샵의 경우에는 정교한 작업이 필수이기 때문이다.
결국 어도비는 2014년 태블릿용 전자펜 ‘잉크’를 출시하며 하드웨어 사업에 진출했다. 잉크는 포토샵 등 프로그램과 연동해 사용할 수 있으며, 픽셀포인트 기술을 사용해 태블릿 PC, 스마트폰에서 더욱 정교한 작업이 가능하다.
나라옌 CEO는 자사의 전자펜으로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결합해 시장지배력을 강화하려는 계획이다.
나라옌은 어도비 지분 0.056%를 보유하고 있으며, 주식평가액은 2200만달러다. 그의 자산은 수천만달러로 추정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