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배문숙 기자]농산물 유통구조가 가격의 급등락과 과도한 유통비용이라는 난제에서 벗어나 ‘똑똑한 변신’을 거듭하고 있어 주목된다. 정부가 2013년 5월 농축산물 유통구조개선 종합대책을 내놓은 뒤 도매시장이 전통적인 경매제 중심에서 정가ㆍ수의매매로 스마트하게 점진적으로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제도 도입의 취지와 그동안의 성과, 그리고 우수 사례를 소개한다.
■정가ㆍ수의매매는 어떤 제도인가= 가격을 정하고 거래(정가매매)하거나 상대를 정하고 거래하는 방법(수의매매)이다. 때문에 생산자(출하자)와 구매자(도매법인), 최종 소비자에 이르기까지 농산물 유통거래가 투명하게 이뤄진다. 특히 소비자의 수요에 맞게 농산물이 가공된다는 점에서 가격 변동폭이 완화되고 물류 효율화도 이뤄져 유통비용도 절감된다.
경매방식의 경우, 도매시장내의 일일 반입량에 크게 영향을 받는 가격변동성이 크다는 단점을 갖고 있다. 소비지 유통업체, 식자재공급업체, 식품제조업체 등 대형 소비처는 안정적 공급을 선호해여 가격 변동이 크고 시간적 제약이 있는 경매 중심의 도매시장 거래를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 또 물량 부족시 도매법인이 가격을 높게 형성해 이득을 챙기는 한계를 갖고 있기도 하다.
이에 따라 정부는 가격변동성 완화와 거래 안정성 확보를 통한 도매시장의 거래 활성화를 위해 2012년 농안법을 개정, 그 동안 특수한 경우에만 허용하던 정가ㆍ수의매매를 경매와 동등하게 거래원칙화한 것이다. ■효과와 향후 방향은= 도매시장 정가ㆍ수의매매 도입 이후 5대 채소 가격변동률은 2012년 14%에서 지난해 9.8%까지 떨어져 가격 급등락 문제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폭한기나 혹서 등 가격 등락폭이 큰 시기에도 정가수의매매를 통해 고정단가를 적용, 예측 가능한 수급시스템을 실현한 셈이다.
또 2012년 8.9%에 불과했던 정가ㆍ수의매매가 2013년 9.9%, 2014년 14.1%, 2015년(7월 기준) 16.8% 등으로 높아지고 있다. 올해 도매시장 정가수의매매 활성화 정책자금 370억원을 확보한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는 우수사례 경진대회, 순회교육, 홍보동영상을 통해 내년까지 정가ㆍ수의매매 비중을 20%로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실제로 지난해 현직 경매사 13명을 강사로 발굴ㆍ육성해 현장맞춤형 교육을 추진, 전국 26개 도매시장 총 46회 현장 교육을 실시해 3000여명이 참여했다.산지 및 도매시장 135개에 정가ㆍ수의매매의 이해도를 높이는 홍보 동영상 CD를 배포하고 산지출하자대상(200개소) 순회 교육을 실시했다. 올해는 우선, 경매사 자격시험 제도 개편을 검토 중이다. 정가ㆍ수의매매 체계에서는 경매사에게 지금까지와는 다른 역할이 요구된다는 판단에서다. 앞으로 과목을 조정해 경매사에게 새롭게 요구되는 역할까지 평가하겠다는 것이 농식품부의 계획이다.
또 지난 5월 정가수의매매 확대를 위해 예약거래 정보제공 시스템을 구축했다. 예약거래 정보제공 시스템은 경매사뿐만 아니라 출하자와 중도매인도 출하 및 구매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도록 한 것으로, 정가ㆍ수의매매 활성화를 이끌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지방중소 유통업체가 도매시장을 통해 농산물을 안정적으로 구매할 수있도록 설명회와 정가ㆍ수의매매 우수사례 경진대회 개최 등으로 제도의 정착화에 나선다는 것이 농식품부의 포석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도매시장 거래에 있어 물량 공급 및 가격 안정성 확보가 필요하지만 경매거래는 수급상황에 따라 가격 변동성이 크다”면서 “반면 정가ㆍ수의 매매는 출하자와 중도매인이 도매법인을 통해 사전 출하물량과 가격 조정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가ㆍ매매 도입이후 대규모 공급 과잉 등 수급 불균형 상황에서도 가격 변동없이 안정화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정가ㆍ수의매매 우수 사례 2선= 실제로 이 제도가 도입된 이래 우수 사례가 전국 도처에서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대아청과’는 전자거래를 이용해 지난해 8월 1일부터 10월31일까지 양배추 32만3280kg(1억2434만원 상당)을 거래했다. 이를 통해 가락시장 상장 경매에 비해 2등품도 없고 하역비까지 안들어 15만~20만원까지 판매가 기준의 이득이 발생했다. 작업이 편리하고 비용 감소라는 일거양득을 얻은 셈이다. 대아청과는 특히 양배추 가공업체들의 경우 다양한 채소류 사용량도 많다는 점을 감안해 마늘과 대파, 양파 등으로 품목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이 회사는 “양배추 전자거래 활성화를 통해 정가수의매매가 증가하고 경매사 영업능력이 향상된다”면서 “법인 중도매인간 상생 발전 노력과 다양한 판매 방법 개발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청과’는 항산화 물질인 폴리페놀이 풍부한 무화과가 틈새품목으로서 수익증대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국내 무화과 생산량의 90%를 도맡고 있는 전남 영암지역 무화과 생산단체와 거래약정을 체결했다. 이후 서울청과는 A대형유통업체를 방문, 무화과 정가수의매매를 제안해 성사시켰다. 무화과 생산단체와 A대형유통업체는 주단위 가격과 물량 등을 협의한 후 활발한 거래를 트고 있는데 올해 무화과 정가수의매매 거래금액은 12억1707만원으로 경매거래금액인 7억3836만원보다 무려 5억원 가량 늘어났다. 이 회사는 강원도의 사과, 양구의 수박과 멜론, 아로니아베리, 패션후르츠 등에도 정가수의매매를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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